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2월 2010-12-01   1126

경제, 알면 보인다-자립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관리

자립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관리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돈이 웬수야, 웬수!”

사람들은 돈을 숭배하고 돈을 좇으며, 돈이라면 영혼이라도 팔 듯 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돈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겠지만, 돈에 대해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말들을 쏟아내면서, 스스로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지거나, 돈이라면 무작정 많이 있어야 한다든지, 어차피 자기는 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실컷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기 쉽다. 혹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들도 많다.


돈 많은 사람보다 돈이 적은 사람이 더 긍정적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돈에 대해 긍정적이고,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것이 절대 아니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돈에 대한 태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세상의 모든 재화들은 한정적이며, 얼마를 가졌느냐 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돈이 적으면 적은대로 잘 쓰는 방법을 궁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보면 돈이 많은 사람보다 적은 사람이 돈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경우를 종종 접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고, 집안 살림을 하고, 타인을 위해 내놓기도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건, 삶에 목표가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숭배하지도 돈을 좇지도 않는다.

  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라는 이야기는 진부할 수도 있으나 현실에서는 행복을 이뤄나가는 근원적인 힘을 준다.

  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면 경제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쉬운 돈벌이가 있을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이유 없이 주위와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돈의 유무에 의해 행복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에 한숨을 내쉴 필요도 없다.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지 않아도 돈에 대한 건전한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저소득층의 재무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부터 차상위 계층, 저소득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대표적인 분들을 많이 만난다. 상담 과정에서는 그분들의 고된 인생 역정을 듣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놀라게 하고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나처럼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하지만 아이가 너무 예뻐서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계부에 꼼꼼히 한 푼이라도 잘 쓰기 위해 기록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가계부 정리 같은 건 저와 거리가 먼 일이었어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기 위해 가계부에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돈을 써 보니까 아낄 것이 있더라고요.”

  혼자서 이제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녀는 매월 70만 원의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아 생활한다. 수입 대부분을 아이를 위해 쓰고, 남은 돈은 모두 저축한다. 가장 시급한 저축 목적은 아이와 함께 안정적으로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시작하고, 장기적으로 아이 교육비를 마련하려고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꿈나무 통장(대상자가 저축을 하면 매칭으로 복지재단에서 저축해주는 제도)에도 가입했다.

  “저축을 하기 전에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사회의 도움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으니 미안한 마음만 있었고요. 그런데 저축을 시작하고서는 그런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에게도 덜 미안해요.”


자립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

당신이 오늘 누리고 있는 아주 평범한 물질적 환경은 누군가에는 간절히 달성해야 할 소중한 목표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그 어머니는 전세방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함으로써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 아이에게 느끼는 미안함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절망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행복감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계층 분들과 상담하면서, 평범한 환경에 아무 감동이 없었던 내 자신보다, 간절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통장을 보며 꿈을 꾸는 가난한 그분들이 참다운 행복의 의미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자주 반성하게 되었다.

  자립을 위해 노력 하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도움 받는 사람에 비해 자존감이 높다. 그 자존감은 목표 의식을 구체화시키고 자립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일부 사회 활동가 중에는 저소득층이 턱없이 부족한 사회보장시스템 안에서 결핍을 감수한 저축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희석화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소비를 조절하고 저축 할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늘려야 한다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의 사회안전망 안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한 순간의 부주의로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경우 사람다운 삶을 살 만큼의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어 있지 않은 것에 불안을 느끼며 산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의 의지는 자존감과 희망이 있는 사람이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소비를 조절하고 저축을 통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도 희망을 만들어 가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자존감이 높아져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돈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상태는 무력감을 줄 위험이 있다. 무력감은 사회에 대해 비판 의식이 아닌 비관을 준다. 사람들의 비관은 분노로 이어지지 않으며 당연히 사회적 모순의 해결을 위한 연대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턱없이 부족한 생계 보조금을 쪼개 저축하는 저소득층을 보면 저축을 위해 그 분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결핍은 상당히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또한 생각보다 대단하다. 사회 비판 의식도 돈에 대해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관념을 가진 채 충동적으로 소비 생활을 하는 사람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자부심은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을 준다. 돈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늘 자신의 재정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긍정적인 목표를 가지고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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