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0월 2010-10-01   1211

참여연대는 지금-아카데미 느티나무 2010 가을강좌: 임종진

달팽이 사진가 따라
‘깊게, 느리게, 천천히’ 찰칵!

인터뷰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 강사 임종진

김민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간사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벙깍 호수. 재개발로 인해 갈곳 없는 도시 빈민들이 철거반원들에 의해 쫓겨난다. 소피어 씨 집도 뜯겨졌다. 주변에는 가재도구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런 와중에 아직 뜯기지 않은, 하지만 곧 뜯겨질 옆집의 잔티어 씨는 쫓겨나는 이웃을 위해 평소에는 먹기 힘든 값 비싼 닭 한마리를 끓여준다.

  듣는 것과 보이는 것이 다르다. ‘철거와 쫓겨남’, 단어만 들어도 풍겨지는 충격적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시골동네 같다. 사진을 찬찬히 ‘읽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임종진. 12년간 사진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사진을 하고 있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사진, 완성도 있는 사진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그래서 임종진은 사진작가도, 다큐멘터리 사진가도 아니다. 표현할 말이 없어 주변에서 하는 말이 ‘사진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

임종진은 북한에 여러 번 갔다. 일반 행사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도 방북할 기회가 주어졌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깡촌에서 어머니가 하시는 식당에 걸인 손을 붙잡고 데려와 어머니에게 “밥 좀 주세요.” 하던 마음이 남아 있었는지, 첫 방북 때 월급을 털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두 보따리 샀다. 겨울이어서 잠바, 목도리, 장갑 등을 사고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밤새도록 샤프에 샤프심을 테이프로 둘러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안내원에게 “하도 어렵다고 해서 가져 왔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얘기했더니 “우리 인민들은 아무도 안 받을 거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머리를 치는 대답이었다. 사진으로 보던 북한과 실제 경험은 달랐다.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 고무줄을 끊고 도망치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모습이 그의 사진에 담겨졌다. 사진 찍기에 앞서 대상을 바라보는 자기 시선을 고민했다.

  “사진 하는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죠. 그런데 사진가가 전달하는 것이 과연 모두 다 진실일까요? 물론 맞긴 맞죠.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찍는 거니까요. 하지만 두 걸음 세 걸음 조금씩 더 들어가다 보면 한, 두 번 봤을 때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되요.”

  투박한 몸뚱이에 우악스럽게 솟아오른 렌즈. 카메라는 총을 닮았다. 노리고(순간포착) 쏘는(슛 – shoot : ‘촬영’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행위에서 카메라는 폭력적이다. 카메라는 상대방이 비참하고 더욱 더 처절한 순간을 포착해서 낚아챈다. 때로는 ‘선한 마음’인 동정심에 기대어 셔터를 누른다. 잔인하다. 부끄럽다. 너무 창피하고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지뢰 피해자라고 가정 해 보세요. 낮선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고 있어요.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나를 불쌍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궁극적으로는 ‘내가 지뢰로 다리를 잃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사람을 더 이상 ‘소재’로 볼 수 없는거죠. 지뢰로 다리 잃은 모습을 이야기하겠지만 타인에게 동정심을 유발 한다든가, 지뢰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도 지금 저에겐 없어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말로 할 필요가 없죠. 저는 그 사람이 살아 있음으로 인해 갖고 있는 가치를 사진의 입장이 아니라 그의 입장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가치를 그의 입장에서 본다

그의 삶을 전환시킨 결정적인 사건은 이라크에서 일어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한다는 말이 돌았다. 연일 언론사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보도 했지만 정작 공습으로 생명을 잃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 신분으로 가면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에 의해 제지당할 것이 뻔했다. 마침 오폭을 가장한 민간인 폭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이라크에 들어가는 인간방패팀이 준비됐다. 기자로서 취재를 하고 원고를 보내지만 그 취지에 동의해서 팀에 합류했다.

  이라크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인간방패가 철수하게 된 상황에 임종진은 남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인간방패팀이 떠나는 버스 앞에서 이라크에서 만난 친구 카심이 임종진을 부른다.

  “너, 내 친구냐?”

  “응.”

  “나 아플 때 올 수 있냐?”

  “달려온다.”

  “그럼 나를 위해 떠나라.”

  임종진은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버스 앞에서 둘이 껴안고 펑펑 울었다.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라크에서 겪은 사건은 임종진에게 언어, 국가, 민족을 넘는 ‘우리’ 개념을 확장시키고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일깨운다. 이후 임종진은 사진기자를 그만둔다.

  여러 사건을 통해 시선과 삶의 방식이 달라졌다. 더 이상 과거처럼 큰 담론을 외치지 않는다. “숨이 가쁘다. 그럴 능력도 안 된다.” 대신에 소소한 개인들의 삶을 조곤조곤 말한다. 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사진으로 이야기한다.

  “결국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들의 가치를 존중하자’고 말하려는 거죠. 특정 국가에 사는 사람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살든, 이른바 제3세계에 살든 누구나 당당하게 존중받고 남을 존중하는 삶이요. 이것은 변하지 않았어요. 제 발 길 닿는 데까지 이야기 하는 거죠.”

  캄보디아 벙깍 호수, 북한, 이라크에서 찰나의 순간에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솟아오른 사건은 펼쳐진 시간만큼 금세 사라지고 만다. 망연자실한 얼굴, 뜯겨진 집, 널브러진 가재도구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역설이고, 운명이다.

  “무언가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들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장소에 가까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요. 설명하기 힘들지만 현장 속에 잠깐 반짝이는 풍경을 담아내면서 ‘내가 살아 있다.’라는 것을 느껴요. 비극적이고 처참한 사진을 통해 ‘이것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에 비하면 작고 하찮을 수 있어요. “ 닭 한 마리 끓여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건데?”라고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사람을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이것이 제가 사진을 하면서 찾은 길이예요.”

멋진 사진보다 소중한 사진을 찾는 여정

별명이 하나있다. 달팽이 사진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진행되는 강좌 소개에 임종진은 ‘깊게, 느리게, 천천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빨리 결과를 찾으려 하지 말고, 급하게 다가서지도 않길 바란다. 대상을 통해 자기를 보고 상대와 교감하기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사진을 촬영하고 바로 확인 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의 시대에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본다. 속도와 결과를 우선하는 사회적 병폐가 사진에 그대로 투영된다.

  “최근 사진 찍는 행위를 보면 수집적, 채취적 경향이 너무 강해요. 사진을 찍은 상대방 눈을 쳐다보기 보단 내 카메라에 건져진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엘씨디(LCD) 창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 버리죠. 사진하는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혜화동, 이화동, 북촌에서 사람을 몰래 찍고 상대방이 뭐라 하자 도망가는 경우도 봤어요. 더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됐지만, 사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줄어들고,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죠.”

  이번 가을 참여연대 느티나무에서 임종진의 강의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선을 찾아가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배우는 수업이 아니다. 수강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가끔 사물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서 질문을 ‘툭툭’ 던진다. 대부분 듣고, 때로는 함께 울기도 한다. 수강했던 사람들이 “심리 치료 수업 같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임종진 사진수업 –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 강좌는 남들이 보기에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분들보다 자기에게 소중한 사진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Tip 하나. 사진 읽는 법
사진이 촬영된 그 시대의 배경으로 읽는다. 임종진이 소개한 사진가는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그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주로 찍었다. 당시는 미국이 가장 번성하고 사치와 향락이 판치던 60년대. 배경을 알게 되면 불편하게 느낀 감정들의 근원이 외면되고 분리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TiP 둘. 사진기 고르는 법.
임종진은 보통 사진 수업에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 필름 카메라가 더 좋다기 보다는 필름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몸에 붙이려고 하는 것이다. 불편함이 몸에 익숙해지면 필름카메라든, 디지털 카메라든, 똑딱이 카메라든 상관없다. 자기가 호흡을 조절할 수 있으면 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무거나 써도 된다는 얘기.

 

아카데미 느티나무<임종진 사진 수업 –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
일시  2010. 10. 15 ~ 12. 10 금 오전 10시 ~ 오후 1시 총9회
장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
자세한 강좌 정보는 http://academy.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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