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9월 2013-09-06   3998

[통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KBS가 버린 남자,
뉴스 하나 들고 우리에게 온 사람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박상규 오마이 뉴스 기자
사진 박영록 사진가

“저널리스트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 안정된 고용, 적당한 사회적 대우와 보수, 타인에게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으로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면 당장 때려 치워야 한다. 그걸 하려고 언론인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인은 그것 이상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 말을 할때 눈에 힘을 줬다. 작은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실렸다. 사실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식상하고 진부한 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누구나 힘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걸 실천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뉴스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기자’ 김용진이 지난 2월 KBS를 떠날 때 남긴 말이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시작된 방송 탄압은 기어코 기자 김용진을 야인으로 만들었다. KBS에서 탐사보도팀장으로서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연 그다. 권력이 감추고 싶어하는 걸 그는 추적했다. 기자에게 그건 의무이자 명예다. 하지만 그게 죄(?)가 되어 김 기자는 이명박 정부 내내 지역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떠났다. 뉴스가 하고 싶어 일명 ‘신의 직장’ KBS를 떠나 <뉴스타파>에 둥지를 튼 김용진. 보란듯이 조세도피처 관련 보도로 세상을 크게 흔들었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한 수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기자 김용진을 만났다.

출범 6개월을 맞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60~70%대로 높게 나왔다. 방송사 덕을 봤다는 지적이 많다.

“덕을 좀 봤을 거다. 방송만이 아니라 주류 매체들이 정권의 문제점 지적보다 우호적인 보도를 많이 하지 않았나. 언론이 정권의 문제와 부족한 점에 의도적으로 눈감았다.”

요즘 지상파 TV 뉴스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방송이 주로 다루는 이슈가 정해져 있다(웃음). 날씨, 동물, 스포츠 등을 주로 다루더라. 주류 매체, 특히 공공재 성격이 강한 지상파가 그런 것만 주요 뉴스로 다루는 건 문제다. 수용자(시민)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슈와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는데 장애가 된다. 박근혜 정부가 뭘 하는지, 진짜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은폐되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등을 방송이 잘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해야 한다. 국정원 사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방송사가 뉴스로) 다루는 빈도와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국정원은 임무와 무관한 일을 했고, 많은 직원이 여기에 동원됐다. 특히 정권을 홍보하고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는 사건과 (여론)조작 활동 등은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국정원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정원이 일탈했다는 걸 국민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차단됐다. 요즘 SNS를 많이 하지만, 국민들 다 이용하는 건 아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상파 방송과 주요 신문으로 정보를 획득한다. 주요 정보 공급 창구들이 오염되고 왜곡됐으니,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지난 2월 KBS를 퇴사할 때 ‘KBS에서 내 용도는 더 이상 없다’는 말을 했다. 내부에 남아 더 싸울 수는 없었나.

“내부에서 나름대로 싸웠다. 하지만 KBS라는 관료조직에서 개인적으로 뭔가를 돌파하는 건 한계가 있다. KBS에는 여전히 훌륭한 후배, 언론인들이 많다. 그 친구들이 공영방송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그런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고 계속해야 한다. KBS는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다. ‘그냥 보지 말자’ 식으로 포기해선 안되는 중요한 기관이다. 내부에서 KBS를 바로 잡을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본다.”

KBS 퇴사 뒤 <뉴스타파>로 왔다. 왜 <뉴스타파>였나.

“<뉴스타파>를 염두에 두고 KBS에서 나왔다. 시즌 1,2때부터 기획, 제작에 관여했다. 2012년 대선 이후에 <뉴스타파>를 향한 많은 시민의 성원이 있었다. 새로운 매체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들을 목격했다. 대선 이후 자연스럽게 <뉴스타파> 조직이 커졌다. 시민들의 후원이 모였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조직을 꾸리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언론사 해고자와 언론노조 지원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도 했다. 장기적으로 투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지속가능한 <뉴스타파>, 그걸 염두하고 KBS를 떠났다.”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회원이 3만 명 정도다. 운영하는데 문제는 없나?

“(웃음)그런 질문 많이 받는데, 문제가 왜 없겠나. 근무하는 인력 중에는 KBS, MBC, YTN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런 방송사의 예산, 장비, 제작 인프라 등과 <뉴스타파>는 비교가 안 된다. 또 브랜드 파워 문제도 있다. KBS, MBC, YTN 소속으로 취재하는 것과 <뉴스타파> 소속으로 일하는 건 큰 차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시즌 1,2에 비하면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달라졌다. 브랜드 인지도도 올라갔고, 후원도 많아졌다. 기본적 취재와 제작에는 어려움이 없다. <뉴스타파>는 광고를 안 받고, 수익 사업도 없다. 100% 시민 후원으로 운영된다. 국내에선 처음인데, 해외 모델을 배우고 벤치마킹했다. 사례를 검토한 결과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미국 ‘프로퍼블리카(www.propublica.org)’는 5년 됐는데, 미국의 유력 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의 ‘메디아파르(Mediapart)’는 유료인데, 독자가 7만 5000명 정도다. 이들 매체를 보면 (독자와 후원자는) 계단식으로 급증했다. 중요한 뉴스를 터뜨렸을 때 구독자의 관심이 급증하고 후원자가 모였다. <뉴스타파>도 그렇다.”

흔히 말하는 ‘진보 매체’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진보 매체만이 아니다. 보수 매체들도 어렵다. 모두 (회사 운영을) 광고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광고는 경기에 따라 변동할 수밖에 없다. 또 광고주의 입김에 흔들릴 수도 있고. 광고 의존 모델을 탈피해야 한다.”

보도 측면에서 조언할 게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인터넷 세상이다. 정보는 무한대로 솟는다. 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있는 걸 찾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직업 저널리스트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 정보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한다. 속보 경쟁 시대는 지났다. 저널리즘 매체와 전문 저널리스트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심층적인 탐사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 명단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에게 조세도피처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였다. 누가 거길 이용하는지 몰랐다. 대기업과 재벌, 사회 고위 인사들이 그곳을 활용해 낼 세금을 안 내고, ‘검은돈’을 감췄다. 그걸 목격하고 세상에 보여준 게 큰 성과다. 그들을 감시하고 추적해야 할 조세당국, 검찰 등은 그동안 뭘 했는가. 조세도피처 보도 이후 일명 ‘전두환추징법’이 생기고, 해외 세금 포탈자에게 영구히 세금을 부과하는 ‘뉴스타파법’도 발의됐다. 여론을 환기시키고, 제도 개혁까지 이끌어 냈으니 상당히 보람있었다. 탐사보도의 전형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매체도 많고, 기자도 많은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널리즘이 위기인 시대다.

“우리 세대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후배 언론인이 많다. 하지만 조직이 그런 젊은 기자와 피디들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저널리스트의 수준이 낮아진 건 아니다. 물론 언론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너무 쉽게 기사를 쓰고, 보도자료나 취재원의 입만 따라가는 경향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그런 게 지상파 뉴스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단순한 날씨와 동물 보도가 저널리즘의 역할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메인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다. 설사 대중이 그런 소식에 솔깃해도, 언론인들은 대중의 수요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다.”

<뉴스타파>가 요즘 취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국가 예산에 집중할 생각이다. 대규모 예산을 쓰는 국책 사업과 그 배후의 역학관계를 들여다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 <뉴스타파>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제대로 된 매체들이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런 게 진짜 뉴스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전임교수를 하고 있다

“탐사보도, 방송보도, 매체비평 등을 가르친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이 많은데, 실습으로 <단비뉴스>를 운영한다. 학생들과 기획·제작하고, 데스킹도 한다. 학생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익혀가는 걸 보는게 재밌고 보람있다”

일종의 ‘후배 양성’인데,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나.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저널리스트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 안정된 고용, 적당한 사회적 대우와 보수, 타인에게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으로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면 당장 때려 치워야 한다. 그걸 하려고 언론인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인은 그것 이상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대개 주류 매체를 지향하는데, 한국의 주류 매체는 ‘올드매체’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열려있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많은 시민이 언론을 걱정한다. 언론 독립을 위해 시민은 뭘 해야 할까.

“언론의 불균형이 심하다. 이를 시정할 빠르고 유력한 길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시민이 주인이니 바로 잡을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 하루 빨리 시민 품으로 가져와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영리 독립매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독립매체들이 저널리즘 역할을 제대로 하면 뉴스 소비자들이 기성매체의 한계를 절감할 테고, 이는 다시 여러 매체에 자극이 될 거다. 수동적인 뉴스 소비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나서고, 매체들이 뉴스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똑바로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참여연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뉴스타파> 조직을 정비할 때 회원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연대를 많이 참고했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민간 싱크탱크가 거의 없다. 국책 기관 제외하면 재벌 연구기관이다. 이들의 연구물을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받아 쓴다. 참여연대가 독립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니 단발적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요한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