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12월 2015-11-30   1169

[여는글] 참여연대가 가는 길

참여연대가 가는 길

글.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사단법인 『시민』이사장.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분위기 속에서, 시민운동을 통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시민들의 조용한 움직임과 대안모색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작별인사를 전하며
이제 참여연대 공동대표로서의 임기를 세 달 남겨 놓았다. 이 글은 『참여사회』의 서두에 실리는 마지막 글인 셈이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을 참여연대에서 일하며 느낀 소회 겸 작별 인사를 전하게 되었다. 참여연대가 가는 길, 가야하는 길에 대한 나의 소박한 제언이다.

 

참여사회 2015년 12월호

 

미래를 향한 참여연대의 성찰
지난해 참여연대는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입장을 지닌 많은 사람들로부터 집요할 정도로 많은 평가와 제언을 들었다. 이는 지난 20여 년 사이에 한국 사회가 참으로 많이 변했고, 민주화운동 속에서 부대끼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낸 우리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참여연대에 전해진 요청들은 대체로 지금까지 해온 권력감시를 그대로 계속하라는 주문이었다. 여전히 참여연대의 주축활동은 의정, 사법, 행정 감시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 ‘을’을 지키고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는 경제민주화 운동을 하라는 바람이었다. 구태의연한 의제일 수 있는 권력 감시가 여전히 참여연대를 향한 핵심적인 요구인 것은 지금 한국에 민주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역사적 퇴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우리는 건강한 사회라면 가져야할 상식의 하한선이 도처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추가로 제기된 과제는 청년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는데, 그 일환으로 청년참여연대가 조직되었다. 또한 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나 참여연대가 좀 더 시민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과제였다. 그 일환으로 사무공간을 재조정하여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로이 만들었다.

 

진영논리를 넘어서
마찬가지로 제기된 주요한 성찰지점의 하나는 참여연대의 활동이 어떻게 진영논리를 넘어서서 다양한 시민이나 시민운동과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터져 나오고 이를 중심으로 참여연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조직을 꾸릴 때 마다 초기의 문제의식과 달리 늘 보수-진보라는 정해진 도식과 이분법에 빠지는 딜레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런 이분법적 대립은 시민의 삶 도처에서 감정적인 대립과 소모전을 만들어냈고,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을 피곤하게 했다. 더불어 우리가 하고 있는 시민운동은 늘 극심한 과로와 관성적인 저항으로 일관했던 것은 아닐까? 참여연대의 주요사안에 대한 결정 단위인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과 치열한 자기비판이 늘 있어 왔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빠져 있는 관성의 법칙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라도 진영논리의 경계선을 허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늘 2% 차이로 지는 선거를 계속 겪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운동은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로 남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립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11월 24일의 민중총궐기대회는 그간 확장된 헤게모니를 까먹은 것이 아닌가?

참여연대는 영광의 역사에 머물 것인가
공동대표로 일하는 동안 도처에서 참여연대가 ‘이제 과거의 영광을 잃은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들었다. 지금 참여연대가 언론에서 잘 나오지 않고,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논지다. 참여연대를 걱정하는 회원이나 지인들은 대부분 총선연대의 역동성과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운동에 대해 주류 언론의 지면이 좁아진 점과 언론의 체계적인 통제, 그리고 다양하고도 많은 시민단체의 등장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참여연대가 이제 스스로의 역할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벌어진 굵직굵직한 사건, 예를 들면 국정원 선거 개입이나 세월호사건과 관련된 대책위원회에서, 혹은 400여 개의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시민단체연대회의의 활성화 등에서 참여연대는 뒤에서, 조용히 기초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에 참여연대의 주요 역할이 있다. 대표직을 떠나면서 참여연대를 아끼는 벗들과 회원들께 이런 역할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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