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5월 2019-05-01   1571

[읽자]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함께
살아간다는 것

 

혼자 지내는 걸 즐기고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한 터라, 온갖 가족 관련 기념일이 몰려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이 되어도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렇지만 가족이 아니라 해도, 친구나 연인이 아니라 해도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니, 주변의 다른 사람 혹은 내가 속한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돌아볼 맞춤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때그때의 인생이란

100세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100년이란 세월이 쉽사리 그려지지는 않는다. 늘 오늘에 부대끼느라 다가올 삶뿐 아니라 지나온 삶을 되새길 여유도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지금 나이의 두 배쯤 되었을 때 오늘을 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지 싶다. 이 책은 0세부터 99세까지 한 살 한 살 짚어가며 그 나이 때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지 추억하고 전망할 시간을 전한다. 

 

한 살 반 즈음에는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려도 다시 온다는 걸 배우는구나. 그게 믿음이라는 거야.”, 여덟 살 때는 “네 자신을 점점 더 믿게 되겠지. 세상일을 모두 다 믿지도 않게 되고.”, 열두 살이 되면 “벌써 엄마 아빠보다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시간이 훌쩍 지나 마흔여섯이 되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진짜로 배우게 되고, 쉰여섯에는 세상에 무심해져 달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질 않고, 여든한 살에 이르면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순간을” 세고, 아흔에도 “인생은 뒤죽박죽”이라 생각하며, 아흔아홉에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를 여전히 궁금해 하는 인생이란, 이미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보고 싶고 역시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이렇듯 한 살 한 살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지긋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본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그림 발레리오 비달리 / 사계절

“이 책의 아이디어는 갓 태어난 내 조카를 보았을 때 떠올랐습니다. 그 애는 미라처럼 천에 돌돌 싸여서 침대에 누운 채 빛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지요. 네 앞에는 얼마나 기묘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 앞에 펼쳐질 굉장한 일들을 생각하니 반은 부러운 마음이었지만, 또한 그 애가 겪어야 할 고통스러운 일들 때문에 마음의 반은 아프기도 했습니다.”

 

끝이 없는 이야기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가 멸종에 이를 거란 전망도 이제는 익숙하다. 익숙해져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걸까. 인류는 절대 멸종하지 않으리라 믿는 듯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는커녕 속도를 거듭 높이는 데에만 힘을 쏟는 모습이다. 생명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포악하게 다른 종을 멸종으로 밀어 넣은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마지막을 맞이할까. 앞서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멸종 동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의 끝을 상상해본다.

 

스텔러바다소는 북극해 주변에 살았는데, 추운 기후에 적응하려 몸에 지방을 저장했고 덕분에 몸길이가 8미터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18세기 중반 스텔러바다소를 발견한 사람들은 고기와 가죽을 얻으려 사냥을 시작했는데, 27년이 흐른 뒤에 이들은 멸종에 이르고 말았다. “너무 착해서 멸종”했다고 설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류가 너무 과해서 멸종시킨 사실이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산소 농도의 변화로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든지 기후 변화로 상승 기류가 약해져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었다든지 멸종의 사연들은 모두 기구하기 그지없다. 문득 훗날 인류의 멸종을 돌아볼 때 그 이유를 무엇이라 적을지 궁금해진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멸종 동물 도감 /  마루야마 다카시, 그림 사토 마사노리, 우에타케 요코, 가이도 겐타, 나스미소 이타메 / 위즈덤하우스

“생명의 마지막은 ‘죽음’. 그리고 종의 마지막은 ‘멸종’입니다. 멸종이란 한 종류의 생물이 이 세상에서 남김없이 사라지는 일입니다. 강한 생물도, 영리한 생물도 피해갈 수 없었죠. 멸종하는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럼, 왜 멸종했을까요?”

 

뜨끈한 가족의 온기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 해도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늘 그래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무심함 속에서, 때로는 갈등이 쌓이고 종종 오해가 커지고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니 조금 어색하더라도, 꼭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인 구슬이는 ‘개’다. 방울이네 집 넷째로 태어나 다섯 살 아이 동동이네 집으로 왔고, 그렇게 동동이네 가족이 되었다. 구슬이 엄마 방울이는 동네 개들 수십 마리의 엄마이기도 하니, 구슬이는 동동이네 가족인 동시에 동네 개들과도 가족으로 엮여 있다. 구슬이 말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운 한낮의 어느 날, 구슬이는 베란다에 배를 깔고 누워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린다. 아직 똥오줌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동동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보다는 할머니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책임감 역시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이니 가족을 생각하는 구슬이의 마음이 기껍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구슬이를 생각하는 다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두 마음이 포근하게 겹쳐지며 내 마음도 뜨끈해진다. 책으로 만나는 가족의 온기가 이럴진대 실제는 얼마나 더할까. 물론 나 하기 나름이겠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나는 개다 / 백희나 / 책읽는곰

“우리 엄마, 방울이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이 구역의 왕엄마다. 해마다 새끼를 엄청나게 낳은 것이다. 어쩌면 동네에서 마주치는 개들이 거의 다 내 형제자매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얼굴도 냄새도 희미하지만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열심히 대답해 준다.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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