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 2019-10-29   1039

[통인뉴스] 방위산업전시회 ADEX, 전쟁 장사를 멈춰라

 

방위산업전시회 ADEX, 전쟁 장사를 멈춰라

분쟁 지역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국산 무기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쿠르르 쾅~”

일제히 모든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공군의 블랙이글스가 하늘에 태극 무늬를 만들고 하강합니다. 

 

“와~멋있다”

이어지는 굉음에 깜짝 놀라 귀를 막으며, 상상합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예멘이라면, 터키의 공습을 받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 마을이라면. 전투기 굉음은 폭격으로 이어져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을 잃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곡예비행을 하고 있는 전투기가 몸서리치게 두려워집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격당한 마을은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되겠죠. 

 

“예멘에 있을 때,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며, 아직 온전한 천장을 보며 ‘아, 오늘도 살았구나’하는 마음으로 일어났습니다.” 

 – 아덱스저항행동 평화토크쇼 <예멘에서 한국까지 : 난민과 무기거래> 야스민의 발언 중에서 

 

눈을 뜹니다. 지금 이곳,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이하 ‘아덱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주말 나들이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화려한 에어쇼와 첨단무기,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전투 시뮬레이션 등 각종 체험행사로 아덱스는 축제처럼 열렸습니다. 궁금합니다. 넋 놓고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팔려나간 무기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참여사회 2019년 11월호(통권 270호)

10월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아덱스 퍼블릭데이 캠페인 ‘STOP ADEX and MAKE PEACE’ ⓒ아덱스저항행동

 

 

방위산업 전시회의 진짜 이름은 살인무기 전시회 

2년에 한 번 열리는 아덱스가 지난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공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미래형 장갑차’,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한국형 전투기 KF-X’ 실물모형 공개로 언론이 떠들썩합니다. 각종 현란한 수식어가 아덱스 기간 내내 쏟아졌습니다. 

아덱스는 한국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무기 전시회입니다. 한마디로 무기를 사고팔고, 무기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세계 무기 수출액 10위권 업체들을 비롯해 총 34개국 430개 업체가 참가하고, 비즈니스 미팅과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며, 수많은 관람객이 찾습니다. 아덱스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무기가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줄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방위산업으로 창출되는 부는 무기로 인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고통 위에 쌓아 올린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방위산업의 진짜 이름은 ‘전쟁 산업’이며, 방위산업 전시회의 진짜 이름은 ‘살인 무기 전시회’라는 사실을. 

 

“Stop Arms Fair” 아덱스저항행동이 간다!

10월 15일 저녁, 아덱스저항행동❶은 환영 만찬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 대표단과 무기업체 관계자들이 모인 리셉션장을 향해 “전쟁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전쟁 장사 중단하라”, “무기 박람회 중단하라Stop Arms The Fair”를 외쳤습니다. 리셉션장 앞에 모인 수많은 관계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은 미리 준비한 ‘피 묻은 달러’를 뿌렸습니다. 

2017년 한 해에만 950억 달러, 한화로 약 112조 원어치의 무기가 거래되었으며, 약 59만 명이 무장 폭력, 분쟁 등에서 무기 사용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무기 거래를 통제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입니다. 세계 11위 무기 수출국인 한국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무기 수출 세계 7위를 목표로 분쟁 지역에 맞춤형 무기를 판매하겠다”던 이명박 정부를 시작으로, “방위산업을 창조 경제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던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아덱스 개막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강의 기적이 방위산업에도 일어나고 있다”며, 무기 산업을 육성하고 무기 수출 지원 정책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분쟁 지역 곳곳에서 사용되는 한국산 무기

그동안 한국은 중동이나 아시아의 분쟁국이나 무장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국가, 권위주의 정부의 인권 침해로 문제가 된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이 생산하거나 수출한 무기는 현재 분쟁 지역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앙’으로 불리는 예멘 내전 지역에서는 한국산 수류탄과 대전차유도 미사일 ‘현궁’이 사용되는 모습이 발견되었고, 최근 터키의 쿠르드 침공에는 한국이 터키에 K9 자주포의 기술과 부품을 수출해 생산된 T-155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멘이나 쿠르드 사람들과 같은 누군가의 고통을 담보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우리는 환영할 수 없습니다. 

방위 산업이 성장할수록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지역이 늘어납니다. 이들의 사업이 성공할수록 세계에는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이 찾아옵니다.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이제 끔찍한 전쟁장사를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모인 시민사회 연대체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하고 있으며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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