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9월 2017-08-28   2336

[특집] 프랜차이즈, 대박과 쪽박 사이 

특집 1_프랜차이즈 공화국

프랜차이즈, 
대박과 쪽박 사이 

 

글. 이철호 서울시 공정경제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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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로 나라가 연일 떠들썩하다. 새로운 정부는 대표적인 갑질 문제로 프랜차이즈를 꼽았고 국회도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유례없이 많이 발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1980~90년대에도 여전히 대중에게 프랜차이즈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단순히 롯데리아, BBQ, 페리카나 등 일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전부였을까?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됐고 아무런 사회안전망도 갖춰지지 않은 냉혹한 현실에 내몰렸다. 결국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는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프랜차이즈는 특별한 사업경험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매뉴얼에 따르기만 하면 장사를 쉽게 시작할 수 있기에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였던 그들에게 ‘사장님’이란 타이틀은 최소한의 자존감과 위안이 되었기에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프랜차이즈 사업 아이템은 그전까지 우리 사회에 없었던 새로운 컨셉의 유형이 많았다. 국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의식주의 변화, 세대교체, 해외여행 자유화 등 새로운 소비문화의 탄생을 기다리던 시기였다. 프랜차이즈는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업 아이템이자 기회였다. 기존에 없었던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새롭고 다양한 음식메뉴와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충분히 자극할 만했고 잘만 하면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마저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성장은 그만큼 어두운 그림자도 만들어 냈다. 가맹점만 열면 대박난다는 창업설명회, ‘월 얼마 이상의 수익을 보장’ 한다는 허위과장광고, 가맹금만 받고 갑자기 잠적하는 ‘먹튀’ 가맹본부, 각종 불공정 가맹계약 등이 그것이었다. 이제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상생’이라는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고  싸늘한 시선만이 가득하다. 생활고에 지쳐 자살을 선택한 편의점주, 가맹본부와 트러블로 계약을 해지당하고 끝내 자살까지 선택한 피자집 사장님, 가맹본부의 물품공급 폭리, 인테리어 리뉴얼 강요, 보복출점, 가맹본부 CEO의 비윤리적인 행동들이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프랜차이즈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가맹본부와의 관계를 염려해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 것일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렇다’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이 답’이라고 말하기에도 역시 여러 가지 고민이 생긴다. 공정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매년 프랜차이즈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향후 얼마만큼 더 성장할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특집1-1

아직도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브랜드 5,273개, 가맹점 21만 8,997개다. 2015년에 비해 브랜드 8.9%, 가맹점 5.2% 증가한 수치다. 정보공개서 등록제도가 생긴 2008년과 비교하면 가맹본부 및 브랜드는 5배 가까이, 가맹점은 2배 넘게 증가하였다. 가맹점 수 증가 대비 가맹본부 수의 증가가 더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검증되지 않은 가맹본부가 많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맹점희망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미 검증된 가맹본부를 선택할 확률도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가맹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가맹점 수 증가보다 가맹본부 증가 속도가 더 크다면 그만큼 가맹본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이 심해지면 가맹점에게 더 많은 혜택과 성공모델을 제시하는 가맹본부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된다. 다른 고려 요인도 많겠지만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창업희망자에게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고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실제 자영업과 가맹점 폐업율만 비교해 보더라도 가맹점 창업이 훨씬 안전하다. 특히, 시스템이 잘 갖춰진 브랜드는 가맹점 수가 많아도 폐업율은 오히려 낮다. 소비자가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안정된 사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창업희망자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필자는 프랜차이즈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본다. 단, 잘 선택한다면 말이다. 어떻게 잘 선택할 것인가에는 세심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자신의 사정에 맞게 고려해야할 요소를 누구도 쉽게 장담하거나 판단할 수 없기에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다만 문제는 창업희망자 입장에서 어떤 가맹본부가 괜찮은 가맹본부인지 판단하기에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공정위에서도 정보공개 사항을 늘린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쓸 만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쓸 만한 정보인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먼저 제시해 줘야 한다. 즉, 정부는 창업희망자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판단 가이드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공개의 양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판단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고기 잡는 법뿐 아니라 큰 고기를 잡는 방법도 시연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지자체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검증하고 인증하는 제도도 바람직할 것이다. 

가끔 간과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 가맹본부가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믿을만한 가맹본부를 잘 키워내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므로 문제에 대한 현상 파악과 정교한 수술, 그리고 재활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프랜차이즈의 희망을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 정책 입안자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특집.  프랜차이즈 공화국  2017_9월호 월간 참여사회

1. 프랜차이즈, 대박과 쪽박 사이    
2. 갑질에는 끝이 없다    
3.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방안    
4. 공정거래 행정의 개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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