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08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야간집회도 이젠 신고제, 국민 기본권 증대 진전

야간집회도 이젠 신고제,
국민 기본권 중대 진전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뜻있는 시민들은 누구나 ‘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경이리라. 최근에만 해도 지방선거의 민심을 거슬러서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고, 경찰서에서는 고문이 자행됐고, 심지어 이제 민간인까지 불법 사찰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사회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권력이 국민을 기만하고 억압할 때를 위해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 바로 집회의 권리이다. 물론, 꼭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어도,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문제가 아니어도(정치권력을 지지하는 집회도 가능하므로) 누구라도 집회를, 데모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고충이라도 그 고충에 쩔쩔매는 것보다는 어디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혼자서 이야기하면 외롭기도 하고 또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 국민주권의 대원칙에 입각하여 여러 국민들이 함께 모여 뭔가를 주장하는 것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최고 규범인 헌법이 이를 얼마나 잘 드러냈는지 살펴보자.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시작한다. 헌법 전문부터 대한민국은 3·1운동과 4·19혁명에 바탕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3·1운동과 4·19혁명이 무엇이던가. 전형적인 집회였다. 국민들이 모여서 불의에 항거하는 뜻을 밝히고, 폭발적으로 벌인 시위였던 것이다. 사실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금의 헌법 자체도 집회의 역사 위에서 변화·발전해왔다. 마지막으로 개정된 87년 헌법이 87년 6월대항쟁(대집회)의 결과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아가 헌법 조항을 보면, 제1조에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인내천·홍익인간’의 전통에 입각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국민이 억압받고, 기만당하고, 소외받고 있다면… 다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 집회하고 시위하고 저항하라고 헌법 제1조부터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헌법 21조는 어떠한가.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이후 생략)”라고 되어 있다.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과 본질적 자유들이 열거돼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동반하고 있는 것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통칭 표현의 자유)밖에 없다. 즉 집회·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도 다른 자유보다 더 특별한 보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국가를 운영하는 데 그보다 더 중요한 자유가 없다는 오랜 교훈이 응축되었기에 87년 헌법개정을 통해서 그 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최악의 사회는 말도 못하고 집회도 못하는 사회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지난 2008년 촛불운동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나온 집시법 10조(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에 대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에도 잘 나와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이 명백하게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 법률에서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허가여부의 판단에 관한 명백한 기준을 두고 행정관청의 자의적인 재량을 배제할 정도로 철저하게 운용한다손 치더라고 그 법률은 헌법에 위배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중략)” “즉, 이미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적 다수나 사회적 강자보다는 그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억압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적 소수나 사회적 약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권으로서 이들에게 집회를 통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의미에서의 민주주의와 실질적인 사회통합을 가능하게 한다…”(광우병위험 국민대책회의 전 조직팀장 안진걸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의 결정문)

  이처럼 집회·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절대적 기본권이다. 최소한 다른 기본권보다도 우월적인 기본권이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들이 최소한 자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통합적인 사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말도 못하게 하고 집회도 못하게 하는 사회는 최악의 사회이고 결국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게 돼 있다.

  순리대로 헌법재판소는 위 야간집회 허가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2009년 가을, 야간 집회 허가조항이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했고, 결국 헌재의 판결에 따라 그동안 국민들의 중대한 권리인 집회·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훼손했던 야간집회에 대한 금지 및 허가 조항은 지난 6월 30일 정식으로 실효됐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우리 국민들은 야간 시기의 집회·표현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회복하게 됐고, 7월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죽이기 사업 중단을 호소하는’ 환경단체의 야간집회가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열리게 됐다.

  우리 헌법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헌조항이었던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가 구체적으로 철폐됐다는 점과 낮에는 직장생활 등으로 집회를 열기가 어려운 현대인의 삶의 조건까지를 감안한다면, 야간집회의 보장은 우리 헌법의 권위를 회복함과 동시에 우리 헌법이 보장하려고 한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인 집회·표현의 자유가 더욱 더 신장되는 계기가 됐다 할 것이다.

밤 되면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한다?

그런데, 야간집회가 보장되는 이 역사적 사건을 기쁘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한나라당과 경찰 그리고 그들의 ‘앵무새’인 수구언론들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국민들이 밤이 되면 폭도로 돌변할 텐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라는, 국민을 모독하고 믿지 못하는 전형적인 권력의 논리, 통제의 논리, 민중비하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은 집회·표현의 자유 자체를 싫어하고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이다. 이들이 집회나 비판, 이견 및 다른 생각에 대해 무척이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들의 ‘반 자유민주주의적’ ‘반 헌법적’ 성격을 금세 알 수 있다.(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촛불시위를 집요하게 탄압하는 것을 보라)

  지난 6월 말 집시법 개정 논란 국면을 돌이켜보면, 한나라당과 경찰 그리고 수구언론은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위헌이나 개선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개악’을 시도한 바 있었다. 문제가 됐던 일반적 금지 및 예외적 허가제보다 더 개악된 ‘특정 시간대의 야간 집회를 모조리 금지하는 야간 집회 금지조항’을 신설하려 했고, 심지어 그를 위해 날치기까지 시도하려 했었던 것이다.

  그때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오후 10시부터 금지하려 했던 것을 12시로 변경하면서, 집회 금지 시간대를 일부 조정한 양보안이라고 큰소리친 바 있다. 그런데, 어떠한 인권이나 헌법적 기본권들이 낮과 밤에 차별을 받고 있는가. 한나라당의 논리는 집회의 특수성을 생각한다 해도, 낮에는 인권과 생존권을 인정하겠지만 밤 12시 이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집회·비판·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 자유와 권리에 관련해서 시간, 장소, 형식, 내용, 인원 등에 대한 선택의 자유까지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뿌리이고 지금도 그들이 존경해마지않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의 통행금지(통금) 조항과 야간집회 금지조항은 그 양태가 다르긴 하지만,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압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공안기구들에 의해서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이 정권을 찬양하고 지지하는 표현의 자유만 보장받고, 이 정권 또는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표현의 자유는 중대하게 억압받고 있다. 그러한 사례는 너무나 많기에 일일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야간 집회를 반대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밤이 되면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도 없고, 통계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아주 예외적인 충돌을 제외하면 한국 사회의 집회시위 문화는 이제는 평화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얼마 전 ‘선진국’ 캐나다에서 발생한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세계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시위와 비교해보라) 그것은 또 경찰의 통계로도 잘 나와 있다. 그나마 그 충돌이라는 것도 경찰의 과잉대응과 시민봉쇄로 인한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공공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로도 밝혀졌고, 또 집회현장을 잘 아는 취재기자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또 이들은 엄청난 야간집회 건수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민생치안 공백이 우려된다고 한다. 이 역시 거짓이다. 현재 신고된 야간집회의 대부분이 대기업 등이 신고한 방어집회이다. 어느 국민이 저녁 시간대에 일도 없이 막 집회를 하겠는가. 또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장만 하면 되는 경찰이 너무나 많은 경찰력을 동원해 오히려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충돌을 야기하는 그간의 행태가 문제였지, 국민들의 기본권 행사가 어떻게 문제가 되겠는가.

  집회 인원은 50여 명인데 형사와 경찰은 그보다 훨씬 많이 동원된다. 이런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그냥 국민들이 평화롭게 의사표현을 하도록 내버려두고(아주 예외적으로 대규모 야간집회나 행진이 예상되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대처인력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제발 그 인력과 예산을 강력범죄, 반인권범죄를 예방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또 남들 자고 있는 주택가에서 마구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야간집회의 의의를 폄훼하고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런데, 어느 국민들이, 어느 집회 주최자가 세상에 주택가에 심야시간대에서 의도적으로 소란을 피우겠는가. 그럴 리도 만무하고, 혹시라도 그런 경우가 있다 해도 아주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또 수면시간대에 주택가 소란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집시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경범죄로도 예방·단속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국민들이 결국 야간 집회를 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주제로, 꼭 필요한 장소에서, 집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할 것을 고민하면서 진행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지금 야간집회와 국민의 자유 확대를 저주하고, 부정하는 자들은 사실은 그러한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확대가 싫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국민들이 더 많은 표현의 자유, 더 많은 비판의 자유, 더 많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즉,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강부자’ 정권으로서, 잘못된 정책과 강압통치를 일삼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싫다는 얘기다.

집회의 자유 말살 = 삶의 말살

바로 그러한 정권에게 더 많은 비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다. 즉, 혹시라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가능하게 하고, 국민주권에 의거해서 대의권력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인 것이다.

  이런 저런 논쟁 속에 야간 집회의 자유가 신고제로 전환한 지 근 1달, 저녁 시간대의 집회의 의의와 국민 폄훼에 앞장섰던 이들은 모두 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을 때, 밤마다 폭도들이 헌법재판소를 포위하여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갈·협박성 분위기를 조성한 적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근 1달이 지났지만 저녁 시간대의 집회가 아주 빠르게 평화롭게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하나의 충돌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즉, 야간 집회의 자유를 훼손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 이제는 말끔히 증명돼버린 것이다.

  “집회의 자유를 말살하는 것은 삶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는 다시 집회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를 넘어 삶의 본질적 자유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모든 것이 후퇴하고 망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시민들과 뜻있는 법조인들의 노력으로 쟁취하고 실현된 야간 집회의 권리 보장,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한국사회가 그래도 발전하고 있다는 근거로 충분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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