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9월 2021-09-01   406

[이달의 참여연대] 월간 브리핑 (2021년 9월호)

월간 브리핑

사무처에서 보고합니다 

 

글. 이선미 정책기획국장

 

 

두 달 만에 인사드립니다. 녹아내릴 것 같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벌써 가을이 들어선 듯합니다. 이미 내년 대선 예비후보들 경쟁이 시작됐지만 다양한 주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 변화의 상과 정책대안을 두고 경쟁하기에 앞서 선행해야 할 것은 현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는 일일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목표에 맞게 개혁과제들이 추진되었는지, 후퇴하거나 변질되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7월 21일 발표한 본 보고서는 참여연대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원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멈춰선 개혁, 성과와 한계를 따져봤습니다 

2017년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회복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실현하며 한반도 평화와 시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요구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사회 대개혁 요구를 국정과제로 약속했고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과제들도 다수 수용했습니다. 집권 초기,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2018년 최저임금 큰 폭 인상, 미흡하나마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입법 진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검찰개혁과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21대 총선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 개혁 취지 훼손, 주거부동산 정책의 패착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노동기본권 보장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반면 기업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며 재벌대기업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졌고,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허가 결정까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요구되었던 시대적 과제로 아래 6가지를 선정해, 국정과제와 주요 정책에 대한 적절성 평가와 이행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 표 일러두기 

◎ 취지에 맞게 이행이 완료된 과제

○ 취지에 맞게 이행 중인 과제

△ 미흡하거나 핵심이 변질된 채로 이행 중이거나 이행이 완료된 과제

X  미이행인 과제, 남은 임기 1년 동안 진행계획이 없어 사실상 폐기로 봐도 무방한 과제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 강화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과제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보다는 조직과 권력자 보위를 위해 권한을 남용해온 권력기관의 불법적 행위를 끊어내고,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권력기관 개혁을 ‘경찰의 비대화, 검찰과 국정원의 건재, 미미한 공수처’로 요약 평가합니다. 고위공직자 비리 행위에 대한 독립적 수사기소기구로 공수처 조직이 신설되고 법무부 탈검찰화,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정 등 일부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권한이 커졌지만 커진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은 매우 미흡하여 개혁이 아니라 퇴행에 가깝고, 국정원의 수사권 이관을 3년 유예시키는 등 한계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권력기관의 권한의 총량은 오히려 증가된 측면이 있고,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도 제대로 구비되지 못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서민 주거 안정과 자산 양극화 개선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주거·부동산 개혁에 핵심인 부동산 세제와 금융 부분에 대한 국정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고, 투기근절과 투기이익 환수, 자산 양극화 해결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권 중·후반에 대규모 공급대책과 함께 부동산 세제 강화, 대출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이 폭등한 이후에야 뒤늦게 뒷북 정책을 남발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주거급여 상향과 대상 확대, 공공임대 공급의 확대 등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고 공급 실적을 높이려다 보니 전세 임대를 크게 늘리고 저소득층용 건설임대주택 공급은 줄고 있습니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으나, 단 1회(2년)의 갱신청구권에 비해 임대인의 직계존비속까지 실거주 시 갱신을 거절하도록 하여 임차인들의 갱신청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이중가격이 형성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심각한 특혜 문제를 정비하지 못한 것도 한계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취약노동자 권리 보장과 안전한 일터 만들기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최저임금을 크게 높여 고질적인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집권 중반 이후에는 적극적인 이행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과제들을 다수 제시했음에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이외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확인할 수 없고, 정부가 표방한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다양한 정책들이 수반되어야 함에도 최저임금 인상 이외 구체적인 정책이 부재했으며 그나마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도 애초 천명한 것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매년 2천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참혹한 현실을 바꾸자는 시민들의 요구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지만, 두 법률 모두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 부분 후퇴하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정부가 입법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내용의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발표해 과연 산재 사망 근절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사회보장 강화와 불평등 해소

문재인 정부는 포용복지국가,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표방해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소득보장과 보건의료, 사회서비스 영역 등에서 국가의 책임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흡하게 추진된 과제들이 다수입니다. 

 

숙원이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정부가 약속한 전면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로 추진되었고, 사회서비스원법은 후퇴된 채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였지만 그마저 민간기관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실시 4주년을 맞아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자찬했지만, 실제 건강보험 보장률은 소폭 상승에 그쳤고 비급여의 풍선효과 등도 막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질·후퇴된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공공병원 신설이나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공공성 강화에는 일관되게 미온적이면서 되레 의료영리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을 제시하여 예술인, 특고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 있으나 장기적, 단계적 추진 계획을 밝힌 점으로 볼 때 실현가능성은 의문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재벌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완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축을 주요한 경제정책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정권 초기에는 공정경제 정책 분야에서 일부 진전된 변화가 있었지만, 정권 중·후반으로 갈수록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를 앞세우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주요 입법 과정에서 정부 여당인 민주당이 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포함하여, 입법은 완료가 되었음에도 실질적 재벌개혁을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소상인·골목시장 보호 관련하여 정부 정책 수준에서 가능한 과제를 적극 이행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를 실시한 것은 바람직한 부분입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가석방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 결국 8월 9일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공약에 배치되는 결정이자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한반도 평화 실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강화된 정세 속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실현 그리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군비증강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적극 추동하여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는 등 담대한 접근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2018년 어렵게 맺은 남북·북미 합의는 미국의 선 비핵화 요구와 대북 제재를 넘어서지 못하고 북을 겨냥한 군사훈련과 군비 증강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구체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예산을 연평균 7%씩 증액해왔으며,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을 시도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보복 응징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사업’은 이름만 변경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미군사동맹의 경우 전작권 환수 지연,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방위비분담금의 과도한 증액, 주한미군 기지 오염 문제 등 각종 현안들이 여전히 합리적이거나 공평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인권의 수준도 과거보다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국민 다수는 더욱 커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고 시민 통제 밖에 있는 권력기관과 경제권력의 건재함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 개혁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는 이후 지속적인 개혁을 위한 성찰과 개선과제로 남겨야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 2021년 9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