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6월 2021-06-01   1309

[경제] 거래세 내리고, 보유세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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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세 내리고, 보유세 올리고!

 

토지공개념 논의가 뜨겁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익을 추구하다 보면 효율이 높아지고 높아진 효율만큼 부가가치를 향유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증가한 효율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부의 근원이라니 정말 멋진 이론이다. 특히, 사익을 추구한 나만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효율이 높아진 만큼 사회 전체 효용이 증가한다. 결국 증가한 나의 부는 물론, 사회 전체의 효용도 효율 증대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냥 쉽게 생각해보자. 제조 비용이 1,000원 들던 물건이 있다. 공정을 효율화해서 800원에 만들어서 900원에 팔면, 나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물건값이 하락하여 더 많이 공급되니 사회 전체의 효용도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토지다. 토지는 아무리 제조 공정을 효율화해도 공급량이 증가하지 않는다. 공급량을 늘리자고 갯벌을 무한대로 개간해서 공급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토지에는 사익 추구를 통한 효율성 증대라는 자본주의 원리가 제한적이라고 한다.

어차피 국가 재정은 효율성과 형평성의 두 날개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공급량이 제한된 토지의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토지의 형평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그런데 과연 형평성과 효율성은 모순되는 가치일까? 다시 말해 토지공개념의 형평성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토지의 효율성은 희생되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효율성과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도 존재한다. 바로 보유세 인상이다. 

 

보유세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처럼 토지나 주택 보유 과정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토지나 주택을 살 때 취득세라는 거래세를 내고, 보유하는 도중 매년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게 된다. 팔 때 부과되는 거래세는 없다. 간혹 팔 때 발생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로 표현하는 일이 있는데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부동산을 팔았기 때문에 내는 세금이 아니라 부동산 팔 때, 만약 양도차익 소득이 발생하면 발생한 소득에 내는 소득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발생한 매매차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➊ 식으로 변하는 세금이 아니라 소득세제 원칙에 따라 일관된 적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부동산세제의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강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래세는 너무 높고 보유세는 지나치게 낮다. 그래서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이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현실은 요원하다. 거래세 인하를 통해 이득을 보는 미래의 수요자와 보유세 인상을 통해 부담이 늘어나는 현재 보유자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차, 순차적으로 거래세는 인하하고 보유세는 인상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이 

토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유 

 

왜 거래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인상해야 할까? 이는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증대시킬 방안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하는 보유세는 마치 형평성만을 추구하는 세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토지를 보유한 부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토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이기도 하다. 

 

토지와 부동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토지와 건물을 잘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효용을 누려야 한다. 그런데 시세 차익만 노려서 활용하지도 못하는 토지와 건물을 보유만 하면 어떻게 될까?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도 못하고 사회적 효용이 증가되지 못해 토지의 효율성이 저해된다. 그럼 가지고 있어봤자 잘 활용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토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고, 토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늘릴 사람에게 전달해줄 방안이 무엇일까? 정부가 심사를 통해 토지를 분배할까? 

시장 원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쉬운 방안이 있다. 바로 보유세를 높게 부과하면 된다. 보유세를 높여 보유 부담이 생기면 그 토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토지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토지에 부과되는 보유세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해당 토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높은 보유세가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는 토지 가격이 떨어져서 실사용자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다만 높은 거래 비용은 토지이용을 더 잘할 사람에게 토지가 배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보유세를 인상하되, 취득세 같은 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증대할 방안이다. 

 

나는 토지 보유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토지공개념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높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경제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토지 사용방안에 개인적 관심이 더 치중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보유세 강화는 우리나라 토지의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다. 이는 한정된 재원이 지대추구를 벗어나서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일 방안으로도 연결된다. 

 

높은 소득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은 소득의 형평성을 위한 제도다. 이론적으로는 고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고도 한다. 그러나 토지 보유에 높은 재산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토지 공급이 줄어드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 인하, 보유세 강화’라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동향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니 부동산 시장 동향을 반영하는 것도 차라리 좋다. 정파적 득표 전략에 따라 반응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깐.

 

 

➊ 아침저녁으로 뜯어고친다는 뜻으로,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자주 고침을 이르는 말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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