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0월 2010-10-01   143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애애애~앵, 시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애애애~앵, 시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준] 공동대표

어김없이 또 가을이 왔다. 하늘은 너무나 청명하게 높고 푸르다. 따가운 햇볕에 열매가 익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는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같은 짐승들에게도 겨울을 대비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과 에너지를 저장해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가을은 가을이지만 예전과 다른 가을임을 우리는 확연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전과 달리 올해는 9월 중순까지도 여름 날씨가 계속되었다. 한반도 날씨가 여름은 길어지고 봄, 가을, 겨울은 짧아진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 탓이다. 입추 무렵(8월 7~8일)에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하는데, 올해 서울 지방에는 8월 한 달 동안 무려 24일이나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씨앗 심기가 좋긴 하지만 계속 폭우가 쏟아지면 씨앗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한가위를 앞두고 수도권에서는 단시간에 집중 호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는 이렇게 단순히 기온이 상승하고 태풍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경기도, 충청도, 경상북도, 강원도 내륙지방에서는 재배할 수가 없었던 가을보리도 이제는 강원도 내륙지방 일부를 제외하고는 남한 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도 바나나가 자라고 배까지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 이게 좋은 현상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진화와 적응은 매우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동식물의 대량 멸종 사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이 일부러 돌보는 작물이야 우선 당장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식물과 동물은 그렇지 않다.

급격한 기후폭탄, 연 3만 여 종 생물 멸종 

지금까지 인간이 사냥과 남획으로 멸종시킨 생물들은 무수히 많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딱따구리인 몸길이 50센티미터의 제왕딱따구리는 멕시코 트럭운전사가 차로 들이받아 잡아먹은 뒤부터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리노코 강에서 등을 밟고 강을 건널 수 있을 만큼 많았지만 최고급 악어가죽 가방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오리노코악어, 날지 못해서 어부들의 몽둥이에 때려잡혀 멸종된 도도새,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기 위해 원주민들의 식량을 없앤다는 백인들의 의도된 몰살 정책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약 6,000만 마리의 버팔로 등등 사람들에 의해 사라진 무수히 많은 동물들과 조류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도 많이 알려져 진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냥총과 달리 기후변화는 동식물들에게는 수소폭탄과도 같다. 지구상에는 약 1억 종의 생물체가 살고 있다고 추산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생물체 목록은 그 가운데 약 1.7%에 지나지 않는 170만 종이다. 그런데 지금 기후변화 때문에 매년 약 3만 종의 생물들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생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바다와 강의 생물에서도 이상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슬기동물(호모 사피엔스)이라고 스스로 이름 지은 포유류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그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이미 북극곰이 익사하거나 동족을 살해해서 잡아먹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당장 자동차와 방과 사무실을 서늘하게 또는 따뜻하게 하기 위해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대기를 열심히 데우고 있는 참으로 이상한 산업문명, 자동차 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이산화탄소를 전부 꺼내 대기로 돌려보내기 위해 대기 가운데 마지막 남은 산소까지 모두 다 써 버리고 난 다음 그제야 자동차 문을 열고 “살려줘요!”라고 소리친다면 그때는 이미 한참이나 늦은 뒤이다.

  뜨거운 물이 든 냄비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냄비를 탈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찬 물이 든 냄비 안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을 하면 개구리는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그냥 견디다 결국은 죽고 만다. 인류는 지금 이런 가열되는 지구 속의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것도 지구라는 우물을 가열하는 주범이 다름 아닌 자신들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 주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낳은 지구 온난화

기후가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모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신문과 방송은 거의 날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소식과 정보를 소개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폭탄 테러나 나이지리아 무장 게릴라들의 외국인 납치 사건 뉴스를 듣는 것처럼 그저 무심히 심드렁하게 지나가는 단신으로 반응하는 것일까.

  기후변화는 실제 상황이다. 먼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이다. 기후변화는 진주만 공습이나 베를린 공습 등 그 어떤 전쟁의 공습보다도 더 무서운 공습이다. 한국전쟁은 당시 남북 인구의 10% 정도로 추산되는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10%가 아니라 한반도 주민 전체를 멸종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100%인 기후폭탄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도 더 가파른 온난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대표 지역이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지구 기온은 평균 0.74℃가 상승했지만 한국은 1.7℃ 가량 상승했다. 전쟁 사이렌 소리보다 더 크고 요란하고 더 오래 울리는 경보 사이렌을 울려도 시원찮은 상황인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미 다 알고 있듯이 사람들이 미친 듯이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날마다 하루에 약 0.86억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 대기 중에는 다만 약 7,500억 톤의 탄소가 있을 뿐이다. 대기는 질소 78%, 산소 20.9%, 아르곤 0.9%(3가지 합하면 99.95%), 기타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타물질 0.05% 가운데에 속해 있는 이산화탄소를 인간이 엄청나게 내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석탄과 석유는 공룡들이 날아다니던 쥐라기보다 더 오래된 옛날부터 이산화탄소를 듬뿍 빨아들인 나무와 유기물들이 땅 속에 묻혀 푹 숙성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수억 년의 시간이 걸려 만들어진 이런 자연의 기적을 지질학 시간으로 보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 2백 년 동안 마구 끄집어내 불태워 버렸다.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기지개를 펴고 지상으로 뛰쳐나왔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풍요를 구가하는 석유문명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셈이다.

  숲과 식물과 토양은 2조 톤 이상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배출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는 그 동안 어느 정도는 바다나 숲이 다시 흡수해 왔다. 그러나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흡수되지 못한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평형상태의 지구 기후 바리케이드를 부수고는 지구 온난화라는 금단의 지역으로 들어서고 만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2000만년 이래 최대

이산화탄소 증가는 2/3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그렇고(석탄과 석유가 각각 40%, 가스가 20% 정도 배출), 나머지는 벌채 등의 원인 때문이다. 산업분야에서 약 1/3, 수송 분야에서 1/3을 배출하고 나머지 1/3은 발전과 기타 건물, 가정에서 배출한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불태우는 화석연료는 하루에 약 3,100백만 톤가량의 기름에 해당하는 양이 된다. 요즘에는 하도 억이니 조니 하는 숫자가 매일같이 등장해서 숫자 무감각증까지 걸릴 지경인지라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인지 짐작하기도 귀찮을지 모른다. 쉽게 말하면 석유를 가득 실은 대형 25톤 탱크로리 약 130만 대 분량이다. 만약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이 탱크로리들이 줄을 이어 서 있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고속도로를 꽉 채우고도 남는다. 고속도로에 서 있는 이 모든 탱크로리들을 1년 열두 달 매일같이 새로 투입해 모두 불태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국제에너지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289억 6,200만 톤에 이른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영국 등에 이어 세계 9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는 6위에 이른다. 특히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무려 1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 기상청의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의 2009년도 연평균 농도는 392.5ppm이나 된다. 세계기상기구가 2008년 발표한 전 지구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 385.2ppm에 비해 한반도는 6.2ppm이나 높다.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만큼 한반도, 특히 한국에서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많이 불태우고 있다는 소리이다.

  이 같은 농도는 지난 2,000만 년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수준이다. 1800년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280ppm이었다. 북극과 그린란드 얼음 속의 공기방울을 분석 비교해보면 오늘날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래 50%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빙하가 녹고 먹이사슬이 붕괴하고 생물이 멸종하고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은 남북극의 빙하와 히말라야와 알프스, 킬리만자로의 빙하, 그리고 만년설에 떨어지고 있다. 그린란드가 다 녹으면 해수면은 6미터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북극 빙하는 비명을 지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녹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 이내에 북극해에 빙하가 전혀 없는 여름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과 함께 지구 생태계에 재앙에 가까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공기는 물보다 770배나 가볍다. 그리고 물은 3천 배나 더 많은 부피의 공기를 데운다. 멕시코 난류가 유럽의 기후를 위도에 견주어 따뜻하게 만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벌써부터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멕시코 난류의 흐름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유럽에는 조만간 빙하기가 도래하리라는 불길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무려 2,500만 명의 기후난민이 주거지를 잃었다. 이 같은 기후난민은 가뭄과 기아, 홍수 피해 등의 원인도 있지만 주요하게는 해수면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주거지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언론에도 소개된 몰디브나 투발루 같은 섬만이 바닷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다. 1만여 명이 살던 인도의 오하차라 섬, 6,000가구가 거주하던 인도 근해 베드포드, 카바스카디, 수파리바가 섬, 미국 체서피크 만의 13개 섬, 키리바티의 3개 산호섬, 50만 명이 거주하던 방글라데시 브홀라 섬의 절반 등 전 세계에서 최소 18개 이상의 섬이 수몰되어 버렸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면서 해저의 찬 바닷물과 해수면의 따뜻한 바닷물 사이의 순환에 이상이 생김으로써 1950년대 이후 식물성 플랑크톤 양이 40% 줄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급감은 그것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생존을 위협하고, 차례로 더 큰 물고기로 올라가는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거의 모든 바다 생물들을 멸종에 이르게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속도가 붙는다. 사실 대기 중 산소의 절반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태 순환 사회 체제로 유턴하는 관심을

이처럼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사실 어떻게 보면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었다. 유엔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이 합의한 교토의정서는 한동안 발효가 되지 않는 허울뿐인 국제조약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2001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음에도 부시행정부 들어 비준을 거부한 것이 발효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가 전 세계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력하게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은 그저 지루한 외교관들의 말의 성찬과 춤추는 회의만 어지럽게 난무할 뿐이다. 자본주의 신업문명 체제의 국가와 기업은 권력자들이 그저 길어야 4~5년인 자신의 임기 내 실적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기후변화 대책에는 사실상 전혀 관심이 없다. 시민들이 기후변화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기후변화 대책이 수립될 수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은 내세운 구호와는 전혀 다르게 사실상 거짓말 정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4대강 사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나게 늘린다. 강의 물과 나무, 풀, 남조류, 강 주변의 논과 밭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녹색 허파이다. 그런데 그런 녹색허파를 뜯어내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의 굉음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사실상 댐인 대규모 수중보와 각종의 자전거도로 등등 강에 들이붓는 시멘트와 시멘트 산업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산업이자 물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욱 늘리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녹색성장 사업이라고 하는지 눈 하나 깜빡 않고 거짓을 말하는 그 강심장이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다. 단순명쾌하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된다. 그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석유문명 체제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생태순환 사회 체제로 전환해야 가능한 일이다. 20세기 초 약 16억이던 인류를 단 1세기만에 68억으로 늘어나게 한 원동력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였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 화석연료의 절반을 태워버렸다.

  ‘애애애~앵’하고 강한 고음으로 울리고 있는 기후변화의 공습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 글은 최근 출간한 필자의 좬상식: 대한민국 망한다좭의 내용 가운데 ‘사람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 부분을 토대로 수정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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