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597

노동운동과 함께해야

노동운동과 함께해야

아마 일반시민들은 요즘 ‘잘 나가는’ 시민단체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참여연대를 들 것이다. 사실 참여연대가 지금처럼 잘 나가게 된 데에는 그 누구의 덕도 아니요, 오직 이 운동에 참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법감시, 경제민주화, 사회복지, 인권, 노동운동 지원 등 참여연대가 지난 5년간 한 일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결과, 오늘날처럼 유명한 참여연대로 발돋움하게 됐고,우리 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선도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시민운동단체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리라. 특히 민주노총은 제반 사회개혁투쟁을 이끌어주고 어려울 때 늘 함께하는 참여연대가 여간 고맙지 않다.

그런데 굳이 참여연대운동을 비판하라니, 참으로 고민스럽다. 그러나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재조명해 작은 허물이라도 찾겠다는 지혜를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노동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여연대운동에 몇가지 원론적 주문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시민’있는 시민운동을 지향하는 참여연대운동이라면, 그 시민 안에 노동자가 정확히 자리매김돼야 한다는 것이다. 80∼90년대에 들어와 우리 민중들은 절대빈곤에서 탈피해 다양한 요구와 지향을 갖게 됐다. 또 군사독재시절의 ‘정권’ 중심 운동에서 이제 사회 저변의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운동으로 운동 영역이 확장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운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처한 조건, 정세를 보는 눈, 사업방식 등에 많은 편차가 생겼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이런 차이를 좁히고 민중영역과 ‘중간지대’를 매개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왔다. 이제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를 진전시켜야 한다. 사실 노동자 따로 있고 시민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민에서 노동자를 빼면 남는 사람이 누구인가. 특히 IMF 치하에서는 몰락하는 중산층과 살찌는 특권층뿐일 것이다. 그들이 주인노릇하는 시민운동의 노폐물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계급적 요구와 시민적 요구, 계급적 정서와 시민적 정서를 잘 결합시키면서 시민 안에 노동자의 위치를 바르게 설정해야 할 때다.

그리고 노동소외적, 노동배제적 시민운동은 결코 진정한 ‘공익적’ 입장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시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요구와 의사를 배제한 ‘공익’이 누구를 위한 공익이란 말인가. 아직도 한국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산재왕국에 살면서 결사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속에서 대량 정리해고와 실업의 고통으로 울부짖다 작년 한해 400여 명, 지금도 145명의 구속, 수배자가 생겼다. 노동자들에게는 시민권도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들이 시민사회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참여연대운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물론 노동운동이 먼저 준비해야 한다. 과거에는 임금과 근로조건이, 지금은 일자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앞으로는 노동자들이 제반 사회개혁 실현에 앞장섬으로써 노동자 스스로도 많이 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중운동과의 연대 수준을 좀더 높이자는 것이다. 정치지형이 과거처럼 민주대 반민주 구도도 아니고, 대중의 요구도 매우 다양해져 하나의 단일한 전선이 그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신노예제도라 불리는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닌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의 폭넓은 연대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전통적 민중운동을 계승하면서도 또 다른 발전을 지향, 더 넓은 운동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참여연대의 결합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야 소액주주운동과 같은 참신한 히트상품에 매몰되지 않고 근본적인 재벌개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중운동 역시 정권 차원의 포섭과 배제전략을 극복, 더 높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참여연대의 고뇌어린 결단을 기대한다.

정성희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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