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068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장수마을에서 쏘아올린 작은 꿈

장수마을에서 쏘아올린 작은 꿈

 

 

이진주 『참여사회』 자원활동가

 

여기 좁고 긴 계단을 올라가는 한 청년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 볕에 그는 계단 중턱에 멈춰서 맺힌 땀을 닦으며 마을을 둘러본다. “현재 위치는 서울 성북구 삼선4구역, 장수마을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재회했다는 7월, 필자는 좁고 긴 계단을 거쳐 그를 만났다. 다소 수척한 얼굴에도 열정이 가득한 눈빛의 그.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저는 참여연대 ‘최저생계비 한달나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손대규에요.”

  참여연대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들에게 엽서 보내기’ 거리캠페인을 통해 1,200장의 시민 엽서도 모았다. 모두 9월에 있을 최저생계비 결정에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

  “여기, 장수마을은 일제 때부터 판잣집이 들어서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이 곳을 선정한 건 최저생계비에 책정된 주거비에 맞는 곳이어서에요. 낙후된 지역인데도 주변에 성곽이나 문화재가 있어서 기존의 재개발은 어렵죠. 현재 ‘대안개발모임’에서 친환경적인 재개발을 모색하고 있어요. 이 모임을 통해 주민 분들을 만났는데, 모두 자신들의 사정을 알려야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며 응원해 주셨어요.”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낙후된 공간의 이름이 ‘장수마을’이라니.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한 달 동안 진행되니 어려운 점도 있었죠. 덥고 배도 고프고.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을 영화제인데, 100명 정도 온데다 아이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처음으로 이곳의 활기를 느꼈죠.”

  장수마을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꿈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한 제도의 문제점이 해결돼야죠. 법이 시행 된 지 10년인데, 최저생계비는 주민소득 45%선에서 33%선으로 하락했어요. 현재의 최저생계비도 목숨을 부지할 정도지만, 이게 인간다운 삶인지는 고민할 필요성이 있죠. 캠페인 중 누군가 린스를 구입하거나 핸드폰 이용을 하면 사치품 쓴다며 비난합니다. 최저생계비 받는 사람은 생필품만 구입해야한다는 시선이 무서운 거죠. 더운 날 음료수 하나 사먹을 수 있는, 한 달 에 한 번은 영화도 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의 기준이 따로 있어야 할까요?” 그는 가난에 적응하며 살아야한다는 프레임을 해체해야 함을 전해주었다.

  “최저생계비 금액을 높이면 시민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믿는 분도 있죠. 그런데 현재 290조 정도의 예산에서 10조 정도만 최저생계비에 운용되요.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건 어폐가 있어요. 오히려 지금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정부에게 왜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냐고 되묻고, 우리의 권리를 외쳐야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캠페인 마감을 앞둔 소회를 물어보았다.
“이 캠페인은 체험단과 자원활동가와 주민, 시민들의 열정이 더해져 이루어졌어요. 앞으로도 함께 노력하면 최저생계비 현실화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냉방도 되지 않아 땀 흘리며 진행했던 장수마을의 뜨거운 인터뷰. 길고 긴 계단을 다시 내려가며 생각했다. 내년 7월에 그와 다시 만나게 될 때는 “꿈과 희망이 장수하는, 장수마을입니다”라는 마을버스의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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