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2월 2013-12-05   1905

[특집] 2013, 희망과 절망의 순간들2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2013년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을 안겨준 많은 일들이 교차했다.
깊고 깊은 절망 속에서 희망이 솟았고,
다시 그 희망의 빛을 누르는 절망의 무게가 자꾸만 더해졌다.
그래서 2013년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볼 수밖에 없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참여사회』가 2013년 한해, 희망과 절망의 순간들을 정리해 보았다.

 

글·구성 이용마 권복기

 

[특집] 2013, 희망과 절망의 순간들1에서 이어서 >>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밀양  강정  쌍용  재능… 쫓겨나는 이들의 존엄

 

어~라.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농성이나 시위는 젊은 사람들만의 몫은 아니었다. 밀양의 시골 마을에서 한전 직원들과 경찰 등을 상대로 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싸움이 벌써 8년을 넘었다. 76만5천 볼트짜리 고압 송전선로가 머리 위를 지나갈 경우 평화로웠던 시골 마을은 사실상 폐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푼돈의 보상금을 받고 고향을 떠나라는 한전의 일방적인 요구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해 이치우 할아버지가 분신까지 해 숨졌지만, 올 들어 한전과 경찰은 더 강경하게 밀어붙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싸움이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싸움이 장기화될수록 주민뿐만 아니라 정부가 말하는 ‘외부 불순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핵발전소와 거대 송전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고 있다.

 

7년 동안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제주 강정마을에 대해 정부는 일방적으로 ‘갈등 해소 지역’이라고 선언했지만, 주민의 반대와 ‘외부 불순세력’의 연대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강정마을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바꾸자는 문인들의 ‘강정 10만 대권 프로젝트’에 따라 1차로 3만 권의 책이 마을에 진입하기도 했다. 현재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5명이 구속된 상태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강정을 향한 10만 대권 프로젝트에 비견되는 또 하나의 희망 프로젝트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H(Heart)-20000 프로젝트다. 6년째 싸우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그들의 천직을 찾아주기 위해 시민 2만 명이 마음을 모아  2만 개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을 구입해 해고 노동자들이 직접 자동차를 조립하도록 한 프로젝트였다.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H-20000프로젝트 발표회에서 다시 작업복을 차려입은 쌍용 노동자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그러나 남부경찰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분향소를 차렸던 대한문 앞에 거대한 화단을 설치하여 노동자들을 쫓아내었고 이에 항의하던 김정우 지부장을 구속하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11월 16일 대한문 분향소를 평택으로 옮기기로 하고 위령제를 올렸다. 반면, 터키에서는 탁심광장이라는 도심 공원을 지키려는 터키인들의 자발적인 침묵 시위가 정부의 갖은 진압에도 불구하고 끝내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차의 최병승 천의봉 두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296일 간이나 철탑 농성을 결행했다.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찾아가 응원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10월말 법원은 이미 부당해고 소송에 승소한 최병승 개인에게 현대차가 8억4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8년간 밀린 2억8천만 원의 급여 총액에 부당해고에 따른 가산급여 200%를 합한 것이다. 2007년 이래 5년 8개월여를 끌어온 재능교육 노동조합의 농성이 2076일만에 타결되었다. 한편, 지난 2010년, 1895일만에 타결된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5월 복직했지만 회사가 경영 사정 등을 이유로 일거리를 주지 않아 다시 투쟁에 내몰리고 있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갑의 횡포와 을의 연대

 

“죽기 싫으면 받아”, “맞짱 뜨려면 들어오든가 XX야”. 본사 영업 담당 직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퍼부은 말들이다.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폭로로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난 갑의 횡포. 대한민국은 갑의 피라미드 사회다. 조카뻘 되는 갑이 삼촌뻘 되는 을에게 막말을 하고, 때론 폭력을 휘두르고, 온갖 불이익을 떠넘겨도 꼼짝할 수 없는 절망의 먹이사슬. 학교에서 갑을 관계의 실상을 배웠다면 을의 처지에 주로 서게 되는 직장을 선택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을이 갑에 맞선 경우는 없었다. 제약회사 영업 직원이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싸우기는 어렵다. 하청회사가 원청회사에 맞서기도 어렵다. 그러나 올해는 을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 해였다. 남양유업의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밀어내기 관행에 맞섰고, CJ 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도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 등에 분노해 파업에 나섰다. 갑의 횡포에 맞서는 ‘을의 연대’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견인하는 든든한 동아줄이 될 것이란 희망을 쏘아 올렸다.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atopy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   

 

“현지 위안부와 달리 조선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에 서술된 문구이다. 마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일본군을 따라다닌 것처럼 서술해 놓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며 단 한 번 등장하고 명성황후는 ‘중전 민씨’로 표현되어 있다. 의병은 일본군의 ‘소탕’의 대상이고 훈민정음 창제 사실도 달랑 한 줄로 적고 말았다. 역사 왜곡과 오류 등 300여 곳의 문제점이 발견된 교학사 교과서는 일부 수정을 거친 채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정부 여당은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는 등 해방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친일의 잔재가 뿌리 깊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의 해방운동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참여사회 2013년 11월호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해고자가 조합원이 아니라고? 당연한 것 아니야? 그렇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조합원 자격은 대단히 폭넓어서 해고자는 물론 취업 준비생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실업자와 구직자들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해고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눈엣가시처럼 보였던 전교조를 파괴하기 위한 탄압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해서도 설립 신고증을 주지 않았다. 노동부와 전공노 간의 물밑 교섭을 통해 합법화를 허가하기로 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 정부 하에서 전공노가 설립 허가증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도 드러났다. 이병철 회장 때부터 노조는 무조건 안 된다는 방침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관철되는 배경에는 노조를 막기 위한 삼성만의 비법이 존재했던 것이다. ‘조기에 와해’, ‘고사화 추진’ 등 전쟁 상황에서나 들을 수 있는 살벌한 말들이 151쪽 짜리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에 등장한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 박탈은 다행히 법원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법적 지위 박탈 문제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집행을 보류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정부와 검찰의 막가파식 행태에 대해 과연 우리 사법부가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균형을 잡아줄 수 있을지……. 갑자기 사법부가 마지막 희망의 보루로 등장한 상황이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atopy

세계 공황 장기 불황 시대의 도래  

 

세계 공황?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단행한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정책.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매달 8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2조 원씩을 풀어, 지금까지 2조 달러 즉 2천200조 원 정도를 시중에 풀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30년대 이후 제2의 세계공황에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 성장률이 예상되고,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어도 3%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체감경기는 더욱 떨어진 가운데 찬바람만 휑하니 불고 있다. 올 들어 자영업자들의 붕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체 경제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인 22.8%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흑자를 누리는 반면 동양그룹처럼 한계상황에 다다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 대기업 간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좀처럼 온기가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atopy

집값 하락과 전셋값 폭등

 

억! 억!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10억 안팎에 이르던 집값이 1, 2억 정도 뚝뚝 떨어졌다. 일본과 같이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전망부터 경기 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쉽게 반등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경기 불황과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전셋값이 폭등하고, 월세가 일반화되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을 사상 초유의 전셋값이 떠받치는 형국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이 어째 이상하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전셋값 대책은 없고, 집값을 올리기 위해 국민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40대 이상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더 이상 집 살 여력이 없자, 젊은 층들이 빚내서 집을 사도록 생애최초주택자금이니 뭐니 해서 각종 유인을 내놓았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반짝 하더니 효과가 없다. 전셋값은 계속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꺼지지 않고 있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atopy

한국형 넷우익의 등장  일베 현상

 

특정 지역 비하, 여성 혐오, 김대중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 찬양, 인종차별주의, 패륜과 엽기. 소위 ‘일베 현상’을 특징짓는 말이다. 인터넷이라면 진보적인 세력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지만, 이를 한 순간에 깨버린 것이 바로 ‘일베 현상’이다. 젊은 층들로 구성된 소위 ‘신우익’의 등장.

이들의 행태는 소위 ‘88만원 세대’의 절망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이들은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젊은 시절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온 몸으로 그 피해를 보아야 했다. 그 결과가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 진보 진영 그리고 기성세대인 소위 ‘민주화 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기성세대의 금기를 깨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젊은 층의 막연한 반사회적 정서가 분단체제 하에서 왜곡된 일부 냉전 프레임과 결합하면서 신우익 성향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약한 자의 곁에  프란치스코 교황

 

여자 소년원생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추는 프란치스코 교황. 전 세계 보수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바티칸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 그것도 소년원생이나 무슬림의 발을 교황이 닦는 모습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과거 265명의 교황들은 모두 남성, 그것도 가톨릭 신자의 발만을 씻겨주었다. 그만큼 이 장면이 의미하는 효과는 큰 것이다. 단연코 2013년 지구촌의 최대 뉴스메이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선언한 교황은 먼저 스스로를 낮췄다. 소박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여느 사람들과 함께 특별하지 않은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다짐처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죽음을 피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보트 피플, 착취에 시달리는 제3세계의 노동자, 그동안 교회에서 백안시하던 동성애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대신 바티칸 성직자들에게는 부정과 부패를 추방하고 ‘가난한 교회’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황이 부패한 성직자들과 공모한 마피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이다.

이제 교황은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는 예수의 말처럼 지구촌 사람들이 가장 높이 여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가 언젠간 나타날 것이란 희망을 다소곳이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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