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1월 2010-11-01   1057

참여연대는 지금-아홉 번의 특별검사팀에서 얻는 교훈

아홉 번의 특별검사팀에서 얻는 교훈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1999녀 가을 ‘특별검사’라는 생소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만 해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 제 1호 특검이었던 옷로비 사건 최병모 특검팀(1999년)은 그 해 시사잡지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었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3호 특검, 차정일 특검팀도 열렬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 후 특검팀에 대한 국민적 지지나 관심은 예전만 못 해졌다. 근래 이명박-BBK특검이나 최근의 스폰서 검사 특검의 경우에는 ‘특검 무용론’이 나올 정도이다.

  특검이 수사 의지가 있는 인력으로 구성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수사’라는 행위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실체를 더 밝히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특검이 다루는 사안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인 만큼 정치 세력 간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특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에는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

  1999년에 첫 특검이 도입될 때부터 지금껏 시행해 온 ‘한시적 특검1)’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상설적 특검제도2)를 시행하자거나 상설적 특별수사기구3)를 두자는 주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검찰 신뢰가 부족한 만큼 특별검사는 필연

특검에 대한 실망감에서 나온 ‘무용론’과 한시적 특검에 대한 대안을 두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11년 동안 경험해 본, 9차례의 특별검사팀(아래 표)의 운영 결과를 비판적으로 되새겨봐야 한다4).

  특별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했는데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거나 애초 검찰에게 수사를 맡겨선 안된다고 판단될 때 도입된다. 옷로비 특검이나 파업유도 특검, 이용호 게이트 특검, 유전개발 특검, 이명박-BBK특검, 스폰서 검사 특검은 검찰이 수사 또는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특검이 도입된 경우이다. 반면 대북송금 특검의 경우는 검찰이 수사할 사안인지를 두고 국론이 갈려 검찰이 수사유보를 선언하고 특검이 도입된 경우이고, 노무현 측근비리 특검과 삼성-이건희 특검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특검이 도입되어, 검찰수사가 중단되거나 특검 수사와 병행한 경우이다.

  특히 삼성 특검, 파업유도 특검의 경우에는 검찰이 대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 등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으나 특검이 도입된 경우다. 그만큼 특검은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검찰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특별한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홉 차례 ‘한시적 특검’이 보여준 한계를 극복해야

특검팀에 현직 검사 파견여부, 그들에게 어떤 일을 맡기는가를 두고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적지 않다. 특검팀은 크게 5가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다. 특별검사 1인과 1~5명 정도의 특별검사보, 12~40명 내외의 특별수사관, 파견공무원이다. 파견공무원은 검사(2~10명)와 검찰공무원, 경찰관, 국세청, 금융감독원 직원 등으로 구성된다.

  특별검사가 특별검사팀 전체의 운영을 총괄한다면, 실제 수사를 지휘하고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문을 담당하는 것은 특별검사보다. 이들 특검보에는 대개 부장검사 이상의 경력자가 1명씩 포함된다. 1999년 파업유도 특검팀의 경우에는 비검사 출신 특검보는 김형태 변호사 1명뿐이었다. 당시 김형태 특검보는 파견검사의 수사참여 배제를 둘러싸고 대검 중수부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강원일 특별검사와 충돌해 특별수사관 4명과 함께 수사초기 특검팀을 나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스폰서 검사 특검의 경우에도 수사대상자들이 모두 전·현직 검사인데, 10명이나 되는 파견검사가 수사진행상황을 검찰에 보고했다고 한다.

  수사 실무상 현직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검사파견을 금지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옷로비 사건의 최병모 특검이나, 파업유도 사건의 강원일 특검은 검찰청 직원(검사나 검찰공무원)의 수사실무 참여가 부당한 경우도 있음을 드러낸 바 있으나, 최근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이 활동할 수 있는 수사기간을 제한한 것도 문제였다. 옷로비 특검과 파업유도 특검의 경우는 준비기간 10일을 빼면, 실제 수사기간은 겨우 60일 밖에 되지 않았다. 60일이 지나면 특별검사의 소환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주요 피의자들이 소환을 거부하거나 수사를 지연시키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그 다음 특검이었던 이용호 게이트 특검부터 삼성특검까지는 준비기간을 제외한 수사기간이 90일에서 120일(대북송금 특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명박-BBK 특검의 경우는 준비기간 7일에 수사기간이 40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스폰서 검사 특검팀에도 수사기간이 55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특검이 가동되기 전, 검찰에 의해 일부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40일 내지 55일 만에 많은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하고 각종 증거자료를 수집해 분석을 완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옷로비 사건을 담당한 최병모 특검은 “특검법에는 최장기간을 충분히 정해놓고, 실제 수사기간을 얼마 정도 할 것인가는 특별검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우 집권세력은 수사기간을 가급적 제한하려 하고, 야당은 늘리려 한다.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라는 점은, 특검의 다리 한 쪽을 묶어놓은 채 달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특별검사보나 특별수사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가진 변호사 등이 충분치 않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실제 이용호 게이트 특검의 경우에는 차정일 특별검사가 특별수사관 확보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특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10일~20일 내의 준비기간 안에 특별검사보와 특별수사관을 모두 선발해야 하고, 사무실 임대를 비롯한 각종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것도 특검팀이 안정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데 일조한다.

  검찰 출신 특검보와 비검찰 출신(민변 소속) 특별수사관, 특별검사 간에 협조가 원활했다고 알려진 옷로비 특검의 경우도 있으나, 한시적 특검은 갑작스레 수사팀이 구성되는 만큼 ‘팀워크’를 발휘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시적 특검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수사에 착수함을 알 수 있다.

  벌써 아홉 차례의 특검을 경험했다. 검찰을 전폭적으로 믿어줄 수 없는 만큼, 특별검사나 특별수사기구에 의한 수사는 앞으로도 필요불가결하다. 그리고 이제 아홉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같은 독립적 특별수사기구 설치가 그 대안일 것이다.

-각주-

1) 대개 특정한 사건이나 의혹이 불거지면, 그 때 그 때 정치적 합의에 의해, 국회가 해당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의 수사범위와 권한 등을 정한 특별검사법을 만들어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수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 1999년 첫 특검 도입 이전, 참여연대 등은 한시적 특검이 아니라 상설적 특검이나 특별수사기구를 통한 수사를 요구했으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한시적 특검’ 형태로 특검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했다.

2) 한시적 특검제와 달리, 대개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사대상자나 수사대상범죄 등을 사전에 정해둔 법률을 제정해두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하자는 것으로, 정치권의 논쟁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낭비나 야합을 경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3) 한시적 또는 상설적 특검의 단점을 극복하자는 것으로, 대개 특별한 수사대상자나 범죄에 대해 일상적으로 수사 및 내사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춘 독립성을 지닌 수사기구를 검찰과 별도로 운영하자는 것으로 참여연대가 요구한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제출한 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4)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현재 아홉 차례의 특검팀의 운영내역을 살펴보는 보고서를 준비중이고 11월 초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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