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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09월
  • 2010.09.01
  • 1063

“상지대사태의 중심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있다”

 


김행수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상지대 사태가 끝을 모르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회의를 열어 정이사 파견을 결정했지만 교수, 학생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구재단 측 역시 전 이사장인 김문기가 이사로 선임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교수와 학생들, 학교 구성원들은 이를 구재단의 학교 탈취로 규정하고 수업 거부까지 논의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지대 사태의 중심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 때 도입된 제도로 도입 당시에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급하게 도입되어 논란이 되었다. 지금은 사학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이를 조장한다고 하여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교체와 함께 분쟁의 씨앗이 된 사분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비리나 분규 사태를 겪고 있는 학교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파견된 임시이사가 학교를 정상화시키고 이후에 정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기구이기는 하지만 위원의 임명에서부터 운영에 있어 거의 전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기구이다. 대표적인 예로 심의기구인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 교과부 장관은 1번의 재심 요구권만 있고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들 수 있다.

  사분위는 지난 참여정부때 1기가 구성돼 운영된 후 MB정부 출범 이후 제2기 사분위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1기 사분위에는 교육계의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인사들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고, 운영에 있어서도 다수결로 밀어붙이기보다 구성원간의 합의를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아서 운영하였다. 그래서 1기 사분위는 그렇게 크게 논쟁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사분위 위원은 법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분위원이었던 주경복 교수가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사분위원에서 일방적으로 해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 교수는 지난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간발의 차이로 공정택 당시 교육감에게 패배한 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사립학교법에는 기소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로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경우에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MB 정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기소되었다는 것만으로 일방적으로 위원에서 해임한다는 발표를 하고 위원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교육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변호사를 임명하여 이때부터 분쟁의 씨앗이 태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1기 사분위원의 임기가 끝나고 2기 사분위원이 임명되면서 교육계의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주경복 교수의 후임으로 들어갔던 고영주 변호사를 비롯하여 정재량, 김성영, 강민구 등 극단적인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사분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이들은 사분위원이 된 후 사립학교의 공공성 보다는 자율성을 앞세우며 극단적으로 사학재단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 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들은 사학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사학재단의 건학이념을 존중한다는 미명 하에 과반수 이사 추천권을 구재단에게 준다”는 제 1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2007년 상지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왜곡하면서까지 이 원칙을 만들었고 이후 벌어진 상지대 사태에 이를 그대로 관철시켜 버렸다.


영남대, 조선대, 세종대, 상지대… 줄줄이 구재단 복귀. 다음은?

사실 2007년 대법원의 판례는 물러난 구재단에게 정이사 선임을 할 수 있는 긴급구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고, 정이사 선임 과정에서 종전 이사 측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서 정이사 선임을 무효로 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분위는 이런 대법 판례를 왜곡하여 대법원이 구재단에게 정이사 선임권을 준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여 잘못된 대원칙을 세우고, 그 잘못된 대원칙에 따라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상지대 이전에 영남대와 조선대, 세종대를 정상화하는데 있어서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서 구재단 측이 대거 정이사로 선임되었다. 영남대도 물러났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측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이사로 들어왔으며, 특히 조선대는 박철웅 전 재단 측이 대거 이사로 들어와서 아직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분위는 지난해 12월 조선대의 정이사 8명을 선임했는데 입시 부정, 교수 채용 비리 등 40개 항목에서 비위 행위가 적발돼 1987년 쫓겨난 박철웅 전 이사장의 딸이 이사로 선임한 것을 비롯하여 박 전 이사장의 아내와 아들이 추천한 친인척을 정이사로 선임하였다.

  지난 2월 세종대도 비리로 물러난 주명건 전 이사장 측이 ‘종전이사’ 자격으로 정이사 7명 가운데 5명을 추천했다. 주 전 이사장은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감사에서 113억의 회계비리가 밝혀져 쫓겨났었는데 이번에 구 재단 측이 다시 화려하게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 주 전 이사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주영하 등 세종대 설립자 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상지대도 이런 분쟁 재발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나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수결로만 밀어붙이려고 하여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사분위의 독단적 결정과 운영은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사분위가 내부 규정으로 회의록 비공개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어디에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정부의 공식기구 중에서 회의록을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조직은 사분위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회의록을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관계인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나아가 이의 상급기관인 교과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국회에도 제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정부의 공식기구로 운영되면서 세상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는 조직은 없다. 사분위가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현재 사태는 국가 공권력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현재의 교과부 역시 이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국회교육상임위원들에게 상지대 정이사 선임과정을 비판하면서 사분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심 청구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그가 후보 시절 “김문기 같은 인사는 돈을 싸와도 받지 않는다. 이것은 나의 공식 입장이니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된다.”고 밝혀 김문기 체제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현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사분위 결정에 대해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과부 장관에게 분명히 재심 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교과부 장관은 이를 행사할 생각이 없다. 이전에도 재심을 청구하거나 사분위 결정을 거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 이를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교과부 장관도, 국회도 회의록 하나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 17명이 사실상 현재의 사분위를 폐지하고 자문기구로 하는 ‘사학정상화자문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무리가 아니며 그들이 자초한 면이 커 보인다.


사분위의 상지대 결정은 사학비리 재발 기폭제

현재 대구대, 영남외대, 덕성여대 등 대학교뿐 아니라 상문고, 홍명고, 영덕여고 등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30여 개 사립학교에 임시이사가 파견되어 있고 정상화가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상지대 결정은 상지대 하나로 그치지 않고 이들 임시이사 파견 학교에 잘못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비리로 쫓겨났던 구재단이 모두 복귀하는 과정을 보면서 다른 학교들에서도 쫓겨난 구재단 측이 다시 이사로 돌아오겠다고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당장 대구대에서 이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학교 구성원들과의 마찰을 일으켜 더 큰 분란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사학의 정상화가 아니라 갈등의 재점화, 분쟁의 악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육을 위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일반 사학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비리로 쫓겨난 재단들이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립학교의 일부 재단 측이 오판할 기회를 준 것이다. 사실 지난 국회에서 사학법 파동을 겪으면서 사학재단들은 적어도 비리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개정된 사립학교법 내용 중에 이사회 회의록과 예결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조치는 비리를 저지르는데 더 큰 위험부담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사학재단들이 상지대 사태를 보면서 “비리를 저질러도 들키지 않으면 되고, 들켜도 5년만 지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계에도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교육계에서 교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교육비리인데 이번 상지대 사태는 이런 교육비리를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4일 대법원은 경기도 신성학원 판결에서 사분위가 상지대 구재단 복귀를 결정하는데 금과옥조처럼 인용하고 있는 ‘2007년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소송’ 결정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정이사를 선임함에 있어 자신들(설립자와 종전이사들)에게 이사선임권을 주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구재단(=종전이사)의 정이사 선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신성학원 정○ 전 이사장이 학교운영에서 전횡을 일삼다가 쫓겨난 점은 상지학원의 전 이사장인 김문기가 입시 부정 등 전횡을 일삼다가 쫓겨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정전 이사장의 아들과 종전이사들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상지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학교에 비리가 발생하던 당시 이사였던 소송 당사자들이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전횡을 방치하였다는 점 역시 상지학원과 신성학원의 공통점으로 보인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리로 물러난 이들이 사학의 건학이념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신성학원에 대한 판결은 상지대 사태에도 적용될 만하며, 상지대 사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07년 대법원의 상지대 판결에서도 비리로 쫓겨난 구 재단 이사들에게 정이사 선임을 위한 긴급구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 결정이 합법이라고 한 대법관이 12명 중 5명이나 되었던 점, 그리고 구재단에게 전적으로 학교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의견이었다는 점 역시 사분위가 애써 무시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즉, 2007년 대법원 결정은 대법관 12명 중 정이사 선임이 무효라는 주장이 7명이었고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이 5명이어서 1명의 입장만 달랐어도 대법원의 결정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도 신성학원의 결정에서는 참가 대법관 4인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사립학교법 상 정이사 선임에 있어서 종전 이사측의 입장은 ‘의견을 듣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반드시 그 의견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사립학교=설립자 소유’ 인식부터 바꿔야

이번 상지대 사태를 통하여 사학재단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사학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당장은 교과부가 재심을 청구하고 사분위는 스스로 주어진 기회를 버리지 말고 상지대 구재단 복귀 결정을 뒤집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학을 여전히 설립자와 이사장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대우의 설립자 김우중이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회사를 잘못 운영하여 쫓겨났지만 시간이 지났다고 대우를 다시 김우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도 인정되지 않는 이런 인식이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사립학교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상지대 사태를 계기로 하여 사분위와 교과부, 사학 측에서 사학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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