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1월 2018-11-01   524

[읽자] 눈앞의 고령사회, 어떻게 살 것인가

눈앞의 고령사회,
어떻게 살 것인가

 

 

저출산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온갖 대책이 쏟아지지만 쉽게 바뀔 듯하지 않다. 오히려 주어진 현실을 현명하게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노년의 삶을 사회 바깥으로 밀어내며, 불필요한 혹은 불편한 상황으로 만들고 또 여기는 분위기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 아닐까. 결국 누구든 어쩔 수 없이 노년을 맞이할 테니 말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몇 퍼센트인지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이제 구체적인 노년의 상황을 들여다보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이제 노인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 히라마쓰 루이 / 뜨인돌

“‘노인은 쉽게 화내고, 말이 안 통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나이 탓인지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심술이 고약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령자에 대해 갖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고령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치매라서’ ‘고지식하고 완고해서’ ‘청년과 사회를 오해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고령자에 대한 편견이다.”

노화는 신체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럼에도 노화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노년에 대한 오해, 노년과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인데도 무작정 건너거나,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가는 노인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안과의사로 노안을 치료하다 노년의 신체에 관심을 갖게 된 이 책의 저자는 이 상황을 세 가지 원인으로 설명한다. 첫째, 눈꺼풀이 처지고 허리가 굽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 넘어지기 쉬워서 발밑만 보고 걷는다. 셋째, 신호등이 노인들의 걸음으로 건널 수 있을 만큼 길지 않다.

 

사례는 숱하게 많다. 지하철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노인을 종종 만나면, 조곤조곤 말해도 다 알아들을 텐데 왜 소리부터 지르나 싶은 때가 있다. 저자는 노년이 되면 청력이 약화되어 낮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그러다 보니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내용의 과거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경우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노화에 따라 장기기억은 강화되고 단기기억은 약화되니 강화된 장기기억에 남은 이야기를 쉽게 꺼내게 되고, 그 이야기를 조금 전에 했다는 단기기억은 작동을 하지 않으니 결국 같은 과거 이야기를 반복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그들의 악의 없음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문제의 해결 방법도 보이지 않는가. 이 책에는 이처럼 언뜻 이해가 되지 않으나 의학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겠다 싶은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열여섯 가지 주제로 담겨 있다. 또한 각각의 상황에서 노인은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주변 사람들은 무엇을 배려하고 도와야 하는지, 관련한 의학적 도움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 조언이 잘 정리되어 있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전한다.

 

오래 살고 싶다는 희망, 오래 살아도 된다는 허락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70세 사망법안, 가결 / 가키야 미우 / 왼쪽주머니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70세에 이른 사람은 사망해야 한다.’ 이런 법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연령을 성별, 국적, 성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등등 인간의 여러 조건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거라 확신하기 어렵다. 어쨌든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속에서는 그런 법안이 통과되었고, 2년 후 시행이 될 예정이다. 해당 시점에 70세를 넘긴 1,100만 명은 그 해에 사망해야 하고, 이후 매년 평균 150만 명이 사망해야 한다. 이 엄청난 사태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주인공은 70세를 넘겼고 혼자 거동하기 불편해 며느리의 도움을 받는 할머니다. 며느리도 이미 55세라 남은 삶이 겨우 15년인데, 그 가운데 2년은 꼬박 시어머니 수발에 쏟아야 한다. 며느리의 남편이자 할머니의 아들은 이제 인생이 12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조기 은퇴를 하고 남은 세월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갈등은 점점 커지고 며느리는 가출해서 남은 15년을 자기 삶으로 살아내려 도전한다. 자기 삶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던 할머니도 바깥세상을 만나려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회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평생 일만 하다 이제야 약간의 여유를 찾아 삶을 만끽하려는데 왜 죽어야 하느냐고 따지는 노년이 있는가 하면, 법안이 가결된 후 죽어라 일만 하는 분위기가 사라져 회사 다닐 맛이 난다며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 상황에 따라 법안을 받아들이는 감각이 이처럼 다양하다.

 

이런 설정은 노년과 고령사회를 훨씬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효과를 전한다. 애초 제한된 삶인데 끝을 모른 척하고 살아가다 놓치는 것들을 되새기게 하니, 지금 어떤 연령에 이르렀든 지나온 삶과 마주할 삶을 함께 살피며 자신과 다른 연령을 살아가는 이들을 함께 바라보게 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는 인구 연령 비율을 기준으로 불리지만, 그 의미는 이런 생각 위에서만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법안이 실제로 논의되기 전에 서로의 상상으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길 기대할 따름이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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