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5월 2022-05-02   3199

[이슈] 우리가 ‘직접행동영등포당’을 만든 이유

한걸음 더 지방선거 PARTY

우리가 ‘직접행동영등포당’을 만든 이유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2021년 10월 17일 직접행동영등포당 창당대회 ⓒ직접행동영등포당 

 

지역 현안 관심 없는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거대양당의 지구당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 그에 담기지 못하는 민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10여 년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아래로부터 모아진 주민들의 참여와 의견이 지역의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우리 앞에 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치에 종속된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지역에 좀 더 제대로 된 권한이 주어지고 집행된다면 더 많은 주민들과 지역을 바꿔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영등포에 지역정당을 만들어보기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양당이 양분하고 있는 지금의 정치 구조 속에서는, 지역의 의사가 반영될 길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는 영등포에는 주민친화 녹지가 부족합니다. 심지어 구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 텃밭은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영등포구는 2012년부터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구 ‘영등포마을공동체텃밭’)1을 매년 주민들에게 분양해왔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곳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기 위해 더 이상 텃밭 운영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텃밭으로 운영되는 구유지에도 대규모 실내공연장을 짓는다고 합니다. 양당의 어느 후보도 이러한 개발 공약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공공정책 결정 과정에서 녹지와 생태적인 공간을 원하는 주민들은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할지 모릅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주도하고 민자 개발로 관통된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초반에 인근 주민들(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10km 길이의 지하 터널에서 다량의 매연이 배출되어 터널이 지나는 지역이 피해볼 것이 뻔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방지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나서기도 했지만 상습 정체구간을 완화한다는 명분과 터널 내 매연을 100퍼센트 정화할 수 있는 바이패스Bypass공법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하고 공사를 강행합니다. 그러나 이후 바이패스 공법으로 약속한 정화율을 맞출 수 있는 기계는 없는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직접 지역정당을 만들기로 결심하다 

 

이 과정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역할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반대하는 주민들끼리 만든 비상대책위에 책임 있는 참여나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서울시 광역개발사업에 영등포구는 기초단체로서 협조하거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지만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정보공개 정도만 할 뿐, 적극적인 대응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에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당의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이든 지역개발사업에 대해 상위 조직의 입장을 따라갈 뿐 아래서부터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직접행동영등포당’은 이렇게 다양한 지역 현안과 의사결정구조에 어떻게하면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창당했습니다. 중앙정치에 집중하는 기존 정당들이 지역의 목소리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오랜 기간 봐왔기 때문에, 강령은 더 넓은 정치참여와 의견수렴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수차례 요청과 요구가 묵살되는 경험 속에서 더 이상의 이권개입과 담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의회에 참여하거나 의정을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 동네에서 오래 살고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사는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존중하면서 공익적으로 제안하고, 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바탕으로 공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려고 합니다. 

 

정당법은 지역정당의 자유로운 정당활동 보장해야

 

‘직접행동영등포당’의 창당 과정과 절차는 최대한 정당법을 준용했습니다. 현행 정당법은 서울에 중앙당과 그 외 5개 이상 시·도당을 두어야만 ‘정당’으로 인정해주고 선관위 등록도 가능합니다. 어느 한 지역에만 집중하는 ‘지역정당’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창당을 준비하면서 먼저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진행했습니다. 법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창당은 기존 정당법에 있는 중앙당 창당 과정을 밟았고, 지역정당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당법의 지구당 규정을 준수했습니다. 그렇지만 헌법소원은 여전히 심의 중이고, 현재까지 ‘직접행동영등포당’은 아직 비공식 정당입니다.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2021년 11월 30일 정당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날 ⓒ직접행동영등포당 

 

청구인 이용희는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구민으로서 그동안 다양한 공익활동을 하며 구정(區政)에 참여하여 왔습니다. 위 청구인은 지역정치 활동을 하면서 전국정당 중심의 지역정치, 특히 거대 양당이 지역의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정치가 매우 협소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앙정치에 집중된 거대 양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치적 사안이 매몰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지역의 사안에 대해 지역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그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모색하고 정치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단기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정치가 이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청구인 이용희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지역의 변화를 만들고, 그 힘을 강화하여 피부에 와닿는 삶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참다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 정당법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중에서

정당등록이 되지 않으니 정당법이 용인하는 모든 정당 활동을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정당들이 하는 선거 출마, 선거 운도, 당원 모집, 정책 설명회, 집회 등을 하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피선거권의 제한’입니다. 지금의 공직선거에는 무소속이라고 하여 정당인이 아니어도 공직선거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직접행동영등포당’으로 예비후보자 신청을 하러 갔을 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무소속으로 나와도 되는데 왜 정당등록도 안 된 정당으로 하느냐고 묻더군요. 해당 지역 주민이면 100명의 추천인만 있어도 무소속으로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데, 지역정치 활동에 동의된 결사체의 대표가 피선거권을 못 가질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어야 했습니다. 

 

‘정당활동의 제한’도 있습니다. 우리는 창당 직후 가장 먼저 정당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각 동에 걸었습니다. 당원가입과 설명회를 수시로 열고 당원들과 지역정당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지역 현안도 정리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등록된 정당이 아니라서 일정 정도 이상의 당원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당비 납부나 후원 등에 세액공제도 불가합니다. 정당의 정책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도, 똑같은 장소에 걸린 양당의 현수막은 남아 있지만 ‘직접행동영등포당’의 것은 바로 철거되었습니다.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길거리에 걸린 직접행동영등포당 정당설명회 홍보 현수막 ⓒ직접행동영등포당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지하철 역 앞에서 정당 명함을 나눠주고 있는 당원 ⓒ직접행동영등포당 

 

예비후보자뿐 아니라 정식후보의 활동도 불가하니 선거사무소를 내거나 후원회를 만드는 일, 사무소에 후보사진이 들어간 큰 현수막 거는 것도 당연히 불가합니다. ‘선거운동의 제한’입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우리를 알리기 위해 지하철 역 앞에서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지역정당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지지를 표명해주는 주민들도 더러 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주민들과 함께 중앙당이 아닌 지역당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1 영등포구 문래동3가 55-6 문래동 주민센터 맞은편 위치 

 


Issue 한걸음 더 지방선거 

1.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의 민주적 의미  유성진

2. 우리가 ‘직접행동영등포당’을 만든 이유  이용희

3. 이주민 참정권 확대의 가능성과 필요성  이용승

 

>> 2022년 5월호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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