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1월 2010-01-01   144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우리 안의 4대강 괴물

유기농-2007년 대선 후보 시절 팔당 유기농 단지를 찾아 격려한 이명박 후보의 사진을 담은 플래카드

우리 안의 4대강 괴물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사무처장

한 농민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지난 12월 22일 국회 앞 도로에 농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아스팔트 농사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남는 것이 없는 일이라 한다. 손에 쥐는 것 없어도 땅을 놀리지 못하고 땅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농민들이다.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사람들은 팔당 지역에서 유기농업으로 땅의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국회 앞에 모인 것은 이 땅의 생명살림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또한 19일간 스스로 곡식을 끊고 땅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절절한 염원으로 호소를 하였던 유영훈 공동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

강을 살리겠다며 쫓아내는 ‘유기농’

단식.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모두 잘 알 것이다. 곡기를 스스로 끊는다는 일, 참 어려운 일이다. 또한 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의 곡기를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이다. 하여간 유영훈 공동대표는 19일간 곡기를 끊고 4대강 사업의 중단 필요성을 외쳤다. 강을 살리겠다면서 삶의 터전에서 농민을 내쫓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려웠고, 결국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단식 밖에 없노라고 말하던 유영훈 위원장. 지난 30년 넘는 세월동안 오직 땅을 살리는 유기농업을 해온 그이다. 매년 한해가 넘어갈 때마다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땅을 살리는 농업이 진정한 농업이라며 해와 달을 벗 삼아 팔당 유기농 단지를 이끌어 온 그이다. 함께 자리에 온 농민들 역시 다르지 않다. 1975년 팔당댐이 만들어지면서 농토가 강제수용 되었지만 선조들이 태를 뭇고 살아온 그 땅을 벗어나지 않고, 여전히 땅을 지켜온 그들이다.

까칠하게 수염이 자란 얼굴과 투박한 손은 그들의 일상을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표현해 준다. 그동안 정부가 장려하며 대표적인 유기농업인으로 소개하였던 그들은 이제 하천변 점용허가를 받지 못해 당장 2010년부터 농사를 지을 땅을 빼앗기게 되었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문전옥답을 빼앗긴 그들은 이제 또 강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어렵게 일군 농토를 다시 빼앗기게 되었다. 국회 앞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흘리는 그들의 눈물을 보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2대에 걸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간 국가가 이들에겐 어떤 존재일까?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호언장담과 냉정한 국민 여론

요즘 국회는 4대강 문제로 첨예하게 대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2010년 예산 291조 중 1.2%에 불과한 3조 5천억 원의 4대강 예산 때문에 전체 예산 통과를 연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로 가는 중간 단계라며 예산 통과는 절대 불가하다고 버티고 있다. 사실 4대강 예산이 3조 5천억 원인지 8조 원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4대강 곳곳에서 보(댐)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밤낮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예산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공사는 계속되고 있고, 국회 내 여야 세력분포를 감안한다면 이 예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은 ‘수자원 확보와 수해 방지, 환경보전 차원의 4대강 사업은 반드시 강행되어야 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용납할 수 없다’고 국민에게 강조한다. 또한 로봇 물고기, 시화호 사례, 경부고속도로 등을 거론하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개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국가미래를 위해 대통령이 참석한 방송 프로그램까지 동원한 상황이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이라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여론은 전혀 변동할 기미가 없다. 국민 여론의 약 70%가 변함없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지역별, 세대별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약 40%의 ‘강력한 반대’와 약 30%의 ‘사업 수정 불가피’의견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의 여론 반등 기대와 달리 국민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환경운동진영이 4대강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했기 때문일까? 필자도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지만, 불행히도 이것만으론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사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출발한 4대강 사업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분명한 개발 사업이다. 쉽게 말해 지난 반세기동안 상대적으로 엄격히 제한되었던 내륙지역에 대한 개발 패러다임을 구체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발 패러다임 제안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은 왜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하고, 그의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지적처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선호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동의가 다르기 때문일까? 이에 대한 해석이야 다양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개발 이익에 대한 선망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부가 모든 가치 판단의 척도가 된 지 오래된 사회에서 주류 정치세력의 개발 패러다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2009년 12월 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 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열렸다. 행사가 끝난 뒤 수자원공사가 제공한 기념품을 손에 든 참가자들과 수십대의 차량들이 기공식장을 떠나고 있다.

법·제도·절차마저 무시한 ‘밀어 붙이기’

사실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골프장 하나 새로이 만들어지고, 신도시 하나 들어서는 나라이다. 각종 정치적 개발 사업이 난무하다보니 웬만한 규모의 개발 계획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내성이 생겼고, 삼성중공업 예인선에 의한 기름 유출 사고가 태안에서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해결될 기미는 없다. 그냥 그렇게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뿐이다.

그런 나라에서 4대강 사업이 뭐 대수냐고 물어볼 수 있다. 사실 하늘에서 내린 빗물 한 방울이 어느 곳에 내리는가에 따라 물의 일생이 시작되고 끝난다. 예로부터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라 하여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내린 물은 산을 따라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 금강유역, 영산강 유역으로 구분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백두대간을 따라 한 발자국 차이가 서해로 갈지 남해로 갈지 동해로 갈지를 결정하게 된다.
시대가 다르다고 물의 일생이 달라질 일이 없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물의 일생도 달라질 것 같다. 원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섭리, 스스로 정화하는 물의 힘, 막히면 돌아가는 물의 유연함,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물의 소통능력,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쌓이지 않은 자연의 강”이 좋은 강이라 한다.

하지만 이미 내 안의 개발주의에 우리 스스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회에서, 수도를 틀면 맑은 물이 나오는 현실에서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면서 추진되는 4대강 사업이 무슨 대수겠는가?

하지만 4대강 사업에는 참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한다. 이미 귀에 너무도 익은 이야기지만 과정 절차적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을 다시 바라보면, 정치적 이유로 시작되는 개발계획, 형식적인 경제적 타당성 평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추진될 사업이 주민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 자체의 차단, 형식적 의견수렴, 근거 없는 정책결정과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정책결정과정의 폐쇄성, 국가정책의 기록문화 부재 및 비공개, 국민세금 낭비, 사후 평가 및 정책 개선 노력 부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4대강 사업뿐만이 아니라 국책사업 일반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문제이다. 4대강 사업은 여기에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및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기존의 법 제도의 형식적 적용이라는 문제를 넘어, 사업 추진을 위해 기존 법(국가재정법, 하천법, 문화재보호법 등) 제도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도구화시킨다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4대강 공사 현장에 직접 가보자”

사실 제대로 된 정신으로 4대강 사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영혼 없는 몇몇 공무원과 정치인뿐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죄인처럼 취급하는 우리 역시 그들이 제시하는 개발의 단상에 암묵적으로 동조하였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내 집값이 좀 더 오르기를 바라고, 좀 더 싼 물값을 바라고 전기세 낮아지기를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 물값에 희생되는 수몰지와 쫓겨나는 농민들을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고 재개발되어 삶의 터전에서 내 몰리는 철거민을 잊었고,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고통에 눈을 감았던 것 역시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4대강이라는 괴물 앞에 무력화되는 법제도를 바라보고 있고,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덮힐 우리의 자연하천이 잊혀지게 되었다. 삶의 정치와 경제가 아니라 죽임의 정치와 경제가 일상화되었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서로 손가락질 하기에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우리의 책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시대는 논리적 논쟁과 토론이 통하지 않는 불통의 시대라는 점이 매우 불행할 뿐이다. ‘삽질’도 ‘녹색’으로 이해하는 자들이 권력을 가진 나라에서 법`제도`절차의 무시는 기본이다 보니 어떠한 논쟁도, 토론도‘불법不法’이라 주장하면 끝난다.

그렇기에 구구절절 논쟁하기보다, 지금 다시 강을 바라보자. 우리 주변에 있는 강을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4대강 사업을 바라보자. 하천을 가로막고 진행되는 각종 보댐 공사와 준설 공사 현장을 찾아가 보자. 그것이 강을 살리고 하천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공사인지 직접 확인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우리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민이 요구하는 사업인지 확인해 보자. 우리의 세금으로 우리를 대표한다는 자들이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결정하고 국민을 위해 진행한다는 공사현장을 정확히 찾아가 보자.

그 결과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시대를 탓하기 앞서 우리의 정치적 선택과 결정이 이와 같은 현실을 만든 것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자. 그리고 정확히 사태를 직시하고 그 사태를 만든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며, 유권자이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의 삶이 흘러갈 4대강

오늘도 4대강 곳곳에서는 굴삭기와 트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공사현장에 우리의 아이들이 먹어야 할 급식비가 사라지고 있고 사회적 약자가 받아야 할 의료비용과 복지비용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에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정신이 쓸려가고 있다.

사실 공사가 착공되었다지만 4대강은 역사를 따라 흘러왔고, 물만 흐른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우리 선조들의 삶이 흘렀고 앞으로 우리 후손들의 삶이 흐를 것이다. 물이 끊임없이 아래로 흐르듯이 그 물결을 따라 민심이 흐르고 문화가 흐르고 역사가 흘러왔다.

손에 삽자루만 든 정치세력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질적 재화만을 성공의 유일한 척도로 판가름하는 경제제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공동의 산물일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의 향후 비전이 삽자루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생명에 근간한 비전을 세울 것인지 우리에게 돌아온 질문은 결국 우리의 답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강이 흐르는 곳에 민심이 흘러왔듯이 이제 앞으로의 우리 결정이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강을 망쳐온 토건세력과 개발세력과 건설관료들이 제시하는 4대강 비전이 아니라, 녹색과 생명 그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수많은 민심들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새로이 결정해야 한다. 삽자루 하나 따라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에도 아프가니스탄에도 용산에도 생명이 있기에 평화를 꿈꾸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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