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1월 2010-11-01   542

경제, 알면 보인다-부동산 바닥론 주의보

부동산 바닥론 주의보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전세값이 폭등하니 부동산 관련 상승론자들의 바닥론 제기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광고를 중요 수입원으로 챙기는 언론은 ‘전세가 상승 → 주택 실수요 증가 → 주택 가격 바닥 다지기 → 내년 초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은 쉽게 실현될 것 같지 않다. 2000년대 내내 거품이 지속되어온 부동산 시장의 상승 동력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금융’이기 때문이다. 케인즈 학파로 유명한 민스키는 자산 시장의 거품이 유지될 수 없는 이유를 금융의 불안정성 때문이라 설명한다. 민스키에 따르면 은행의 신용확대와 신용경색이 반복되면서 자산시장의 거품과 붕괴가 반복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의 공동저자 찰스 킨들버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금 대여자로서 어떤 때는 무척이나 강한 풍요감에 젖어 제한 없이 자금을 빌려주었다가 어떤 때는 신중함이 극에 달해 차입자들을 ‘바람에 휘둘리도록’ 내버려뒀다.”

  자산 시장의 가격 폭등은 다름 아닌 ‘차입 투자’, 일명 레버리지 투자에 의해 촉발된다. 개인들이 빚을 내서 자산 시장에 투자하도록 금융권의 신용이 대폭 확대되는 시점이 투기의 시작이자 거품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시점이다. 만약 개인들에게 신용이 확대되지 않으면 수요는 실질적인 구매력 수준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자산 가치가 상승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당장 투자 밑천이 없는 상태에서는 수요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산 시장은 거래가 뜸해지면서 가격은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문제는 밑천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면서 수요가 재창출된다는 점이다. 금리조차 거의 공짜에 가까운 수준이 되면 ‘빚내서 투자’하는 대열에 끼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기에 이른다. 광기에 가까운 ‘빚을 장착한’ 수요가 자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투자 실패공식과 신용의 이면

문제는 신용까지 바닥나는 시점이다. 개인의 신용 한도를 어디까지 바닥으로 봐야 하는 것에 대한 정의는 거의 없지만, 가장 현실적인 판단은 소득에서 상환해야 하는 이자와 원금의 비율이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시점일 것이다. 즉 소득이 상승하지 않는 한 개인의 신용이 끝도 없이 확대될 수는 없다. 자산 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빌려서까지 투자할 수요자마저 사라지면, 가격 상승의 추세는 꺾이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은 공짜 돈에 흥분하면서 수익이 플러스일 때조차 부동산이나 펀드를 팔지 않는다. 혹 팔아서 수익을 올리게 되더라도, 판 뒤로 수익이 더 오르면 이를 불쾌해 하며 자신이 챙긴 자본 소득을 손해로 여기는 우를 범한다. 그리고는 더 벌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투자 밑천을 늘리면서까지 투자의 위험성을 계속 키운다.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는 급기야 빚을 낸 투자행위를 소위 ‘레버리지 투자’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둔갑시켜 개인의 재정상태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몬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을 때 팔지 못하는 경향을 ‘보유효과’라고 설명한다. 더 오를 것이란 생각과 ‘팔면 손해’라는 생각, 자산가가 된 듯한 뿌듯한 착각들이 복잡하게 엉키면서, 팔지 않는 오류의 법칙에 갇힌다.

  흥분에 빠져 자산 투기를 했던 사람들은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공포심이 들어야 자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한다. ‘출입문 폐쇄 공포증’, 즉 육중한 문이 철커덕 내려앉기 전에 저 문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공포심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손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투매를 시작하게 한다. 오를 때는 못 팔다가 손해가 커지면서 공포심에 팔아치우는 오류, 바로 이것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보통 사람들의 투자 실패 공식이다. 이 실패 공식은 거의 불변의 법칙에 가깝다. 여기서 나는 든든히 버틸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긴 했지만 원리금 상환에 자신 있다.

  언젠가 집값이 다시 오를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당신이 절대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원칙을 잘 지켰다면 큰소리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빚을 내서 투자 규모를 늘린다. 혹은 상승 분위기로 인해 이미 자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버려 빚을 지지 않고는 투자대열에 끼기 어렵다. 게다가 공짜 돈으로 둔갑한 금융권의 대출 세일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자산 가치 상승으로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데 그 투자 밑천을 누군가 공짜로 제공한다면 기 막힌 기회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은 상승할 때 투자규모를 늘려가면서 위험을 크게 키운 결과 하락할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투자가 종료돼 버리는 불운을 겪는다.

화창한 날 우산 빌려주고 비올 때 거둬간다

반대 매매 앞에 놓인 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반대 매매’라는 것은 주식 투자에 있어 주식 자금 대출로 투자할 때 발생한다. 담보 역할을 하는 주식의 평가금액이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에서 다음 날 오전 개장과 동시에 자동으로 주식을 팔아치워 대출 원리금을 회수하는 제도이다. 빠른 회수를 위해 하한가에 팔아버려서 보유자의 손실은 극대화된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돈으로 주식을 매수했다면 위험은 2배, 3배 이상 커진다고 봐야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반대 매매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자산가치가 상승할 때는 은행들이 돈을 못 빌려줘서 안달이었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는 자산가치 대비 초과한 대출을 급히 회수하기 바쁘다. 은행을 일컬어 ‘화창한 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올 때 거둬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결국 자산가치 변동만 없으면 상환이 가능한 부채들도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채의 조기 상환, 신용 압박을 받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건전한 자산마저도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이 시점이 경제학자 민스키가 이론화한 민스키 시점이다) 사정이 어려워지면 금세 냉혹한 심판관이 되어 장기 투자로 인내하려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친절해 보이는 신용의 속내이다.

  전셋값이 폭등하는 것은 무리한 재개발로 전세 주택의 멸실이 단기간 큰 폭으로 이뤄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전세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 실수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 공급이 실수요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 가격과 전세가의 차이가 좁혀져야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 대비 전세가는 43% 수준이다. 전세 수요자가 실수요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셋값만큼의 빚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가계 부채가 심각해 가계발 금융위기를 염려하는 마당에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닌 듯하다. 혹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더 큰 재앙이 될 위험이 있다.

  부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언론과 부동산 업자들의 현혹에 위험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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