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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09월
  • 2010.09.01
  • 898


국민이 올려보낸 세 명,
이제 국민이 내려오게 해주세요”


『참여사회』 편집팀

 

폭염도 이런 폭염이 없었다. 이포보 ‘바벨탑’ 농성 30일째, 『참여사회』 편집팀이 농성 현장을 찾은 날은 강렬한 햇빛 때문에 팔다리가 뜨겁다 못해 따가워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게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줄줄 흐르는 땀, 벌겋게 익은 얼굴을 불평하기에 이포보 바벨탑에서 한 달째 고립되어 있는 염형철, 박평수, 장동빈 세 사람에게 죄송한 일이었다.

  “아침은 역시 선식이다. 45번째. 이것으로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은 성인 필요량의 1/5 수준이며 이제는 물려서 토할 것 같다.”

  경기도 여주 이포보 바벨탑에 올라가 있는 염형철 처장이 27일째 농성을 계속하며 쓴 일기이다. 그러나 10일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준비해 간 식량은 없어진 지 오래, 소량의 물과 선식으로 한 달 넘게 버티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새벽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4대강 공사 중단’, ‘국회검증특위 구성’ ‘여론수렴 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며 이포보 바벨탑에 올랐다.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한 여름, 하루에도 비가 대여섯 번씩 온다는 그 곳에서 천막 한 장으로 햇빛을 가리고, 비바람을 막아내고, 밤에는 이들을 잠 못 자게 괴롭히려 농성장을 훤하게 비치는 서치라이트를 피하고 있다. 휴대폰, 무전기 등의 배터리가 방전 돼 가족들과의 연락도 두절됐지만, 경찰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통신수단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태형 환경운동연합 이포보 상황실 간사는 “세 명이 있는 농성장 아래 경찰도 같이 텐트치고 농성하고 있는 것 같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철근 등으로 두들기고, 언제든지 농성장으로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위협을 가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며 초조함을 유도하고 있다. 세 명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조금만 걸어도 탈진 직전이라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 명 농성자의 건강을 걱정했다.

  경찰은 농성자 세 명을 포로 대하듯 비인간적으로 대했다.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현수막을 떼면 음식을 올려보내겠다는 조건부 거래를 하거나, 비상식량도 올려보내지 못하게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서 겨우 합의한 결과가 0.5리터짜리 생수 6개와 선식으로 3일을 먹게 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측은 “1500여 년 만에 찾아온 여주 지역 개발의 기회”를 방해한다며 “외지인은 물러가라”는 선무 방송을 새벽까지 틀어 대고 있다. 주민 측의 방해는 환경연합 간사들이 여주에 들어섰을 때부터 시작됐다. 첫날은 이곳 장승공원에 텐트를 쳤는데 주민들이 야간집회를 같은 장소에 신청해서 철수했어야 했다. 이후 인근 모 여관에 숙소를 마련했는데, 역시나 주민들이 몰려와 사이렌을 틀고 확성기로 “환경운동연합은 물러가라”며 시위를 해 여관 주인이 경찰을 불러 일이 커지기도 했다. 주민들과 싸우려고 여주에 온 것은 아니니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해서 그 여관을 나왔어야 했다. 지금은 숙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4대강 대항마와 사투를 벌이며 한 달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8·8개각을 통해 다시 한 번 4대강 사업 강행을 천명했고, 공사도 은근슬쩍 진행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법원은 농성자 세 명이 공사장 퇴거 명령에 불응하면 1인당 300만 원씩 총 900만 원을 시공업체에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염형철 처장은 “바벨탑은 인간의 오만, 인간의 무지가 만들어낸 탑”이라며 4대강 사업을 바벨탑에 비유했다.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개발 욕망이 멈추지 않는 한 이포보 바벨탑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한다.

  농성 한 달을 맞은 8월 21일, 주말마다 이포보 농성 현장 방문자들에게 시원한 차를 제공하며 바벨탑의 용자들과 함께 하는 수원 촛불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날 농성자들과 이포보 상황실 활동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전국의 시민 300여 명과 야당 의원들이 함께 촛불을 들며 이포보 바벨탑에 오른 농성자들을 향해 “염형철, 박평수, 장동빈~건강해요~사랑해요~!”를 외쳤다. 바벨탑 위의 세 명은 하트를 그리며 손을 흔들어 화답 했다. 동료 선후배인 농성자들을 바벨탑에 올려 보내고 그들 못지않게 고충과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경운동연합 간사들도 이날만큼은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박창재 환경연합 이포보 상황실장은 “불쏘시개로 시작한 이포보 고공농성이 우리 국민의 강으로 거칠고 힘차게 흘러서 국민이 승리하는 과정, 그리고  최소한의 잘못된 4대강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힘으로 작용되기를 바란다”며 흩어져 있는 힘을 한데 모아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포보 농성자들의 고행과 시민들의 촛불과 함성으로 눈앞에 있는 댐 같은 보를 당장 거둘 순 없지만, 이들의 농성이 잠시 꺼졌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불쏘시개를 만들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과 마지막 선택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을 대신해 국민들의 뜻과 함께 하면서 세 명의 활동가들이 올라갔다.  


  선식을 50끼 넘게 먹으면서 단식보다 더 힘든 나날을 꿋꿋하게 버텨 왔다. 이제 국민이 올려보낸 활동가들을 국민이 내려오게 해서 땅을 딛고 함께 4대강 사업반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대강 공사 중단’ 국민대회(가)>

4대강 공사 중단, 4대강 검증을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국회 4대강 검증 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국민대회가 열립니다. 서울광장을 가득 매우면 시민 10만 명이 모일 수 있습니다. 10만을 넘어 전국민이 ‘4대강 공사 중단’을 외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9월 11일(토) 오후 5시, 서울광장(미정)


·자세한 프로그램은 참여연대 홈페이지(peoplepower21.org)에 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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