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1월 2010-11-01   1028

전태일 40주기-화장실조차 편히 못가는 ‘절반의 삶’

화장실조차 편히 못가는 ‘절반의 삶’

윤연숙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1970년과 2010년 40년 동안 여성노동자들의 삶…. 과연 근로조건과 노동환경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단적으로 경제활동참여율을 살펴보자. 1970년 경제활동 참여율을 살펴보면, 남성 77.9% 여성 39.3%로 나타났고, 2010년 8월 기준 남성 73.1%, 여성 49.6% 이다.

  수치만으로 보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분명 상승하였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0년 8월 기준 남성의 경우 전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68%, 임시근로자 22%, 일용근로자가 10%로 나타나는 반면, 여성의 경우 상용근로자 48%, 임시근로자 42%, 일용근로자 11%로 나타난다.

  또한, 성별에 따른 임금의 경우 2009년 기준 남성의 월평균 급여총액은 2,546,113원인 반면, 여성은 1,692,533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2009). 이처럼 통계상으로 드러나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과거에 비해 임금노동자로서 여성들은 늘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해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10년 10월을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떠한가? A지역의 생산직 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50대 여성, 12시간 노동… “워낙 만성이 돼가지고…”

사례1.
주야 2교대 근무를 하는 50대 생산직 근로자 여성은 주6일 때로는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주7일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에는 정해진 쉬는 시간조차 없었고, 점심시간에도 기계를 끌 수 없기 때문에 순환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근무가 좀 길어. 주야간 교대로 하고 아침에 8시 반에 출근하면 7시 반에 퇴근, 야간 자들은 7시 반에 들어오면 다음날 8시 퇴근. 주5일 근무제라도 주6일을 다하는 거지, 바쁠 때는. 지금 야간 들어간 사람이 일주일 후에는 주간. 지금 주간한 사람이 다음 주에 야간. 힘들지만 그래도 이제 워낙 만성이 돼 가지고…. 앞으로도 더 (복지가) 돼야 해.”

  “오전에 휴식시간은 없고 점심시간은 1시간 15분. 우리는 기계를 못 끄니까. 쉬는 시간 없이 점심시간을 1시간 15분 연달아 쉬어요. 근무하다가도 자율적으로 왔다 갔다 하지.(질문: 기계 돌아가도 자율적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세 사람이 일한다고 하면, 한 사람 가면 둘이서 잠깐 하고. 그렇게 다 해요. 말이 5일 근무제지 6일. 일요일만 안 나오고. 재고가 없다고 하면 일요일도 출근하고.”

“화장실 때문에 물도 잘 안 먹어”

사례2. B지역 제조업체의 경우 별도의 화장실이 없이 노동자들이 다른 회사의 화장실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부 지원을 받아 회사에 화장실 공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원금 500만 원 외에 회사에서 30만 원을 지불하면 가능했던 공사를 기업주가 거부해 진행되지 못했다.

  “○○(업체)에 들어가면, 정문 통과하면 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많게는 5개가 넘어요. 정문을 통과해서 3개의 기업이 있는 거에요. 근데 우리는 화장실이 없어서 옆에 회사를 이용해요. 그러니까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그 옆에 회사의 문을 통과해야 되는데, 그 문에 이렇게 붙어 있어요. ‘문을 함부로 열지 마세요’. 한여름에도 문이 닫혀 있어요. 그 문을 통과해서 사무실을 지나 화장실을 가니…. 그렇게 하기 싫어서 물을 되도록이면 자제했어요. 근데 화장실 개조를 위해서 ○○○에서 지원을 한다는데 회사측은 포기 한다는 거에요. 30만 원만 내면 되는데 힘들대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리들이 돈을 모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그땐 정말 이건 뭔가 싶더라구요.”

휴식이 아니라 악몽

사례3. C 지역의 제조업체 생산직 여성근로자들의 공정은 서서 이루어지고, 쉬는 시간 또한 점심시간이 다이다. 그러나 점심시간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오후에 10분씩 그리고 점심시간이 다에요. 그런 점심시간이 굉장한 시간이거든요. 빨리 밥 먹고 허리를 좀 펴야하는데. 노동자들이 다 50대 이후 여성들이고 다 서서 하는 일들인데 의자가 하나도 없어요.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탈의실이 있는데 그 공간에 들어 갈 수도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요. 기름 냄새가. 심각해요. 그냥 바닥하고, 탈의실 바닥하고 똑같아요. 축축하고 눅눅하고, 시멘트 바닥이 바로 패널로만 조금 가려서 거기 한쪽을 휴게실로 쓰고 있는데 높이지도 않고 스티로폼을 깔지도 않은데다 장판을 깔고 이불을 층층이 깔아서…뒤숭숭해요.” 

  본 사례들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거나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열악하다’, ‘힘들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기준법상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2010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노동자 노동환경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사례들은 직접 인터뷰한 내용에 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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