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맹 체크리스트
당신은 돈맹이 아닙니까?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여러분이 돈을 잘 관리하고 계신지 아닌지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삶의 주인이 되는 돈의 인문학
오늘날 돈은 지고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돈을 통해 힘과 자유를 획득하려 한다. 그래서 수많은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재테크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는 3월 9일~4월 6일까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얼개를 역사 속에서 이해하고, 그 속에 투영된 인간의 마음을 비춰보는 ‘돈의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다. 돈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며 부富의 궁극적인 원천을 탐색할 기회를 가진 수강자들의 생각을 「참여사회」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나에게 돈이란?
돈과의 전쟁
어릴적 친구들의 소시지 도시락 반찬이 부러워 어머니께 조르면 “돈 없어 안 돼”라는 말이 돌아오곤 했다. 소시지와 돈이 어떤 관계인지 몰랐으나 그때는 막연히 돈은, 내가 좋아하는 도시락 반찬을 결정하는 힘 있는 ‘어떤 물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입원하시게 되어 집안의 경제적 책임감이 내게 주어졌다. 병원비 때문에 대출이란 달콤한 제도를 알게 되었고, 마이너스 통장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밥을 먹기 위해 돈을 벌고, 과로하고, 병이 나면 돈을 들여 치료하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밥을 먹는 생활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돈에 대한 개념은 희박해지고, 어느 순간 내 삶은 돈에 무뎌지는 삶이 돼 있었다.
마침 참여연대에서 ‘돈의 인문학’ 강좌가 열렸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돈에 얽매인 사고와 가치관, 삶‘이 자리 잡은 나의 현재를 갈무리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나와 돈과의 관계,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얼마나 돈에 관련한 거짓된 역사와 진실에 눈멀고, 귀 먹었는지, 화폐의 역사를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돈맹 체크리스트에선 E타입인 것을 알고 경악 했으나, 이에 반성하며 돈을 돈답게 사용해야하는 책임감과 위기의식도 느낄 수 있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돈을 만나고 함께할 것이다. 아직까지 강의에서 배운 것처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으나, 이번 강의를 통해 이해한 것과 배운 것을 이용해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쭉 ‘돈과의 전쟁’을 치러 보려 한다. 돈에 대한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완전히 개조되어 ‘삶이 뒤집어질 그날’까지 계속할 것이다. 안세정
돈만 있는 삶과 돈만 없는 삶
3년차 백수. 정직하고 떳떳한 일을 하며 살겠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는데, 그것도 목표했던 돈이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그 부도덕한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수입 없이도 살고 있으니 돈이 도대체 뭔지 너무 궁금했다.
강의가 계속될수록 돈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갔다. 교과서 속 돈의 기원은 거짓말이라느니, 돈은 숫자일 뿐이고, 화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속에서나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듣다보니, “그래서 도대체 돈이 뭔데?”라는 의문만 강해졌다. 나의 돈맹 지수가 B타입인 것을 확인하면서도 “역시 나는 돈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자기 만족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내 물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대하느냐’였다. 돈과 행복을 얘기할 때,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특목고에 다니고 있는 조카가 모금전문가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는 시골 공부방 아이들보다 과연 더 행복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계와 사회적 유대에 관한 내용을 들을땐 자신에게 이득도 없는데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서 나서겠다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굴도 모르는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돈만 있는 삶과 돈만 없는 삶만 있을 때 역시 해답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진해졌다. 배헌엽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3월 9일 첫 강의를 들으러 갈 때 솔직히 마음은 조급했고, 두근거렸다. 강의 때문에? 아니! 3월 14일이 곧 태어날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수강자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에 스무 살이 넘도록 부모님에게 용돈과 대학 등록금을 받고 살아 왔지만 곧 태어날 아이는 알아서 대학 가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주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안다. 돈에 대한 생각이란 항상 그렇다. 내가 쓰는 돈은 다 이유가 있고, 남이 쓰는 돈은 다 낭비로 보인다. 스스로는 필요한 만큼이라고 하지만 그 필요라는 게 참 아전인수 격이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고, 돈에 대해 조금 더 자신 있고 싶었다.
다섯 차례 강의가 끝났고, 이제 나는 한 달짜리 딸의 아빠다. 천 기저귀를 쓰고, 모유를 먹이고, 산후조리도 집에서 하는데, 어디론가 자꾸 돈이 들어간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니 돈을 써야 하고, 그러니 벌어야 한다. 써야 하니 벌어야 한다? 번만큼 쓴다? 나는 돈을 모르고 있었다. 내 소비는 진짜 내 욕망인지, 내가 든 보험은 적절한 대비인지, 돈이 돈을 낳는 것인지….
‘돈의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에게 있어 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솔직하게 대답하자. 나에게 돈은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녀석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행복’과 ‘필요’에 대해서. 정우진
돈과 거리두기
참여연대의 ‘돈의 인문학’이라는 강좌를 신청하기로 한다. 며칠 뒤 8만 원을 입금했고 수강신청이 완료됐다. ‘돈의 인문학’이란 강좌와 나의 관계는 이렇게 8만 원으로 이어졌다. 괜찮았냐고? 익숙해서 잘 몰랐던 돈과 관련된 상식을 뒤집는 이야기들, ‘돈맹’인 내가 느끼지 못했던 현실에 대한 명쾌한 해석들, 돈이 주는 편안함을 차버렸을 때 오는 소소한 즐거움들, 수강생들끼리 혹은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 느껴졌던 나름의 연대감(?), 내가 썩 괜찮은 사람들 속에 있다는 행복감 등을 8만 원의 대가로 얻었다. 남는 장사였다.
돈이란 이런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매순간 계산을 해가며 손해 없이 살려고 한다. 뭐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더 이상 자본주의가 자가 증식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여러 허상들에 바보같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는다. 돈이란 놈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다시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도 돈을 잘 통제하거나 이놈을 잘 활용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돈이 좀 무서웠고 그래서 견제할 수밖에 없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무능함과 무지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똘똘하고 탁월한 선택의 결과로 돈과 거리두기를 결정한다.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가신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그저 머리로 끄덕이거나 가끔씩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한심스러운 일상을 살지라도 어쩌겠는가. 하지만 자본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의 삶을 훨씬 윤택하게 한다는 것을, 조금만 내가 노력한다면 공적인 행복감을 충분히 누리고 살 수 있음을 이제 정말 알겠다.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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