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4월 2019-04-01   2359

[특집] 미세먼지, 공포와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봄철이면 더욱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연일 울리는 비상저감조치 안내 문자와 마스크, 공기청정기가 일상생활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뾰족한 답은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만 없는 미세먼지 문제, <월간참여사회>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어려움과 한계들을 객관적으로 짚어보고 대책 마련 논의의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봅니다.

 

 

특집1_미세먼지, 답이 없다?

미세먼지,
공포와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새로운 위험은 언제나 등장한다 

 

“미세먼지 불안에 공기청정기 불티나게 팔린다”

“미세먼지 공습…에어프라이어·차량용 공기청정기 매출 급증”

 

요즘 이런 기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적어도 미세먼지는 모두에게 공포는 아니다.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핵심이 기존에 없었던 수요 창출을 통한 끊임없는 이윤 착취에 있다면,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극적인 수요 창출 과정을 보여준다. ‘공포’와 ‘위험’만큼이나 수요 창출과 직결되는 감정도 없다. 하지만 위험이 진짜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일치된 의견은 없는 듯하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로 지정됐지만, 그건 아주 고농도의 미세먼지를 장기간 흡입했을 때의 이야기다. 수요와 창출의 법칙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미세먼지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위험이 한국 사회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마 오존이 될 수도 있고, 라돈이 될 수도 있으며, 외계인이 들여온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는 집에 오존 차단기, 라돈 검출기, 새로운 바이러스를 막는 우주복을 구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목숨이 걸린 문제라는데, 가격이 대수겠는가? 

 

세간에 미세먼지 위험에 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것은 실험실을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하는 왜곡된 데이터 해석인 경우가 빈번하다. 흡연 위험과 무리하게 비교함으로써 미세먼지 위험을 비현실적으로 왜곡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미세먼지 위험이 훨씬 큰 인도의 경우, 야외에서 5시간 이내로 걷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 외출을 삼가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유리하다고 보고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실이 인도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상정한다면, 미세먼지 때문에 온 집안 문을 걸어 잠그고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위험 정보는 오히려 사람들을 과도하게 불안에 떨게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이 위험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영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20%에서 80% 사이로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유일하게 일치된 의견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양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외 미세먼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모든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아무것도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점점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프로모션 기사와 공포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환상  

전문가들이 특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미세먼지 농도와 고농도 일수가 갑자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현상인데, 데이터 수집 방법의 차이와 함께 이것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세먼지 공포 증가를 설명할 주요 변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 결국 남는 것은 언론보도의 영향이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언론이 상당 부분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것은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일단 2013년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는 부분이 있었고, 2014년부터 미세먼지 예보가 시행되면서 언론의 미세먼지 기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5개 주요 일간지의 2012년 미세먼지 기사는 74건이었지만, 2014년에는 1분기에만 996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단 한 건의 미세먼지 기사도 보도되지 않았다가 2014년 1년 만에 339건의 관련 보도가 쏟아진다.❶ 이러한 추세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언론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언론보도의 내용인데 공포를 자극하는 기사가 많고, 정보원도 다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험의 증상만을 강조할 뿐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보도가 많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프로모션 기사의 급격한 증가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기사 중 약 20%가 특정 회사의 제품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기사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명확한 회사명과 제품명이 기재된 경우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상품을 프로모션하는 경우까지 합친다면 상당 수준의 미세먼지 기사들이 제품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프로모션 기사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위험 문제가 다뤄지는 전반적인 경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프로모션 기사의 주제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험에 개인적으로 대처하라는 것이다. 위험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사람은 이 상품을 쓸 것이고, 슬기롭지 못하거나 스스로 위험을 막을 만큼 돈을 쓸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미세먼지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공포의 자극과 개인적인 위험 대응의 연결고리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사회적인 공포와 관련된 인식의 흐름을 다루는 이론에 따르면 위험 쟁점이 일단 사회적인 공포로 작용하면 사람들은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외부로 원인을 돌렸을 때는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감소시킬 노력보다는 외부 원인을 비난하고 개인적 대응에 집중하게 된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강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마스크를 쓰고, 집안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으로 타당한 대응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프로모션 기사와 공포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위험 제거의 환상은 근본적으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성찰적인 노력보다는 상품을 통한 개인적인 대응에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위험 대응은 그만큼 피상적이고 물신숭배적인 경향을 갖는다.

 

위험사회의 위험은 재귀적이다. 이 말은 위험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들이 오히려 위험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가습기살균제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위험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세력들에게 위험의 재귀성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고려되지 않는다. 위험은 오로지 상품화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설정해 나간다.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과 이를 신봉하는 이기적인 소비자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이런 문화 속에서 근본적으로 위험을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쟁점들은 쉽게 무시된다.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언론보도의 역할, 과학자의 사회적 책무, 정파적인 과학 해석의 방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문제 해결에 있어 시민들의 의지를 결합하고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활성화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과정 등은 공론의 장에서 힘을 잃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미세먼지 제거가 가능하다는 속삭임만이 새로운 신화로 등장하고 있다.  

 

❶ 김영욱, 이현승, 장유진, 이혜진 「언론은 미세먼지 위험을 어떻게 구성하는가?-미세먼지 위험보도 프레임과 정보원 분석」,『한국언론학보』(2015) 

 

 

 

특집. 미세먼지, 답이 없다? 2019년 4월호 월간참여사회 

1. 미세먼지, 공포와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욱

2.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속수무책? 황인창

3. 미세먼지, 동북아 협력은 가능한가 남상민

4.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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