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5월 2022-05-02   655

[활동가의 책장] 인권의 대전환 : 인권 공화국을 위한 법과 국가의 역할

활동가의 책장

인권의 대전환 : 인권 공화국을 위한 법과 국가의 역할

 

참여사회 2022년 5월호 (통권 295호)

인권의 대전환 : 인권 공화국을 위한 법과 국가의 역할 | 샌드라 프레드먼 | 교양인 | 2009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수직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사하였다. 사건 발생 후 결성된 장애인단체는 저상버스 도입을 요청하였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단체대표 등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침해되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002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사회권은 “국가의 현실적인 재정·경제능력의 범위 내에서 다른 국가과제와의 조화와 우선순위 결정을 통하여 이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법·정책결정과정에서 “최우선적 배려가 아닌 단지 적절한 고려를 요청하는 것”이고, 저상버스 도입은 재정지원이 필요한 사안으로써 도입 시기·방법에 대한 결정은 국가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되는 사안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국가 의무가 헌법으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청구를 각하하였다. 

 

20여 년 전의 사건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포함한 사회권 실현이 지난해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작년 12월, 기획재정부 장관의 집 앞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이동권 반대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던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 개정안 중 광역이동지원센터 등에 대한 운영비 국비보조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입장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회권 보장의 방법은 입법부와 입법 위임을 받은 행정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권 침해 주장에 대해 거의 위헌 판단을 하지 않는다. 

 

미국·독일 헌법과 달리 우리 헌법은 교육의 권리, 근로의 권리, 노동3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환경권 등의 사회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재량 논법에 의해 권리 주장은 쉽게 좌절된다. 《인권의 대전환》은 자유권과 사회권의 이분법적 구분, 사회권에 대한 이론적 반대의견에 하나하나 답하면서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한다. 국가가 간섭만 하지 않으면 보장되는 자유권과 달리 사회권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권리 실현이 어렵다는 식의 정형화된 사회권 반대의견에 대해, 자유권의 보장에도 예산은 필요하고 사회권이어도 핵심적 의무는 있으며 즉각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탄탄한 이론과 각국의 풍부한 사례를 읽다 보면 장애인이동권 실현 활동에 “비문명” 운운한 정치인의 발언이 ‘권리의 최대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회의 의무를 심대하게 저버린 발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송은희 참여사회연구소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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