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3월 2010-03-01   886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2010 지방선거와 시민참여: 트위터를 돌도끼 들고 막겠다?



2010 지방선거와 시민참여
트위터를 돌도끼 들고 막겠다?



‘140자의 자유’ 트위터에 재갈 물리는 선관위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와 경찰청이 앞다투어 ‘트위터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트위터 세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 장발·미니스커트 단속(심상정 진보신당 전 공동대표)’, ‘트위터에 대한 계엄령(시사IN 고재열 기자)’등 단속 기관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넘쳐나고, 이른바 ‘트위터 자유법(정동영 의원)’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었던 ‘UCC 단속’에 대한 반발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더불어 한동안 주춤했던 공직선거법의 여러 독소조항에 대한 논의도 되살아나고 있다.



140자로 재잘대는 신개념 통신수단

트위터twitter는 ‘(새가)지저귀다’는 뜻으로, 140자의 짧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과 등록한 팔로우follow와 소통하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이다. 지금은 그 열풍이 주춤하지만 10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한다)는 ‘싸이월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내 미니홈피에 글을 쓰면 그 글이 자동으로 ‘일촌의 미니홈피’에 나타나는 형식이다. 굳이 상대의 미니홈피를 방문하지 않고도 새로 올라온 글을 손쉽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트위터의 ‘리트윗RT’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에게 보여지는 다른 사람의 글을 손쉽게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사실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귀에 익숙한 단어가 되긴 했지만, ‘트위터’는 여전히 일반 시민들에게 익숙한 매체는 아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증가추세에 있지만, 한국의 사용인구도 아직 1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위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신속성’과 ‘전파력’에 있다. 멀리는 ‘인도 뭄바이 테러’나 ‘이란 대선 부정선거 사태, 중국 위구르 유혈사태, 아이티 지진 피해’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여느 언론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최근 ‘수도권 지진 소식’이 방송사 속보 자막 이전에 이미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거나, 유서를 남긴 한 사용자의 메시지가 빠르게 전파되면서 자살 시도를 막아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그들과 손쉽게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트위터는 가히 ‘140자 단문’으로 재잘되면서 소통의 장벽을 낮추는 ‘신개념 통신수단’인 셈이다.


선관위의 ‘트위터 단속’천명, 시작된 ‘자기검열’

신문물이 등장하면 이에 대한 반작용도 생기는 법,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와 경찰청이 앞다퉈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선거법 해석의 주무기관인 선관위는 2월 12일 이른바 ‘트위터 관련 지침’을 발표하며 트위터를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발표된 자료에서 선관위는, 트위터가 “전자우편e-mail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며 “기존 공직선거법으로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은 ‘오해’일 뿐, 모든 선거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트위터에 선관위 계정을 만들어 주요 사용자들의 글을 쫓아다니며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규제근거조차 불명확한 단속 방침은 트위터 사용자들(트위터리안)에게 ‘냉소’와 ‘희화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행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선관위의 행태를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트위터의 성격상 선관위 계정을 ‘블록(자신의 글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한다 하여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자신의 글은 언제나 선관위의 단속에 노출되게 된다. 이 때문에 벌써 트위터 사용자들간에 ‘내글이 선거법에 걸리는지 아닌지’를 걱정하고, 글을 쓸 때 주저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자유로워야 할 트위터 공간에 ‘자기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UCC 단속의 기억, ‘삭제, 소환, 위축, 공포, 그리고 자기검열’

지금의 트위터 단속 논란은 2007년 UCC단속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는 ‘UCC물 운용지침’을 발표했다. UCC가 새로운 유권자 선거 참여 방식으로 주목받던 시점이었다. 선관위는 주로 ‘공직선거법 93조(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를 금지)’를 적용했고, 간간이 ‘251조(포괄적 후보자 비방죄)’도 적용했다. 선관위의 단속과 함께 언론기사를 인용한 UCC를 제작하거나, 자기 블로그에 ‘언론기사’를 스크랩한 네티즌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후보자의 별명을 댓글로 달았다는 이유로 어느 네티즌은 후보자 비방 혐의를 받기도 했다. 수백 명의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소환되었고, 9만여 건에 이르는 네티즌의 글이 삭제되었다.

문제는 선관위의 단속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서 발생했다. ‘단순한 의견개진과 선거운동’의 모호한 기준과 ‘비판과 비방’의 애매한 줄타기에서 네티즌들은 고민해야 했고,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졌다. 가히 인터넷 공론장은 ‘위축과 공포’, 네티즌의 UCC에는 ‘삭제와 소환’이, 개별 이용자들에게는 ‘자기 검열’의 기억이 2007년 온라인을 지배했다. UCC가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고, 새로운 유권자 참여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


“유권자 행동으로 일상의 정치적 자유 되찾자”

트위터 단속을 둘러싼 지금의 논란은 단순히 몇몇 트위터 사용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2007년 UCC 단속에서도 드러나듯이 ‘유권자의 일상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공론의 장’이 지켜질 수 있는가의 문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수단이 나타날 때마다 매번 ‘규제와 단속’의 잣대만 들이댈 경우, 유권자의 참여는 커녕 일상적 의견개진조차 위축될 것임은 자명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8일, 중앙선관위원장에게 △트위터 등 SNS 규제의 세부 내용과 기준, 해당 규제 방침의 공직선거법 상 근거조항 △선거법 93조 위헌성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 등 8가지 항목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였다(그러나 선관위는 ‘트위터 관련 지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름이 넘도록 참여연대 질의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라 무려 ‘9단계’의 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2010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해 네티즌, 트위터 사용자들과 함께하는 헌법소원, 선거법 토론회 등 공직선거법 독소조항(93조, 251조)을 폐지하기 위한 유권자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려 8명의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기에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정보 소통이 필요한 2010지방선거, 내 일상의 정치적 자유를 찾기 위한 ‘공직선거법 독소조항 폐지’에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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