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참여연대] 신축 공공병원이 전국에 단 3곳뿐이라고?

신축 공공병원이 전국에 단 3곳뿐이라고?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정부의 공공의료 포기선언 

 

글. 이미현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뉜다.” 코로나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코로나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개혁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도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공병원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과거 그 수나 규모 면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치료의 80% 이상을 감당하면서 공공의료 확충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시민들 역시 왜 공공병원을 늘려야 하는지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만이 제자리걸음입니다. 

 

“공공의료 1% 늘리기로 국민 생명 책임질 수 있습니까?”

지난 6월 2일,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회의장 건물 앞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줄지어 섰습니다. 향후 5년간의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이었습니다.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물 입구에 모습을 보이자, 한 활동가의 뜨거운 발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공공의료 1% 늘리기로 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습니까? 왜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국민의 의견 수렴 없이 산업계와 의료공급자 중심으로 논의하시는 겁니까? 저희는 의료공급자와 산업계에 편향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8%의 한국 공공의료가 팬더믹 상황에서 모든 환자 치료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민간의료기관은 병상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민간의료기관 기관장들이 왜 공공의료에 관한 논의를 합니까? 저희는 이 회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7-8월호 (통권 287호)

6월 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앞에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 전면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공병원 확충 의지 없는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지난해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겪은 위기와 비극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병상부족으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도 입원할 수 없었고,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이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러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병원 비중을 고작 1% 늘리는, 실망스러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공공병원 20곳을 신·증축’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20곳 중 새로 짓는 곳은 부산 서부, 진주, 대전 고작 3곳에 불과하며 이조차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지역이어서 정부가 추가로 설립 계획을 내놓은 곳은 0곳인 셈입니다. 

 

나머지 17곳은 증축 계획으로, 기존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300병상 이하로 열악한 실정인데 그중 절반만 증축하겠다는 것이어서 이 또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계획이 모두 지켜진다 해도 현재 8.9%인 공공병상 비중은 5년 후 고작 9.6%가 되는 데 그치는 수준입니다. ‘전체 의료의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80%를 치료했던’ 열악한 한국의 공공의료 현실이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심의하는 것은 어불성설 

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은 내용뿐 아니라 이를 심의한 기구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심의를 위해 소집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나치게 의료산업계와 공급자 편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급자 대표’ 자격으로 포함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은 공공의료 공급과 관련이 거의 없는, 민간병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입니다. ‘전문가 대표’ 몫에는 줄기세포 규제완화 등 의료상업화를 전문으로 하는 인사가 배치되었고, 몇 안 되는 ‘의료수요자 대표’에도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 등 산업계 인사들이 포함됐습니다. 정작 공공의료의 수요자인 시민을 대표하는 위원은 양대 노총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또한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의사들의 파업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은 이같은 공공의료 확충 계획에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공병원,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현실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은 약 30개 지역으로, 울산과 광주가 대표적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감염병 확산 시 공공병원에 가고 싶어도 멀리 타지역까지 가야만 합니다. 공공병원이 있다 해도, 지역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역이 다수입니다. 대구와 인천 지역에 추가로 의료원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방의료원이 없는 30개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400병상 미만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400병상 이상으로 증축해야 합니다. 또 청도대남병원 같은 지역 부실 민간병원을 찾아 공공화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수많은 병상대기 환자를 경험했고, 의료공백으로 안타까운 죽음들을 목도했던 한국 사회에서 공공병원 확충은 최소한의 필수 정책입니다. 이 정도 확충 계획 없이 제2, 제3의 팬더믹이 오면 우리는 또다시 병상부족과 의료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좋은 공공병원 만드는 운동은 계속된다

전국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소속 단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계획안으로는 향후 계속될 감염병 확산과 시장 의료의 폐해를 극복할 수 없음을 비판하며, 서울·경기·인천과 울산, 제주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또한 광주와 부산, 대전에서는 정부 계획을 규탄하는 입장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와 양대 노총의 회의장 퇴장에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이날, 결국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제2차 기본계획은 확정됐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한 지방정부 및 시민들과 함께 ‘좋은 공공병원 만들기 운동’을 계속 펼쳐나갈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➊ 2019년 1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70개 지역으로 나눠 필수의료 정책을 여러 시, 군, 구를 포괄한 ‘중진료권’ 단위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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