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711

지역운동순례/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동네 공동체운동 시작합니다

인천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간석역에서 내려 넓게 트인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멀리 4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최근 인천지역 구청장 판공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의 활발한 시민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건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눈 안으로 들어오는 슬로건이다. 이와 함께 사무실 구석구석에 붙어 있는 행사포스터와 모임을 알리는 스티커들은 인천연대가 지역에서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가를 알리는 표징들이었다. 이런 인천연대 사무실에선 활동가들의 땀내음이 물씬 풍긴다. 인천지역 구청장 판공비 공개, 시민감사청구제도 조례입법, 대중교통감시운동, 의정지기단 활동, 미사일사고 손해보상청구소송 등등. 그동안 인천연대가 펼쳐온 사업들의 목록을 펼치니 끝이 없다.

일단, 요즘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청장 판공비 공개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인천지역의 8개 구중에서 중구와 동구청이 판공비 내역을 공개했고, 6개 구는 계속 거부하고 있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천연대 사무처장 홍윤기 씨의 말이다.

인천연대는 올해초 ‘구청장의 판공비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구청장의 개인적 식사비 등으로 전용된다’며 인천지역의 8개 구를 대상으로 구청장의 판공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홍윤기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구청장 판공비 공개운동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지역운동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인천연대 사무실로 전화해서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를 남기는 시민들이 많아요. 구청 앞에서의 피케팅이나 서명운동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 차츰 시민들이 지역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시민들은 지역운동 속에서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참여의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인천연대는 인천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지역 뿌리 없는 지역운동은 사상누각

인천지역은 서울과 인접해 있어 경제 문화적으로 상당부분 서울에 종속돼 있다. 따라서 교통, 환경문제, 문화시설 등의 제반조건들이 열악한 상태이다. 이런 지역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지역공동체 운동’을 지향하며 결성된 시민단체가 바로 ‘인천연대’. 인천연대는 96년 창립 초기부터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공간, 즉 구별 동별 주민모임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왔다. 문화사업과 교양강좌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회원을 확대해왔고, 그 결과 현재 4개 지부 아래 18개의 주민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 내에 뿌리를 내리고 토대를 형성하지 않는 지역운동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민 스스로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지역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 지역운동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홍 처장이 던진 말이다.

98년 제2기 인천연대가 출범하면서 인천연대는 조직을 본부와 지부체계로 개편했는데, 이 또한 구·동별 주민모임의 활성화와 지부 공동체운동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부평·개양지부, 남동·남지부, 연수지부, 중·동·서지부 등 4개 지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 지부 아래에는 동별 주민모임이 있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고 있다.

각 지부에서는 어린이도서관, 동화를 읽는 어머니 모임, 산행 동아리 등 일상적인 회원활동과 함께 사랑방 좌담회, 시민학교 등의 회원 교양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부에서 열고 있는 강좌의 주제들을 살펴보면, ‘시민운동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임대차 보호법과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 ‘꼼꼼히 따져보는 아파트 관리비’ 등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되는 것들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장영주 인천연대 사무부처장은 지역공동체 운동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지부와 주민모임의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한다.

“아직은 지부나, 주민모임 자체에서 동네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해요. 기초자치단체의 행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마련하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상근인력과 전문성의 부족 등으로 실천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창립 이래 꾸준한 대중사업으로 인천 지역 주민들과 생활적으로 호흡하고 있는 인천연대는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대다수 회원층은 30∼40대의 직장인과 주부들이다. 이런 인천연대의 회원이 되려면 신입교실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년 4회 정도의 신입교실이 있는데 교실을 열 때마다 25∼3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다. 주민모임을 통한 조직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도 모른다.

활동의 전문성 담보할 프로그램 마련 시급

이런 인천연대를 꾸려가는 상근자는 30여 명. 본부 상근자 10명과 지부 상근자 8명, 그외 부설기관으로 시민문화센터, 청년캠프, 청소년생활문화마당 ‘내일’의 상근자가 12명이다. 상근자 문제와 관련하여 홍윤기 사무처장은 전문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부단위의 상근자와 분야별 전문인력들이 더 확보돼야 합니다. 구청에도 전문 분야별로 부서들이 있듯이 지역단체도 교통, 환경, 복지 등 각 분야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주민자치의 개념이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시민단체들의 공통적 골칫거리 중 하나가 재정문제. 인천연대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재정의 90% 이상은 회원이 내는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회비만으로 대중적 사업들을 펼쳐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 그래서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회사에 다니는 회원의 도움으로 자동차보험영업을 대행하고 있다. 보험계약이 성사되면 일정정도의 인센티브를 인천연대가 가져가는 방식. 그러나 수익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최근 인천연대가 세운 주민운동의 목표는 구별 동별 조직으로 세분화해 동네마다 주민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 스스로 자기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기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천연대가 창립하면서 내걸었던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건설’이란 시민들과의 약속을 흐트러짐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동네별로 주민들의 공동체조직을 건설해내는 일은 결국 진보운동진영의 터를 넓히는 것이고, 이러한 것이 지역운동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홍윤기 사무처장이 인천연대에 거는 기대다.

김선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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