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693

교총 먼저 반성해야

교총 먼저 반성해야

교총이 교육부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총의 문제제기에 부분적으로 긍정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 장관이 퇴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해방 이후 교육계의 유일한 교원단체로 활동해왔고, 다른 교원단체의 설립과 존재 자체까지 부정해왔던 교총에게는 지금의 교육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총은 지금까지 유일한 교원단체(?)임을 자부해왔지만 과연 교사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는가? 더구나 교총은 교육계를 책임져왔던 단체로서 파행적인 교육구조를 온존시켜온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총 스스로의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전개하는 장관퇴진 서명운동은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현재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현정부 교육개혁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교육부에 우리의 문제의식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현시점에서는 5·31 교육개혁조치로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시장경제원리의 교육부문 도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를 수요자, 교사를 공급자로 양분하고 교사는 지식정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시장경제의 원리 앞에 학생들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이끌어주는 전인교육 전문가로서의 교사가 설 자리는 없게 된다.

더구나 교육부가 학교평가, 기관평가를 통해 이러한 시장경제 원리의 도입을 채찍질하는 분위기에서 교권은 위협받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정책목표 관철에 초점을 둔 이러한 평가는 관료주의의 폐해와 맞물려 평가를 위한 교육활동을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작태들을 양산시킨 바 있다. 정년단축, 부적격교사 퇴출, 명예퇴직제 유도 등은 소위 고임금 교사 1명이 퇴출한 자리에 신규교사 2.8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저비용 고효율’식의 시장경쟁의 원리에서 나온 조치들이다. 그후에 남은 것은 교과전담제의 폐지에 의한 수업부담의 가중과 수업공백사태까지 가져올 교사의 수급불균형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농어촌지역의 소규모학교를 폐교시킨 잉여인력을 대도시학교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원리만 있을 뿐 미래를 내다보고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교육적 안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지난 5월 12일 제출한 국정보고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현재의 교육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 교육부 정책의 오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과급제도 실시의 유보, 학교평가제도의 격년제 실시 등은 현재의 경쟁원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의 91%가 반대(전교조 단체교섭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하는 성과급 제도를 즉각 폐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정년단축에 의한 교사의 임금삭감에 대한 보전조치 차원에서라도 호봉체계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체력단련비 원상회복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체적 위기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이해찬 장관은 그 책임을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관의 교체가 진행되더라도 국민의 정부의 교육정책을 5·31교육개혁의 계승으로 설정하고 있는 정책기조가 벗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교육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 또한 모든 개혁은 그 대상과 주체를 명확히 설정해야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립학교운영위원회의 즉각 도입,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 교장 교감 보직제 등의 개혁조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한다.이제 교육주체들의 지혜를 모으고 그 바탕하에 올바른 방향을 잡고 헌신적인 실천이 진정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만중 전교조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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