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6월 2019-05-30   1203

[듣자] 대중음악, 책으로 보고 듣고 즐기기

대중음악,
책으로 보고 듣고 즐기기

 

지난 5월 두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음악편애』. 2015년부터 인터넷 언론매체 <민중의소리>에 매주 수요일 연재한 코너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원고 중에서 음반 리뷰 80편을 추려 다시 썼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포괄하지는 못했지만, 2018년까지의 주요 국내 음반 중 상당수를 다루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음악도 음반으로 듣지 않는데 음악에 대한 책을 얼마나 읽겠느냐고 섣불리 재단하지는 말기를. 물론 책을 읽는 시간은 줄었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로도 게임, 드라마, 소셜미디어, 스포츠, 영화, 웹툰을 비롯해 즐길 콘텐츠가 넘쳐난다. 보고 듣고 가봐야 하는 것들은 이제 너무 많다.

 

그럼에도 누군가들은 계속 책을 쓰고 또 책을 읽는다. 음악 분야의 경우 가장 많이 만들고 많이 팔리는 책은 음악 실기 연습을 위한 책들이다. 악기 연주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가장 흔하다. 그렇다고 모든 음악 책들이 실기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음악 장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도 꾸준히 나온다. 직업상 음악 분야 신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데, 의외로 다양하다. 

 

최근 잘 팔리는 책들은 교본만이 아니다. 2019년 5월 현재는 콜드플레이에 대한 책과 BTS에 대한 책이 인기리에 팔리는 중이다. 퀸에 대한 책도 시선을 모은다. 재즈에 대한 에세이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 책도 트렌드와 무관할 수 없고, 당연히 인기 있는 필자도 있다.

 

그중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는지 내게 묻는다면 먼저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고 관심이 가는 책부터 읽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람마다 관심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대중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면 특히 도움을 줄 수 있을 책들이 있다. 

 

대중음악 초보자를 위한 음악 책 

쉽고 재미있게 읽을 책을 원한다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부터 시작하면 좋다. 2015년에 나온 이 책은 현재 9천 부 이상 팔리면서 음악 팬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섯 명의 필자가 댄스음악, 록, 블루스, 포크, 흑인음악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대중음악 장르를 모두 다 포괄하지는 못했지만, 대중음악의 기본 정보는 충분히 훑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썼다는 점이고, 코믹한 삽화와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청소년이라면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길잡이 책으로는 남무성의 책을 빠트릴 수 없다. 평론과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남무성은 만화로 재즈를 설명하고, 록의 역사를 정리했다. 『재즈 잇 업』 시리즈와 『페인트 잇 록』 시리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킥킥거리며 읽다보면 어느새 음악과 친해지는 책이랄까. 초보자가 읽기 좋은 책이지만 결코 내용은 가볍지 않다. 음악 마니아의 애정을 가득 담은 책은 놓쳐서는 안 될 뮤지션 이야기가 즐비하다.

 

대중음악 이론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대중음악을 조금 더 심화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면 『미국대중음악』을 빠트릴 수 없다. 세계 대중음악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중음악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200년의 대중음악사를 아우르는 방대함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시대별 주요 장르, 뮤지션, 곡을 정리하고, 당시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함께 서술하고 있어 시대의 흐름과 음악의 흐름을 함께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음악의 형식과 언어를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음악 자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대중 음악 사전』을 곁에 두고 보면 효과적이다. 말 그대로 대중음악을 다룬 사전이다. 대중음악의 생산부터 수용까지 대중음악 생태계 전반을 훑으며 중요한 사실들을 망라한 책이다.

 

그런데 음악을 단지 음악에만 머물러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음악은 듣고 즐기는 예술이지만, 음악이 존재하기 위해 정치, 산업,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맥락이 음악에 개입했다. 김창남을 비롯한 여러 대중음악 필자가 함께 쓴 『대중음악의 이해』는 대중음악에 깃든 사회적 관계망을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음악이라는 실체를 앞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세상 누구도 혼자 외따로 살 수 없듯이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은 그저 자신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성이거나 여성 혹은 간성이며, 한국인이고, 특정 지역민이며, 특정 세대, 특정 계급 출신이라는 사실이 자신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중음악의 이해』는 바로 음악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흥미를 느꼈다면 키스 니거스의 『대중음악이론』으로 공부를 이어가면 자연스럽다. 청중, 산업, 매개, 정체성, 역사, 지리로 이어지는 키스 니거스의 책은 대중음악이론 서적 가운데 가장 날카롭다. 즐길 때 즐기더라도 알고 즐기면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그러니 곁에 책을 두고 음악을 들춰보시길.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음악편애』등을 썼다. 감동 받은 음악만큼 감동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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