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241

아주 특별한 만남-“시민운동은 사회의 등불입니다”

“시민운동은 사회의 등불입니다”

‘풀뿌리시민자치운동’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 김봉수 회원

“풀뿌리운동은 꾸준해야 합니다. 결과를 즉시 얻으려고 하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꾸준함이 생명입니다. 사하풀뿌리네트워크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뿌리를 내리려고 합니다. 처음 마음
그대로 꾸준하게 밀고 갈 생각입니다.”

 

이경휴 수필가,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 중에서)

  여름의 한가운데에 섰다. 폭염과 폭우, 높은 습도와 불쾌지수…. 장마 내내 따라 다니는  불청객이다. 이미 각오는 하고 있지만 대책 없이 우리를 당황케 하는 건 게릴라성 집중 호우이다. 한차례 휩쓸고 간 흔적으로 남부, 서해안 지역의 농경지와 생활터전은 초토가 되어버렸다. 이어 뒷북치는 수해대책이 나오고 TV 화면에는 ‘자원봉사자들의 구슬 땀’ 운운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고정 멘트도 ‘준비된 시청자’들에겐 신선할 리가 없다.

  천재天災라니 인재人災라니 하는 공방은 무의미하다. 자연을 거슬리는 인간의 탐욕은 도를 넘었다. 예고된 재앙은 우리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지 않은가. 그래도 귀를 막고 ‘삽질’ 곁에 기댄 좀비들만이 득실득실하다.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4대강 공사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신문 지면을 도배하며 불안케 한다. 함안보, 합천보 침수로 준설토의 유출이 수질오염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어디 불안한 게 4대강 뿐이랴. 정권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반성은커녕 몽니만 부린다.

  천안함 사건으로 참여연대는 보수단체의 섬뜩한 위협과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그들의 선동과 관심은 양날의 검劍이었다. 테러 수준의 가해가 있었는가 하면 ‘물심양면’의 지원이 답지했다. 회원 배가운동은 절로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그 성원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참여연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심하게 표현한다면 ‘당근과 채찍’이었다고 할까. 대표님을 비롯하여 상근자 모두에게 초심의 자세를 다시금 깨친 계기가 되었다.

나눔과 순환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가 되고파

초심初心- 처음 먹은 마음이 변치 않으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 있듯이 참여연대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인 사람을 만났다.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KTX를 타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선 김봉수(39세) 회원, 연초 운영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위압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문화예술 전공자 같은 인상이었다. 예감대로 두 번째 단편영화를 준비 중이라 한다. VJ과정과 영화제작과정 수료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MBA 석사 과정에까지 적을 두고 있으니 욕심이 지나치다고 할까, 열정이 넘쳐난다고 할까. 선뜻 결론이 나지 않았다.

  먼 길을 달려오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사전에 인터뷰 요청을 간곡히 했었다. 시간 맞춰 오기가 얼마나 분망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 머리통보다 더 큰 수박 두 통이 선물로 들어섰다. 갑자기 사무실 분위기가 출렁하며 넉넉한 인심에 모두가 환성을 질렀다.

  정겨운 탯말(사투리), 동안童顔에 단정한 화이트칼라 차림이다. 부드러운 잿빛 정장 슈트에 우윳빛이 은은히 도는 Y셔츠. 넥타이를 안 맨 모습이 한결 여유롭게 보였다.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 같았다. 소년처럼 수줍어하며 자꾸 멋쩍어 했다.

  “인터뷰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지역에서 나보다 훨씬 훌륭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부끄럽네요.”

  진심이 묻어나는 겸손함에 따라 웃었다. 회원 가입 10년째인데도 신입회원 같은 자세이다. 그야말로 변함없는 초심을 지닌 성골회원이다. 회원 가입 동기부터 여쭸다. 더구나 지역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 싶었기에 궁금했다.

  “박원순 변호사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 분을 통해 시민운동을 쉽게 접하게 되었고, 시민운동이야말로 사회의 등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뒤 TV 토론 시간에 토론자로 나온 김기식 전 사무처장님을 통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성함을 유쾌하게 되뇐다. 사람에게 자기를 비춰보라는 감어인鑒於人의 경구가 삶의 철학인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생의 롤 모델로 안철수 교수를 꼽으며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재단처럼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는 공익단체가 많이 나와야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닙니까. 아직 시작에 불과한 저의 사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사회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게 꿈입니다. 꼭 이루고 싶습니다.”

“내 지역 풀뿌리시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롤 모델에 구체적인 계획까지 있으니 벌써 시작된 셈이 아닐까. 지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여쭸다.

  “부산에도 참여자치시민연대가 있습니다. 19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의 대표적인 엔지오단체입니다. 부산 시민단체의 선두주자입니다. 스쿨존, 육교철거, 투표독려, 지역바로알기 캠페인을 비롯하여 을숙대교 통행료 문제제기 등을 통해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활동으로는 환경운동연합, 지역의 봉사단체인 희망나눔에서 희망을 같이 나누고 있지요. 소외계층이나 농촌봉사로 활동하죠. 서로 품앗이도 하고 지역 화폐 송이도 발행해요.”

  지역화폐. 우리의 전통인 두레나 품앗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웃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출발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취지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확산되는데 선점하고 있다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양한 활동에 감탄하자 쑥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는 이어갔다.

  “요즘 힘을 쏟고 있는 일은 내가 살고 있는 사하구의 ‘사하풀뿌리네트위크’입니다. 지역의 풀뿌리시민운동으로 지난 6·2 지방선거 때 투표독려캠페인을 벌이다가 지역민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단체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자치구에서 올바른 엔지오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죠. 구정과 구의회를 감시, 비판, 견제하고 구민들의 애로사항과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는 방향으로 활동합니다. 제가 간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끝말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풀뿌리운동’에 대한 강한 의욕이 담긴 말투는 다시 이어져 갔다.

  “풀뿌리운동은 꾸준해야 합니다. 결과를 즉시 얻으려고 하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꾸준함이 생명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본 단체가 경기도 고양시의 풀뿌리운동이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꾸준하게 활동한 결과 학교 주변 환경이 새롭게 변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그런 단체를 보면 힘이 납니다. 사하풀뿌리네트워크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뿌리를 내리려고 합니다. 처음 마음 그대로 꾸준하게 밀고 갈 생각입니다.”

지역회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한마당이 열렸으면…

활동에 어려움은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대답 또한 즉답은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기가 어렵지요. 아직은 인지도가 낮고 재정도 튼튼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이 따르는 건 당연합니다. 부산참여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번개모임에서 회원들이 서울과 공조를 해서 활동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여러 대안이 나오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고. 회원들은 의욕만 앞서니 모이면 시끌벅적합니다.”

  어디인들 결론이 쉽게 나오랴. 정반합正反合, 갑론을박, 갈등과 토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 하는 게 최선이 아닌가. 지금은 많은 단체들이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참여연대에서 ‘부산경남회원모임’cafe.daum.net/peoplepowerpusan은 지역모임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회원 수가 100여 명에 가깝고 카페지기 방성애님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번개모임이 상시 이뤄지는 것을 비롯하여,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커피당 모임, 지역현안인 ‘주민참여예산제’설문지를 게시판에 올려 지역의 문제점도 의논하기도 한다. 회원가입인사도 10문 10답으로 단박에 친해지는 복선도 깔려있다. 참여연대가 지역지부 조직이 없어 서울중심의 활동 밖에 할 수 없음이 이 카페를 보면 더욱 미안할 따름이다.

  미안함을 희석하고픈 마음에, 힘을 보태는 의미로 참여연대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열없이 웃으며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미 정답도 가지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지역에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함께 활동 못 하는 게 미안하죠. 부산경남지역 회원들은 우리끼리 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댓글도 올리고 가끔 번개도 합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지역회원들과 함께하는 한마당이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사무처의 어려움도 압니다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같이 만나서 교육도 하고 세상 이야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쌓고 싶습니다.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만들고 전문가를 모셔 와서 강연도 듣고….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함께한 만남은 지역회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답니다. 또 작년이었던가? 부산에 결혼식이 있어 간사님들이 오셨다가 회원들과 함께 만난 적이 있죠. 늘 아쉽습니다. ”

  짧은 만남에 긴 이별이니 아쉬움이야 오죽하랴. 서로의 처지를 훤히 알고 있으니 더 요구할 수도 없고 투정을 부릴 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한없이 고맙고,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회원이다.

지역초대운영위원, 배우는 자세로 지역 잇는 가교 될 터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왔으니 자연히 화제는 운영위원 쪽으로 돌아갔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도 시간을 내어 참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밤늦은 시간까지 안건 논의와 활동 보고를 받고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 허겁지겁 일어나기 일쑤다. 서로들 변변히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진다. 하물며 KTX 막차를 예매해 놓고 참석하는 그의 열성에 모두들 감탄을 한다. 회의에 임하는 자세 또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공’하는 학생이다. 지난 회의 때 이미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었다.

  운영위원으로서 각오랄까, 소회를 편안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잔뜩 긴장한다. 편안하게 라는 말을 되풀이 하자 웃음만 흘리다가 차분히 말했다. 

  “지역에서도 저 말고도 훌륭하고 적극적인 회원이 많습니다. 그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제가 먼저 배운다는 자세로 회의 참석 열심히 하고, 또 배운 것을 정확히 지역에 전달하여 시민운동에 일조했으면 합니다. 좋은 학습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 좋게 부산경남 지역의 초대 운영위원이 되어 책임감과 함께 어깨가 무겁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에는 어떤 게 있느냐고 짓궂게 묻자 잠시 뜸을 들이다,

  “홍보가 우선이겠죠. 많은 사람들이 참여연대와 부산자치참여연대를 같은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천안함 사태로 부산참여연대는 역풍을 좀 맞았습니다. 사무처 사람들이 많이 당황했어요.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저도 많이 공부한 셈입니다.”

  선과 악이 모두 스승이라 하지 않는가. 굳이 대상을 선·악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진실을 밝히려는 역할이 우리들의 몫이다. 토끼는 상대를 보지만 거북이는 목표를 보고 나가듯이, 거의 운영위원회가 시작할 시간이다. 정리를 하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나 글귀가 있느냐고 여쭸다. 서슴없이 꺼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소탐대실小貪大失 같은 말을 좋아합니다. 생활 속에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사 모두가 마음먹기 달렸고, 욕심을 버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삽니다.”

  악동 같이 일침을 날렸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사람이 왜 아직도 미혼이냐고? 순간 당황 하는 기색이 엿보이더니 싱긋 웃었다.

  “의식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반려자를 이제는 만나야겠는데…”

  누구 없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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