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4월 2022-04-01   1693

[회원인터뷰] 촛불 시민들 차기 정부의 권력 남용 참지 않을 것 – 한상희 공동대표 X 이지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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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신임 공동대표 X 이지현 신임 사무처장 ⓒ 박영록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는 태양의 힘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 즉 권력을 쥔 주체를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와 깊이 관련되어있다. 말하자면 권력 주체가 기업에서 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런 방향으로 권력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현행 시스템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의 저울추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확고하고 다양한 사회 운동을 구축해야 한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은 그의 저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자본주의 대 기후》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의 말처럼 ‘전환’은 힘의 중심을 바꾸는 것이고, 부당한 목소리들을 모아내고 여기에 힘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 참여연대는 어떤 ‘전환’을 준비해야 할까? 올해 신임 공동대표가 된 한상희 교수와 이지현 신임 사무처장에게 들어봤다.

먼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의정감시센터 등 권력감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오셨는데 이번 대선 결과 어떻게 평가하나?

한상희 시민들의 실망이 컸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혼란에 빠진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든 결단이 필요했는데, 그걸 못했다. 시민들에게 고통이 가중됐고 한번 바꿔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

이지현 유권자들은 양 정당에 경고장을 던졌다. 혐오, 편 가르기 정치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코로나 상황과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 불평등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선거였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차기 정부의 과제로 이어졌다. “차기 정부의 과제는 곧 참여연대의 과제”라고 운을 뗀 한상희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의 젠더 대립, 세대 분열 기저에는 계급 분열이 자리한다고 짚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지가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이다.

한상희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더는 개발독재식으로 어떤 기업을 밀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는 시대다. 국민 경제 수준 향상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그런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한 과제고, 그러기 위해서 분배와 고용증진, 지역균형발전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이지현 국민의 40%는 집이 없다. 이번 대선 주거가 뜨거운 쟁점이었는데, 집을 가지려는 욕망에 대한 호응만 있었지 주거 약자들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앞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부에게 참여연대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나? 의미는 있다고 보나?

한상희 참여연대가 아니면 누가 이런 과제들을 사회적 어젠다로 만들겠는가. 정권과 상관없이 참여연대 같은 사회 운동 단체들이 어젠다를 만들고, 정부가 끌고 나가도록 압박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고통과 아픔이 있고,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각기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이 싸움은 세분화되고 주변화돼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를 아우르면서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의제로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함께 싸우는 것이 참여연대의 역할이다.

월간 참여사회 2022년 4월호 (통권 294호)
ⓒ 박영록

이지현 신임 사무처장
2020.03-2022.01 참여연대 사회경제국 국장 
2019.01-2020.03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국장
2013.01-2016.02 참여연대 시민감시1팀 팀장
2010.12-2013.01 참여연대 정책기획팀 팀장
2005.02-2010.12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 

이지현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올해 활동 방향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 강화’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상희 칠레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의제 중 가장 와닿았던 것이 보충성의 원리에서 연대성의 원리로 바꾸자는 것이다. 보충성은 모든 것이 개인의 문제지만 해결할 수 없으면 국가가 도와주겠다는 개념이다. 연대성은 그게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고, 같이 풀어야 한다. 이런 개념이다. 좌파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이 ‘연대’는 운동 차원에서 어깨동무하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차원에서 함께하는 연대다. 필요하면 어깨를 내주고 경우에 따라서 다른 사람의 어깨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것이 참여연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한다.

올해 정기총회를 앞두고 진행한 회원 설문조사 결과(본지 42쪽 참고)를 보면 우리 회원들은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사업으로 ‘권력기관 권한 줄이기와 검·경 권한 오남용 모니터’(50.2%)를 꼽았고, 2022년 주력해야 할 활동으로도 ‘검찰·경찰·공수처 수사체계와 권한 오남용에 대한 시민감시 강화’(28.9%)를 선택했다. 관심이 큰 만큼 우려도 클텐데 차기 정부에서 검찰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한상희 걱정은 된다. 하지만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글쎄. 검찰이 권력을 가졌을 때 그 방향은 또 다른 권력이다. 실제 검찰이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다른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을 상대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끼리 싸우게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통스럽겠지만 서로 싸우다가 정신 차리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촛불로 하루아침에 대통령을 쫓아낸 사람들이다. 새 정부가 검찰 권력 전횡할 경우 국민이 참아줄까. 윤석열 당선인의 정체성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인데, 거꾸로 살아있는 권력인 자기를 수사하라고 말하지 못하는 순간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지현 검찰개혁은 우리 회원들의 요구가 큰 주제이다. 지난 5년간 일부 진전이 있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다시 후퇴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조짐이 보이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운동, 참여연대의 위기”라는 말을 너무 오랫동안 들어왔다. 이 위기 극복도 큰 과젠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이지현 촛불로 이른바 개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고, 참여연대의 어젠다나 과제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우리도 그 이상의 상상력을 갖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민운동의 의제를 많이 흡수했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평가를 함께 받는 측면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참여연대가 더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상희 그동안 참여연대가 애써 만든 좋은 의제들을 너무 쉽게 정치권에 뺏겼다. 정치권으로 들어가면 용두사미가 돼 버리니 회원들도 참여연대가 뭘 한 건지 의문인 것이다. 시민운동의 의제들이 그 취지와 내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치권을 압박하고 싸워야 한다. 또한 20~30대 회원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지현 참여연대에는 최근 부상하는 기후위기, 젠더 등 이슈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우리 활동을 새로운 의제와 어떻게 접목할지, 청년 세대와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이 깊다. 지금까지 그 노력이 부족했다. 반성하고 있다. 

올해 정기총회 슬로건이 ‘새로운 전환, 우리 함께’다. 두 분이 생각하는 ‘전환’이란 무엇인가?

이지현 2년 후면 창립 30년이다. 관성적으로 붙들고 있는 의제는 없는지, 문제 제기와 대안이 실제 의미가 있는지 점검하고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 방식, 욕구가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는 온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시민들의 참여 에너지를 우리 활동과 연결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전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의 방대한 활동들에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긴 하다.

한상희 예를 하나 들어보면, 기후위기는 사실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겠지만 결국 개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고, 참여의 문제다. 참여연대가 이런 다양한 의제들이 터져 나오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걸 모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상희 대표는 1997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힘써왔으며, 최근까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인권’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한상희 특별한 계기는 없다. 원래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헌법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도 있고, 누가 이거 좀 해라 그러면 모범생이라서 열심히 하다가 이 지경이 된 것 같다.(웃음) 나는 인권이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것에 반대한다. 인권은 고통받고 힘든 사람의 것이다. 내가 아니라 내 옆 사람의 것이다. 어렵게 살았지만 26살에 최연소 교수가 됐다. 비교적 가진 자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인권은 나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인권을 위해 내가 할 몫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간 참여사회 2022년 4월호 (통권 294호)
ⓒ 박영록

한상희 신임 공동대표 

  • 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 2019.02-2022.03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2011.03-2015.03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 2005.03-2009.02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 1997~현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지현 사무처장은 2001년 입사 후 20여년간 참여연대 활동가로 살아왔고, 6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다. 이제 ‘극한직업’으로 불리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직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데 어떤가. 

이지현 쉽지는 않다. 시간, 에너지 모두 한계가 있다. 일이 바쁜 옆지기와 시간 조정도 큰일이고. 아이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일과 가정, 육아의 균형을 잡을지 많이 생각한다. 끝내 못 풀 숙제 같기도 하다(웃음)

앞으로 어떤 대표, 어떤 사무처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상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대표가 되고 싶다. 대표가 끼어든다는 것은 뭔가 삐걱거린다는 것이고 부족하단 건데 다 잘 돌아가서 ‘저 사람은 대표할 때 뭐했더라’ 하는 대표가 되고 싶다.

이지현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조직적으로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임기 내 전환을 완료하진 못하겠지만 출발점을 잘 만들어 놓은 처장, 징검다리 역할을 잘한 처장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혹시 회원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상희 대표가 되니 회원들에게 미안하다. 특히 지방에 있는 회원들과는 만나는 것도, 의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 사무국에서 올해 만날 기회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회원들이 먼저 요구해주셔도 좋겠다. 그럴 때 참여연대가 정말 힘 있고 활력 있는 단체가 될 것이다. 

이지현 그저 감사하다.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참여연대가 UN에 천안함 서한을 보냈을 때가 떠오른다. 보수단체들한테 고초를 겪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쏟아진 응원과 지지를 잊을 수 없다. 회원은 참여연대의 든든한 배후다. 올해는 회원들과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할 것이다. 함께해주시라.

인터뷰 중 한상희 대표는 세상이 안 바뀌는 것 같아도 사실은 바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공무원들과 얘기할 때 ‘인권’을 설명하는 데만 한참 걸렸는데 이젠 그럴 필요는 없다고. 여기서 한 단계 뛰어넘으면 서로 같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느리지만 결국 바뀌는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조금 더 속도를 내도록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것이 참여연대의 역할일 것이다.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회원들과 시민들을 믿고 당당하고 힘차게 첫발을 내딛기를 바란다.


신미지 미디어홍보팀 팀장 / 사진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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