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2월 2009-12-01   100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2010지방선거와 시민운동의 과제



2010지방선거, 시민정치의 장으로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민주넷(준) 공동집행위원장

“이거 다 노무현 탓이야!”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다. 참여정부 시절 모든 것을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대표적인 말이었다. 2005년 어느 인디밴드 멤버 중 한 사람이 생방송 중에 바지를 내려 알몸을 드러낸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다룬 모 보수 언론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일이 벌여져…”라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고 한다. 전혀 연관이 없는 사실들을 붙여놓음으로써 악의적으로 얻고자 하는 정치적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너무 치졸한 짓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시민들

솔직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나서 부쩍 몸이 피곤하고 무거워졌다. 그래서 최근에 마을 사람들과 요가를 시작했다. 출석율이 굉장히 불량하지만 어느 날 요가를 마치고 요가 선생님과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세상살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선생님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국민참여신당에 가입했어요”라고 던졌다. 그리고는 창당발기인대회 때 유시민이 시건방춤을 춘 것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때 잠깐 든 생각, ‘정치는 여전히 정당중심인가?’, ‘시민정치를 내세운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시민들은 정말 “뭐라도 해야 한다”는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세상을 살고 있다. 2년 동안 겪어보니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든 것이리라. 그런 민심이 잘 드러난 것이 지난 10·28 재보궐선거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보면 다섯 곳 중 한나라당이 2곳, 민주당이 3곳에서 당선되었다. 한나라당은 거기까지만 민심을 읽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보여준 정권심판 의지는 훨씬 강했다. 안산에서는 야권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해서 김영환과 임종인으로 나뉘어 선거를 치렀는데도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다. 또 전 집권여당의 대표가 출마한 양산에서는 거의 선거혁명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하마터면 집권여당 거물이 야권 정치 신인한테 침몰할 수도 있었던 결과였다. 박빙일 것으로 예상했던 수원 역시 득표수가 크게 차이 나면서 여당이 패퇴했고, 이명박 정부와 세종시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까지 선거판을 버텨볼 요량이던 충북에서는 대적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 점에서 보면 지난 보궐선거는 단순한 3:2가 아니라 시민들의 정권심판 의지의 승리였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저 바닥부터 큰 변화의 힘이 제법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 크게 모아낼 수 있도록 누군가 책임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더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새로운 일꾼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서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홀대받아온 시민들이 다시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일 등은 이제 시민운동과 정치권의 과제가 되었다.



민주넷, 시민참여와 소통을 위한 대중프로그램 전개

민주넷이 시민정치운동을 한답시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시민들은 아직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넷은 아직 그럴싸한 창립식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위한시민네트워크(준)’가 공식적인 이름이다. 민주넷이 그렇게 ‘준’이라는 딱지는 떼지 못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민사회단체의 실무책임자들을 중심으로 2010년 지방선거 준비와 관련된 얘기를 해오고 있었다.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상황판단이 조금씩 다르고, 실천수준의 강온은 있었지만 대체로 예년과는 다른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에 많이 공감했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민단체연대회의 산하에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려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는데,  5월 23일 토요일 오전, 느닷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상황을 맞이했다. 국민들의 애도 물결과 정부의 소극적 태도 사이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해야 할 일이 ‘시민추모제’라 여겼고, 지방선거기획단에 참여하던 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민추모위원회 구성과 시민추모제를 진행했다. 워낙 시간 제약이 컸던 행사였던 터에 준비하던 실무진들은 ‘72시간 비상행동’이라 생각하며 열과 성을 다했다.

고인을 떠나보낸 후 시민추모위원회는 시국모임으로 전환되었고, 6월 어느 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전에 모여 현 시국대응과 2010년 지방선거 대응을 위해 (가칭)민주주의를 위한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했다. 그 뒤 8월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떠나보냈고, 민주넷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미디어법 불법처리와 4대강 죽이기 사업과 같은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모정국과 굵직한 현안에 끌려가던 민주넷, 아니 민주넷(준)은 이제 자기중심을 분명히 세웠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2010년 지방선거에 시민들의 주체적인 대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 민주넷은 크게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하나는 일상의 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중프로그램인데, 신영복 선생 초청 강연회가 그것이다. 전남 강진, 서울, 청주, 원주까지 전국 4곳에서 이미 개최되었는데 대성황이었다. 어느 곳을 막론하고 자리가 부족해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제 남은 곳은 울산이고, “우리 지역에도 꼭 와 달라”는 청을 거절하지 못해 전주와 제주가 새롭게 개최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온라인에서 시민들과 정치현안에 대해서 생방송으로 토론하는 ‘민주넷 100번토론’이다. 지난주까지 총 12회를 진행했는데, 점점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대비해 서울시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2주 전에는 서울시의 핵심적인 정책들을 시민운동가들이 함께 학습하는 ‘행복한 서울 만들기 정책 워크숍’을 개최했다. 물론 상당히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되었지만, 이구동성으로 “서울시 정책을 시민운동진영이 이렇게 집중적으로 공부해본 일은 처음일 거야!”라고 말했는데, 그만큼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민주넷의 활동은 대중적으로 넓어질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한층 깊어질 것이다.

민주넷의 활동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중점을 둔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실제 시민들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민정치운동을 기획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아직 여물지 못한 기획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좋은후보추천운동’이라는 정도로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좋은후보추천운동’은 시민들의 관점에서 ‘좋은후보’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부합되는 많은 ‘좋은후보’를 발굴하고, 나아가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좋은후보’를 선출하여 시민들에게 ‘좋은후보’를 당선시키자는 자발적인 선거운동까지 책임 있게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획들이 잘 정리되는 시점이 12월말쯤 될 것이다. 그러면 2010년 1월초에는 준비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시민정치운동의 출발 ‘민주넷’

시민정치의 핵심은 정치주체로서의 ‘시민’이다. 그래서 ‘시민정치운동’은 시민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시민정치의 위상을 새롭게 부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사적 이해기반을 넘어서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정치적 행위를 조직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실천운동이 2010년 벽두에 민주넷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정치영역은 정당을 근거로 한다.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 역시 개인적인 이익의 총합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은 아니다. 당연히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이해관계와 공동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당의 최고의 목표인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항상 최우선이고, 많은 경우 자신들의 정치권력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 집단,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무시한다. 그래서 정당정치의 중심에는 시민대중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정당인들이 서게 된다. 진정성이 담긴 정치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화장발 정치, 모심기 정치만 난무하다. 정당의 비정상적인 구조로 인해 시민들이 배제된 정치는 커다란 저항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오고 있다. 거기에 조그마한 파열음을 내고 시민이라는 좋은 씨앗을 심는 것이 시민정치운동이다.

시민정치운동의 씨앗으로서 민주넷, 여기에 항상 시민들이 들끓어야 한다. 문제는 민주넷이 얼마나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접촉면을 많이 만들어내느냐로 집약된다. 물론 이미 신영복 선생 강연회는 개최하는 곳마다 차고 넘친다. 온라인에서 ‘100번토론’이 제법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를 가지고 시민정치운동을 통한 정치의 변화를 얘기하면 곤란하다. 민주넷은 동네마다 소소한 시국사랑방이나 정치 살롱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그 작은 불씨를 민주넷이 지피겠다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강연이 그냥 강연으로 그치지 않고 서울 강연회에서 전주댁들이 보여준 모습처럼 행동하는 양심이 뿌려지면 좋겠다. 그런 바탕을 가지고 ‘좋은후보추천운동’을 진행할 때 의미 있는 시민정치실험이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세력’ 탄생은 시대적 화두

분명히 민주주의는 한없이 후퇴했다. 요즘에는 유신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막걸리 보안법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니 정권에 의한 개인의 통제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세계경제위기 여파로 생활은 곤궁하고, 실업의 연속으로 미래가 불투명한데 어디 속 시원히 화풀이도 맘대로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 답답함을 해결할 주인공이 시민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시기가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라는 생각에서 민주넷은 움직이고 있다. 달리 말해 지방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닥투(닥치고 투표)하자는 것이다.

닥투의 파괴력은 역설적으로 닥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가에 달려 있다. 그 점에서 닥칠 수 있는 흐름을 읽어보자. 2002년 이후 우리 정치의 핵심 화두는 ‘시민참여정치’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정치혁명이 노사모라는 시민정치부대의 등장을 통해 발생했다. 그 힘은 참여정부라는 ‘정권’을 탄생시키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좀 더 희망적인 정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정치적 실험을 해야 하는가?

2002년 시민정치부대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기성정당에 참여해서 변화를 일궈낸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성정당을 통한 희망정치의 한계를 국민들이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성정당을 벗어난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을 시대의 요구로 봐야 한다. ‘시민들이 직접참여’ 하는 대규모 정치실험을 기성정당 바깥에서 힘차게 벌이는 것이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정치실험이다. 그 실험이 2010년에 벌어질 것이다.



민주넷, 시민정치운동의 새로운 희망 만들어야

살아있는 것이든 죽은 것이든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쇠는 탄성치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휘거나 부러진다. 물은 뜨거움의 정도와 차가움의 정도에 따라 증기와 얼음으로 성질을 변화시킨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2010년 미리 그려보는 파노라마. 30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4대강 사업은 전국에서 벌어질 것이다. 곳곳에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수천 대의 굴삭기가 하천바닥을 연신 파내면 강과 그 옆에 있는 논을 제 안방 드나들 듯 하는 덤프트럭이 모래를 싣고 검은 매연을 쏟아낼 것이다. 한 개에 수천억 원씩 하는 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육중한 기중기들이 강바닥을 메워야 할 것이다. 2010년의 4대강은 생명의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기계들의 공간으로 펼쳐질 것이다.

헌재에서도 인정했듯이 불법적으로 처리된 미디어법은 거대자본과 수구언론의 합작으로 종편채널을 탄생시킬 것이다. 훨씬 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힘에 종속된 방송을 봐야 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64년 노조역사상 일방적인 단협 해지는 처음 겪어보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전임자 임금지불금지와 복수노조허용 문제는 16년 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파업을 이끌어내고 노동계의 큰 저항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라 자신했던 것과 다르게 세계경제의 위기로 인해 국내 경제상황도 어렵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겨온 탓에 양극화와 물가 불안 등의 반대급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기세다. 하지만 가뜩이나 40%를 밑도는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는 정부이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결과 더 큰 위기를 불러오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파노라마가 펼치지는 가운데 6월 2일 지방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놓고 이명박 정권의 임기 중간에 선거를 하게 되니 정권 심판론이 득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운동진영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공명선거 운동? 정책제안 운동? 한가하기 그지없다. 3000여 명을 선출하는 대규모 선거판에 어떤 수단을 갖고 공명선거 캠페인을 한다는 말인가? 또 후보자 숫자만 대략 1만 5천 명 내지 2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짐작하는데 그중 천분의 일과 정책캠페인을 할 것인가? 물론 전략적으로 집중할 곳을 선택해서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하수다.

시민운동진영은 민주넷을 중심으로 시민정치운동,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시민참여 정치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의 원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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