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0월 2010-10-01   1062

참여연대가 눈여겨본 일-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G20 서울정상회의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G20 서울정상회의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졌고 전 세계적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금융네트워크를 타고 지구 이곳저곳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규정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과거 수 십 년을 지배해온 ‘시장만세’라는 효율시장가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경제학자들의 입에서 나오곤 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질서를 규정하는 듯 보이는 G20 국제회의와 그 산하 기관인 금융안정위원회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등은 얼마나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30년 역사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금융경제, 만사형통 아닌 파산위기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이 실업과 빈곤, 질병, 환율의 변동 등 사회경제적 위험을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고 한다면, 신자유주의는 모든 문제를 시장에서 계약으로 해결하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학문적 정치적 견해이다. 이 핵심정신은 개인의 실업문제, 빈곤문제, 노후문제, 학자금 문제 등 모든 문제를 국가를 통해 해결하지 말고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서 신용대출로, 노후연금으로, 그리고 학자금대출로 해결하라는 주장이다. 주택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인간 삶의 많은 부분이 금융에 종속되게 되고 금융시장이 엄청나게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금융이 발전하고 성장하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근간이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이 덜 성장한 1970년대 이전에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반면, 1980년대 이후 금융이 지속적으로 팽창한 시대에는 실물경제의 성장도 정체되고 빈번한 경제위기가 자본주의를 급습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위 그래프는 금융부채로 측정된 금융부문 성장이 1980년대 이후 실물이라고 할 수 있는 GDP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보여주고, 아래 그림은 1970년대와 최근 상업은행의 영업수익 변화를 보여준다. 금융이 생산 활동에 도움이 되려면 금융은 주로 기업대출과 상업대출에 집중해야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대출의 상당부분이 점점 부동산담보대출로 전환되었고 영업이익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유동화 시키면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파생금융상품거래로 발생하는 수익, 자기 계정으로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자본이득 등 비이자 수익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런 식의 금융거래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예금을 모아 자본시장과 파생금융시장에서 거대한 도박판을 벌이게 됨으로써 사람들의 노후와 부가 이 도박판의 판돈으로 동원된 것이다. 상업은행 예금이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투기에 사용되고, 투자은행은 차입을 통해 헤지펀드에 빌려주거나 자신들이 직접 위험한 금융상품을 거래한다. 그리고 그 거래 규모는 거의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복잡하고 거대했다. 이런 복잡하고 거대한 금융시장이 결국 붕한 것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였다.

  그렇다면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처방은 어디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인간 삶의 불안정성과 이를 금융 계약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낸 근본원인이고, 금융기관이 이 다양한 상품을 창조하고 도박처럼 이용해 높은 수익을 챙기려 했다고 위기를 분석한다면, 위기에 대한 처방은 (1)경제활동의 안정성 (2)도박적 금융상품 시장 축소, (3)건전해야 할 금융기관의 투기 활동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반면, 금융 그 자체는 좋은데, 다만 그것이 운영되는 시장이 다소 규제가 되지 않았고,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1)시장 투명성, (2)금융기관 위기 대응력 향상 등을 처방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와 동일하다.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디폴트 스와프, 기업의 파산 위험을 사고 파는 신용 파생 상품)와 같은 장외파생금융상품은 그 자체로 좋은가 나쁜가? CDS는 내 생명보험을 나도 몰래 누가 들어놓은 것과 동일하다(이런 경우는 naked CDS거래와 유사). 내가 죽으면 이해당사자인 내 가족이 아니라 몰래 보험을 든 사람이 보험금을 챙기는 것이므로, 결국 내 생명을 걸고 보험업자와 보험계약자가 도박을 하는 것도 동일한 구조이다. 보험회사 AIG가 이런 도박판을 설계한 대가로 2008년 무너지게 되었고, 정부구제금융으로 AIG 대신 보험료를 지불해주어 많은 금융기관은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되었다. 결국 도박에 연루된 판돈을 국가가 보증해준 셈인데,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와 교육, 건강보험에 사용되어야 할 국가재정이 도박판의 이해당사자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런 거래 그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고, 다른 한편, 거래가 많이 되면 많은 정보를 가진 쪽이 CDS의 정확한 가격(잠재적 파산위험을 통해 계산된)을 파악하고 거래를 중재하므로 장래에 기업파산에 대한 예측에 도움이 되므로 이런 파생금융상품을 오히려 표준화시켜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표준화나 등록소 등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G20의 금융개혁안은 후자의 입장, 즉 금융이 무엇을 하든 간에 좀 더 투명하게 시장이 형성되도록 하자는 입장에 가깝다.

효과적인 명약에 못 미치는 G20 금융개혁안

리만 브라더스가 무너지고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던 2008월 11월, 워싱턴에서 개최한 G20 1차 정상회의는 위기를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돈을 뿌릴 것을 약속하고 향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막을 내렸다.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문은, 위기가 과거 십년동안 위험에 대한 평가 없이 높은 레버리지(부채비율)를 이용하여 고위험을 추구하는 금융기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힘든 금융시장의 불투명성, 금융감독의 무능력, 그리고 국제적인 공조 부족과 거시경제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금융기관의 위험한 행동을 줄이기 위해 G20에서 택한 방법은 자기자본 강화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규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채택되고 있는 자기자본규제는 은행이 보유한 부도위험이 높은 금융자산에 대비하여 그 손실을 흡수하도록 자기자본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라는 규제이다. G20은 2009년 12월 자기자본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바젤은행감독위원회로 하여금 발표하도록 하였고, 얼마 전인 2010년 9월에 비로소 완성본을 만들어 냈다. 이 강화된 안은 기존 보통주와 내부유보로 이루어진 핵심기본자본(core tier1)을 현행 2%에서 7% 이상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런데 대형 은행들은 이미 이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며 한국의 금융기관 역시 이 조건을 초과하여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새로운 자기자본규제안은 은행자본의 이해와 로비에 규제당국이 항복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G20 정상회의에서는 장외파생금융시장 등록과 중앙청산소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은 실물에 비하여 거대하게 팽창했으며 전 세계 GDP 총액의 10배인 6OO조 달러를 초과한다. 그런데 파생금융상품의 90%는 규제와 감독 대상도 아닌, 그래서 전혀 위험이 파악되지 않는 무지 영역이었다. 장외파생상품은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수익을 얻는 시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일부 증거금만 걸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음)로 인한 고위험상품이면서 동시에 시장에서 거래를 중단하고 나올 수 없는 비유동적 시장이다(왜냐하면 계약마다 특수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거래를 다른 쪽에 넘겨주고 청산할 수 없음). CDS는 장외파생상품의 대표적인 상품이었고 금융위기의 증폭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미국의 상하원을 통과한 금융개혁안(2010년 6월)에는 파생금융상품을 여전히 은행이 취급할 수 있게 하였고, 장외파생금융상품의 등록 대상 역시 앞으로 논의대상이 되는 것으로 남겨두어 후퇴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는 약화되어 그 의미성을 상실할 실정이다.

  세 번째 주제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에 대해서 살펴보면, 여기서 핵심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규제와 과세에 대한 의제이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이란 무너지면 전체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정도로 덩치가 큰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G20으로부터 규제안을 만들도록 요구받은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는 2010년 6월 중간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이 안은 이렇게 덩치 큰 금융기관이 파산할 때 신속하게 국가가 개입하여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금융활동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금융기관의 여러 활동을 분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안전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예금한 돈을 모아서 파생금융상품이나 서브프라임 관련 담보채권(이번에 문제가 된 MBS, CDO 등의 구조화된 채권)에 투자하는 도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분이 없다면, 예금자의 돈이 도박판의 판돈으로 사용될 것이며, 예금자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들이 도박판 전체 투기꾼을 지원해야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기관 쪼개기는 2010년 1월 이른바 볼커룰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추진되었으나 2010년 6월 상하원 합의안에는 볼커룰이 유명무실하게 약화되었다. 또한 영국에서는 이 안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바클레이, HSBC 등의 본점을 영국에 두고 있는 다국적 은행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실정이다. G20의 정상회의 의제를 입안하는 추진력이 결국은 개별국가로부터 나오는데, 금융기관을 쪼개는 의제를 주도한 영국과 미국의 행보를 보건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을 분리하는 시도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여진다.

  다음으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을 쪼개지 않은 채 규제당국이 잘 규제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은 아주 복잡한 상호거래와 다양한 금융시장의 연결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쪼개지 않는 한 감독 당국에서 위험을 관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에 대한 과세를 통해 사전에 위기처리 비용을 적립하자는 의제 역시 미국 내 금융개혁법에서 삭제되었고 2010년 6월 4차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더 이상 논의하지 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거시경제적 불균형과 국제기구의 개편을 살펴보자. IMF의 의결권의 개도국으로의 확대는 그 확대 정도가 약해 IMF의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거시경제적 불균형은 중국과 미국 간 무역수지의 불균형 때문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것은 미국이 중국의 환율을 절상하라는 환율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G20의 국제공조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주도, 대폭 수정이 절실

G20의 금융개혁안은 결국 현재의 금융시장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위험에 대비한 안전망을 더 높이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즉, 이렇게 약간의 안전망을 확보한 상태에서 좀 더 세련되게 금융도박판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는 금융적 도박의 형태가 얼마나 세련되게 설계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처방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라고 불리어지는 것이 만들어 낸 과거 30년간 금융부문 변화의 결과이다. 삶의 불안정성을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와 금융부문의 팽창과 도박성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위험한 도박판으로부터 금융기관을 분리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상업은행의 투자은행과의 업무분리와 위험한 자기계정 거래로부터의 분리, 특수목적회사라는 그림자 금융기관을 만들어 도박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와 동시에 위험한 도박판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도박에서 얻는 이익금의 과세를 통한 환수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파생상품에 대한 자본이득세(거래세와는 다름)를 추진해야 한다. 국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환율전쟁으로 비화되어서는 답이 없으므로, 투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과세와 후진국의 내수창출을 위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경제적 사회적 위험을 모두 금융시장에서 해결하라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주도적 원칙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주택문제, 실업문제와 빈곤문제, 그리고 의료문제 등의 영역을 사적 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이전시키는 조치가 금융의 과도한 성장과 그로 인한 금융적 도박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해답은 금융을 좀 더 세련되게 확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금융의 성장을 억제하고 금융의 영역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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