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5월 2021-05-01   445

[이달의 참여연대] 무분별한 규제완화,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되면 안 되는 6가지 이유  

 

글. 이경민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발의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란, 제조업 및 농어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지칭하고 각 분야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인 18대 국회부터 10년 넘게 추진돼온 법안입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여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을 민영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거래 법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민 삶에 미칠 악영향과 위험성을 우려하며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이 왜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 (통권 285호)

2021년 2월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

 

문제점1.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권한 부여

우선 서발법은 기획재정부에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발의된 내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비스산업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뿐 아니라, 추진실적까지 점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서비스 산업이라 지칭되는 모든 영역의 사업은 해당 법의 개정 없이도 위원회의 심의 결과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위원회가 원격의료 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심의하면 의료법의 개정 없이도 원격의료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국회의 입법권 침해이며, 기획재정부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기획재정부는 경제 및 재정 정책, 예산 등을 총괄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문제점2. 의료 민영화 

또한 서발법은 여전히 의료 민영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만 제외하면 의료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관련법은 약 55개로, 그중 일부 법만 제외하는 것으로는 의료민영화의 추진을 절대로 막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보건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 의견이나 검토 없이 위원회가 제대로 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보건의료를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분별한 규제완화법을 통과시켰고, 지금도 여전히 추진 중입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인보사 사태로 수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신약 허가와 심사기준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바이오 약품의 허가를 쉽게 내주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과시켰고, 안전과 효용에 대한 의학적 근거나 심사 없이도 ‘혁신의료기기’로 지칭하여 시판할 수 있는 의료기기산업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법들이 서발법의 적용을 받아 날개를 달게 된다면 의료민영화 추진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개별법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지, 기업 돈벌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점3. 교육의 상품화

서비스산업에 포함되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교육’입니다. 서발법은 교육 또한 부가가치 창출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교육 시장화가 이루어지면서 외국교육기관과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으로 교육 분야 영리활동이 더욱 확대되면서 현재 높은 교육비와 귀족학교화 등 폐해가 매우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보편적 권리입니다. 서발법이 통과된다면 교육의 시장화, 상품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로 인한 교육불평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문제점4. 중소상공인 생존권 박탈 

또한 서발법은 대기업의 ‘유통’ 분야 진출을 쉽게 열어주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통 분야는 중소상인들이 다수 포진되어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고유 영역입니다. 최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유통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시장 침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발법까지 통과된다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중소상인들에게 큰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중소상공인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이해를 앞세운 규제완화는 중소상공인들의 삶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문제점5. 법률적 오류

발의된 법안 제2조에서 ‘서비스산업’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고,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수도, 운수(철도·화물 등), 언론, 정보통신 영역 등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서발법은 법률적 오류가 분명합니다. 먼저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정입법으로 포괄 위임할 경우, 국민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은 침해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제한하더라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서발법

 

문제점6. 양질의 일자리 창출 불가능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 모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합니다. 현재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저평가되면서, 결국 최저생존형 일자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먼저는 저평가된 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평가하고, 적절한 보수와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되려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양질의 일자리 양산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년간 이러한 문제점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법 제정에 반대해왔으면서도 지금은 입장을 바꾸고 국민의힘과 동조하여 법안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시민사회를 배제한 채 입법공청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법률적 오류를 갖는 법안이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인지 정부와 국회에 되묻고 싶습니다. 참여연대와 시민사회는 지난 10년을 싸워왔듯이, 이번에도 서발법 제정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회원들의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➊ 추경호 의원 등 16인 발의(2020.07.03), 이원욱 의원 등 12인 발의(2020.07.03.), 류성걸 의원 등 10인 발의(2020.11.19.) 

➋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

➌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 2021년 5월호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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