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1월 2012-11-05   1226

[살림] 먹는다는 것

 
먹는다는 것
김융희 서툰 농사꾼

 

 

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문명사회일수록 사고의 영역이 늘어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특히 먹거리를 대하는 현대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더욱 절실하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모처럼 친구와 점심 약속을 했다. 오랜만의 만남에 바쁜 농사도 미룬 채, 열차 타고 전철을 타며 강남에 이르렀다. 약속 장소에서 친구는 벌써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다. 한참을 가서야 차가 멈추었다. 그런데 찾아간 집이 문을 닫았다. 자동차는 다시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 끼 점심을 위해 굳이 먼 길을 헤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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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때만 되면 고역”

 

오늘은 무얼 할까? 무얼 먹을까? 현대인들, ‘무얼’에 참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 같다. 문명의 혜택으로 모든 것이 편리하게 잘 갖춰진 오늘날, 오히려 그 혜택이나 생활의 편리를 쉽게 느낄 수가 없다. 과거 내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 식사 때면 먹을 것이 없어 배는 허전할망정, 오늘처럼 먼 곳을 찾아다니면서 헤매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한 끼의 식사도 쉽게 결정을 못해 망설인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어 편하게 사는 분들에게선 “때만 되면 고역”이란 불평을 많이 듣기도 한다. 참으로 행복한 불평이다.   

 

  의, 식, 주는 삶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인간 생활의 3대 기본 요소다. 그런 절대적 요소에 경중 비교가 있을 수 없겠으나, 생각해 보면 음식이 제일이요, 그 다음에 옷과 집이 있겠다. 음식은 없으면 당장 생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맵시를 가꾸는 옷이나 생활 공간인 집에 대한 관심에 비하여 음식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 아니, 음식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소홀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무엇이든 먹고, 반만 먹어도 

 

‘음식을 가려 먹지 않으면 장수한다’는 지론으로 유명한 의사 리처드 웨프는 “그럼 무엇을 먹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간단하지요, 먹어서 안 되는 것은 부집게, 삽, 부젓가락… 이런 것들은 소화가 어려우니까요. 풀무도 좋지 않지요, 그건 위에 들어가서 바람을 일으키니까. 그 외의 것이면 무엇을 먹어도 좋습니다.” 무엇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면 건강하다는 익살일 것이다.  

 

  생각난 김에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의 일화 하나만 더 소개한다. 뚱뚱하고 얼굴이 번들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파티장에서 포드는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음식의 양이라면 여러분들이 매일 먹는 음식의 반이면 충분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좌중의 한 분이 “그러면 나머지 반은 어디에 쓰입니까?”라고 물었다. 포드는 웃으면서 “그건 아마 의사의 돈벌이를 위해 쓰이겠죠”라며 익살을 부렸다. 음식하면 늘 떠오르는 싱거운 일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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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기란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먹거리로 고민할 것이며, 젊은 남녀들은 몸매 가꾸느라 고생이 많을 것이다. 보릿고개가 절절했던 지난 어려웠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식탁은 진수성찬일진데, 도무지 무하저처無下著處1)라 탄식하고 불평한다. 땀 흘려 일하고 욕심을 줄여 정도를 지키면, 밥맛 좋고 몸 관리도 잘 될 터인데 말이다. 

 

  천불생무선지인天不生無선之人2)인 것을,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3)다. 먹거리 욕심으로 생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것은 부질없다.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군자식무구포君子食無求飽”라 하여 군자는 먹을 것을 탐해서는 안된다 했다. 『예기』 예운편에도 “음식남녀지대욕존언飮食男女之大慾存焉”, 즉 ‘음식과 남녀의 정은 인간의 가장 큰 욕정인 만큼 삼가야 한다’고 했다. 

  편하기를 즐기며 움직이기는 싫고,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 산해진미는 놓치기가 싫은 현대인들의 딱한 처지가 안타깝다. 적절한 때를 맞춰 필요한 만큼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를 계속하면 평생을 건강할 것이다.

 

 

 

잘 먹고 잘 살기

 

약식동원藥食同源이요, 우의우식寓醫于食이라, 약과 음식은 같은 뿌리요, 병을 고치는 것도 먹는 것이니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음식의 중요성을 올바로 알고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 어쩌면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건강 문제는 식탁의 불안정에서 연유한 듯싶다. 명심하자. 식탐은 우리를 병들게 하고, 먹거리에 대하여 바로 생각하고 ‘잘’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킨다.  

 

 

1) 먹을 만한 음식이 없음

 

2) 누구나 먹을 것은 하늘에서 갖고 태어남

 

3)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름

 

 

 

 

김융희

 

화랑을 경영하다가, 지금은 연천에서 조그만 텃밭에 자급용 채소를 가꾸며 지내는 서툰 농사꾼. 수유너머 회원으로 가끔 공부방에도 들락거림.

 

 

*<살림>은 네 명의 필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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