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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05월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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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월간참여사회 2022년 5월호 (통권 295호)

©Unsplash

 

봄이 왔다. 아지랑이 기운과 함께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조팝나무, 민들레, 사과꽃이 처처處處에서 피어난다. 화엄세계다. 오월 수목은 연초록 잎으로 빛난다. 자연은 존재 그대로 우리에게 더없는 선물이다. 그런데 꽃을 봐도 설레지 않고 기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런 분들의 지금 마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겠다. 봄이 왔음을 알겠는데,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봄은커녕 꽃마저 심드렁하다. 꽃을 보고도 꽃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 때가 되면 지나갈 봄 앓이 정도가 아닌듯 싶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오는 말이다. 누가 우리들에게 봄을 느끼지 못하게 했는가? 윤석열, 이재명, 문재인, 집권 민주당, 차기 집권당 국민의힘, 아니면 우리 자신인가? 각자의 답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 원인으로는 봄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정책 오류’도 있을 것이고, ‘실력 부족’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방심’과 ‘자만’ ‘불순한 속셈’에 있다면 이는 심각하다 할 것이다. 두고두고 매를 맞아야 할 것이다.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과즉물탄개 過則勿憚改 

 

『논어』 첫 머리 「학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또한 공자는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허물이다” 라며, 반성과 쇄신을 역설했다.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는, 극심한 봄 앓이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선에서 패한 자들이 통절痛切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만이 겸허할 수 있고, 반성할 수 있고, 고백할 수 있고, 정직하게 일어설 수 있다. 그럼에도 패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과반수 이상의 의석수만 보이는 모양이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튼튼하게 잘 고쳐야 하는데, 잃어버린 소 생각만 하고 있다. 일례로 검찰수사권 분리를 급하게 몰아치는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맹자』 「이루」편에 나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해보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허물을 잘 살피는 일은, 구구한 변명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아끼고 염려하는 많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조언을 정직하게 경청할 때 비로소 허물이 보인다. 

 

민무신불립 民無信不立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믿음과 지지는 불가분의 관계다. 믿음은 진실하게 성찰하고 고백할 때 얻어진다. 정직하게 고백하지 않는 자, 대중에게 단호하게 버림받는다. 역사가 증명하고 현실에서 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구구한 변명에 급급하고, 졸렬한 짓거리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진실하지 않은 자, 반드시 버림받는다. 

 

인지이기 因地而起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문』에 나오는 말이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말이다. 비난받는 그 말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버림받은 그 자리를 살펴 일어나야 한다. 왜 넘어졌는지를 살피지 않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면 끝내 일어서지 못한다. 

만물이 소생할 때 비로소 봄이다. 만물은 땅에 의지하여 소생한다. 이 땅에 봄을 피우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글 법인 스님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16세에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대흥사 수련원장으로 ‘새벽숲길’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현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 한주, 실상사작은학교 이사장과 철학 선생님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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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검찰정상화를 진행하게 된 것이 아니고,
    검찰정상화를 하기 위한 역사적 이슈로 윤석열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거라고 봅니다, 저는.
    검찰정상화는 갑자기 들이닥친 일이 아니고,
    70년 전, 일제 순사 견제용으로 검찰에 임시로 맡긴 수사권이며,
    검찰의 기득권 유착 및 무리한 수사, 검사 자신들 그리고 기득권층은 수사하지 않는 등의 만행이 극에 달하는 동안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지난 역사동안 몇 차례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해왔습니다.
    이제는 권력 분리라는 숙제를 꼭 해내야 했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책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만장일치에서부터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어느 과정하나 녹록한 적 없고, 국민을 위해 앞장선 국회의원들은 검찰의 날선 공격을 받으며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참여연대가 소신껏 발언했다가 언론플레이에 반대의견으로 이용당하고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었으나 어느 언론도 다루어주지 않은 상황을 모르시나요.
    충분한 논의 같은,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오히려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고, 기득권의 기존 세력을 유지나 시켜주는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거라면, 더이상 행동하는 시민들은 그러한 탁상공론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앉아있지 못하겠습니다.
    이번에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하여 광장에 나와서 외쳐보시거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보신 적이라도 있으신가요.
    대의 민주주의를 신봉하신다면, 나의 소신과 같은 정당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행동을 보여주며 힘을 실어주시든지,
    기존의 대의민주주의로 만족하지 못하시겠다면, 광장으로 나오세요.
    왜 자리에 앉아서 요즘 일반 시민도 다 알고 있을만한 글을 쓰시나요.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에 동의했고, 지지한다는 것을 표현했고, 그들을 북돋아주기 위하여 거리로 나갔습니다. .
    마침내 그 결실을 보았고 충분치는 않지만 진심으로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민생을 챙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인천의 한 시민이, 범죄증거가 100건도 넘게 차고 넘치어 수십 건의 고발을 당한 김건희의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었다는 이유로 표적수사를 당했으며, 법리를 넘어서는 과도한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민생이 공격당하는 현황이 아닙니까?
    검찰정상화는 민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게 모든 짐을 지우시려면 뭐하러 대통령을 따로 뽑았습니까?
    윤석열 정부는 지금 온 대한민국 민생을 뒤흔들고 있고 시민들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민생 따위는 자신의 안위의 뒷전에 밀어놓았는데, 더불어민주당에게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닙니까?
    그렇게 모든 짐을 지워놓을 거면은, 해내지 못한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더불어민주당에게 투표하고, 지지한다고 외쳐주시고, 함께 행동해주세요.
    국회의원은 시민의 응원을 먹고 삽니다. 우리는 왜 멀리서 채찍을 휘두르기만 하는 건가요? 당근은 당나귀한테 다 줘버렸나요?
    제가 표현이 거친 면이 있었지만, 비단 스님께만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고, 현실이 답답해서 글을 남겨보았으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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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최아영 회원님. <월간참여사회> 편집팀 이한나 간사입니다.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의 말씀 잘 새겨듣고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검찰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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