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1174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유감

법조인, 그들만의 잔치

김대중 대통령님께.

사법개혁 전반을 다루게 될 대통령직속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의 인선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바람과 기대가 높았던 만큼, 이번 사법개혁위원회의 위원 인선결과에 대한 우려와 실망이 적지 않아 과연 대통령 및 현정부가 사법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 정부에서 법조계의 고질적 집단이기주의의 벽에 부딪쳐 사법개혁의 과제가 좌절됐던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정부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기대가 컸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 3월 전문성을 갖춘 중립적 인사로 사법개혁위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이번 인선의 면면을 보면 전문성과 중립성은 물론 대표성의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인선을 모두 매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사법개혁을 위하여 노력해온 존경할만한 인사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의 인선은 당초 대통령이 약속했던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사법개혁의 원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먼저, 개혁대상이어야 할 법조계가 위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법조계가 수적으로 한둘 더 많다고 하나 실제 내용을 보면 많은 위원이 과거 법조계의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과반수 이상이 법조계 인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법조계 위원 중 상당수는 법조문제에 대한 지속적 활동경력과 전문성이 적어, 구체적 논의에 직면해 비법조계가 쟁점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시민적 이해를 대변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는 법조계의 이해가 걸린 쟁점에 대해 법조계가 강력한 구심점을 갖고 응집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법개혁위원회의 개혁추진력을 의심케 하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위원회의 위원장은 중립성과 개혁성에서 누구에게나 납득할만한 인사여야 한다는 점에서, 위원장에 대한 인선도 수긍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김영준 위원장은 과거 박정희정권 당시 대통령 비서관 및 특별보좌관을, 6공 당시에는 감사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김영준 위원장이 그동안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위해 어떤 적극적 활동을 해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어떤 기준에서 김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선정했는지 그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추진위원의 연령입니다. 40대 인사가 한 명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그 한 명도 사법개혁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50~60대의 인사여서 정부의 어떤 개혁위원회보다 고령화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개혁과정에 원로들의 지혜가 충분히 반영돼야겠지만, 개혁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30~40대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있는 점에서 대단히 소극적인 자세로 인선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그동안 사법개혁을 위해 지속적 관심과 주장을 펼쳐온 시민단체와 학계 인사가 배제되어 있어 사법개혁의 내용과 그 폭에 있어 원천적으로 제한적일 우려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위원회는 사법개혁에 대한 시민의견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이러한 인선의 책임은 결국 현정부의 사법개혁 의지 부족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정부는 사법개혁에 대한 대통령 공약을 거의 뒤집거나 한없이 보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대중정권의 출범초기에 대통령 공약을 보면서 현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그동안 추진된 개혁안은 전무함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번에 다시 추진위의 구성을 보면서 현정권이 사법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기대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모쪼록 사법개혁 전반에 관한 정부의 일대전환을 촉구하며 대통령께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참여연대 『개혁통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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