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6월 2021-06-01   449

[읽자] 동시대/동세대 사회비평을 읽읍시다

동시대/동세대 사회비평을 읽읍시다

 

공동체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노력은 멈춰서는 안 된다. 멈추는 순간에도 시대는 흐르고 세대는 섞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세대를 따로 적었지만 둘은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세대를 가르는 대상화는 너의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노력보다는 나와 너의 문제는 다르고 각자의 문제는 결국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근래 한국 사회의 여러 상황을 다룰 때 흔히 등장하는 세대론, 특히 앞선 세대가 젊은 세대를 특정하여 구분을 짓는 방식은 대개 경험 미숙을 지적하는 내용이고, 종종 가능성을 언급하더라도 자신의 한계 안에서 칭찬을 빙자하여 상대를 한계 짓는 경우가 대다수다. 젊은 세대가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 서로가 서로를 대해야만 문제를 바로 살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테고, 한 걸음 나아가 직접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와 생명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는 방법을 찾아야만 문제가 문제로 남거나 가려지지 않고 동시대에 충실히 논의되어 다음 시대를 기약할 수 있겠다.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취

저자 강남규는 1990년생이다. “시민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평범한 시민”이고,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야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윤리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구조가 바뀌어야 개인이 바뀐다’는 명제와 ‘개인이 바뀌어야 구조가 바뀐다’는 명제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구조가 바뀌지 않아도 바뀔 수 있는 개인들이 바뀌어야 구조가 바뀐다’고 복잡하게 대답하는 글을 주로 쓴다.”

 

이 책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어떤 일에는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가깝고 뜨거워져 주변을 살피기도 전에 자기만의 답을 내리고는 무작정 달려가고, 어떤 일에는 문제가 심각한데도 어차피 남의 일이라는 생각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지나치는 극단의 상황에서, 사려 깊게 곱씹어 내어놓는 저자의 글은 시민이 이루는 공동체의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출발점이자 아름다운 사례다.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하고, 배척하기에 앞서 설득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어졌다.”는 저자의 말을 그대로 새긴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

지금은 없는 시민 – 끝내 냉소하지 않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 글 강남규 | 한겨레출판

선거연령 하향으로 고등학생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교육부를 필두로 일부 지자체 교육청들도 이를 대상으로 한 참정권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을 확인했으니 반갑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순서가 틀렸다. 만 18세가 선거권을 갖게 되었으니 그에 맞춰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사후대책이 아니라, 의무교육 과정에 민주시민교육을 확대 편성함으로써 선거권을 더 하향시키겠다는 포부가 필요하다.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알아야 할 필수적인 교양들을 커리큘럼으로 갖춘 시민교육 과정이 강화되고, 그 과정의 이수 시기가 선거연령의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유권자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도 성장하도록 하는 교육까지 고민한다면 금상청화다. ‘이쯤에서 한 살만 낮춰주자’는 정치적 타협은 이제 그만하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을 이어 말한다

저자 이길보라는 1990년생이다.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사람”이고,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

 

이 책에서 나를 통과하는 시선이 얼마나 다채롭게 멀리 향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이길보라는 코다, 즉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이고 여성 영화인이고 임신중지 경험자이다. 장애인권, 페미니즘, 임신중지 그리고 불법촬영물과 베트남전쟁까지, 그의 서사는 경험의 유무가 아니라 문제의 여부에서 출발하고, 각자도생에 이르는 무력한 결론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적극적 질문에 이른다. 더불어 책의 제목이 말하듯 “내 앞에 서서 먼저 말하고 선언하고 행동해왔던 당신의 용기”를 바탕으로 “이어 말한다.” 내 앞, 내 차례에 당도한 이 책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

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 글 이길보라 | 동아시아 

2017년 1월, 쪽지 하나가 SNS에서 회자되었다. 독서실 자리에서 마주한 포스트잇의 문구다. “죄송한데 공시생인 것 같은데 매일 커피 사 들고 오시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져서요…. 자제 좀 부탁드려요….”

우리는 아직도 옆 사람과 비교하며 경쟁하고 살아간다. 문제는 옆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다. 나는 나 대신 다른 이를 탈락시키며 아득바득 살아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친구들에게 미안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당신과 나의 몫이 아니다.

 

 

90년대생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저자 임명묵은 1994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서아시아 및 중동 지역을 전공하고 있다. 문명과 역사, 사회와 국제정세, 대중문화와 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덩샤오핑 시대에서 시진핑 시대로의 전환을 다룬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을 썼다.

이 책에서 숱하게 드러난 각각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그로부터 해답을 찾아내려면 누구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배웠다. 저자는 90년대생이 살아온 배경과 그 위에서 형성된 그들의 상황을 짚고, 이를 K-방역, 민족주의와 다문화, 386세대, 입시와 교육으로 연결하며 지금 한국 사회를 이루는 바탕을 층층이 분석한다. 문제가 늘어나며 복잡해지는 게 아니라 문제와 문제가 어떻게 겹쳐 있는지가 선명해지니, 드러나지 않아서 흩어져 있는 힘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대와 동세대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으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오늘 권한 책들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름부터 ‘읽자’를 붙인 꼭지이지만 다룬 책들을 읽어보길 권한다는 말은 처음 적는다. 그만큼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K를 생각한다 –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글 임명묵 | 사이드웨이 

90년대생 사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규칙을 해킹당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고, 외부의 개입으로 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불확실해지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 개입과 교란으로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시험으로 평가되는 능력주의가 보장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하며 그 결과에 따른 차등과 불평등을 감수하는 것을 차라리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90년대생이 원하는 것은 ‘공정’보다는 다만 불안을 더 키우지 않는 것과, 신뢰의 기반이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글. 박태근 알라딘MD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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