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7년 01-02월 1997-01-01   1466

문화초대석-연극배우 김지숙

시민운동과 만난

<아가씨와 건달들>, <당신의 침묵> 등으로 유명한 연극배우 김지숙 씨가 지난 겨울 시민운동과 정겨운 만남을 가졌다. 12월말 정동극장에서 6일간 펼쳐진 연극 <로젤>은 대중문화사상 처음으로 ‘연극과 시민운동단체’가 손잡고 펼친 공연이었다. 이는 참여연대가 시민운동과 연극을 접목시켜 새로운 대중문화의 장을 연다는 취지 하에 이루어졌다.

<로젤>의 줄거리는,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가를 꿈꾸던 소녀 로젤이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뜻을 이기지 못해 음악을 포기하고 호텔에 취직해서 겪는 가슴아픈 인생이야기다.

극중 아버지에 의해 연주가의 꿈이 산산 조각나고, 사회에서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파괴돼가는 로젤의 모습은 어릴 때 가부장제에 눌려 희생된 우리들 누이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로젤의 애틋한 사연을 관객 스스로 체화하도록 만드는 김지숙 씨는 무대 위에서 이미 ‘로젤’이 된다. “제가 로젤처럼 살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로젤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이 땅엔 로젤같은 여성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에서 로젤을 모른 척 할 리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함께 공연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정말 명료하게 <로젤>과 시민운동이 만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지숙 씨는 간단한 몸동작으로 짤막한 연기단면을 보인다. “고맙다. 너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난 단지 세상에 나의 진실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세상은 날…, 내 마음 속 진실을 모두 들어준 니가 참 고맙다.”

말매듭을 짓자마자 김지숙 씨는, “바로 현재의 시민운동은, 로젤이 그녀의 가슴아픈 사연을 모두 들어준 관객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처럼, 시민의 아픔과 괴로움을 함께하는, 시민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지숙 씨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사랑하자고 제안하고 싶었어요. 로젤같이 너무 많이 깨지고 다친 이 땅의 모든 영혼을 위한 세레나데를 함께 부르자, 뭐 이정도의 뜻을 전하려 했죠”라고 말한다.

주최측은 이 연극이 그동안 시민단체가 대중들과 거리감이 있었던 부분을 좁히고, 시민들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펼치는 여러 문화사업 아이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연극을 시발로 참여연대는 앞으로 양희은 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계획중이다. 한편 이 연극에서 나온 수익금 전체는 참여연대 기금으로 쓰이며, 특별히 매 공연 때마다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좌석을 배치해 주변사람들로부터 작은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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