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0월 2008-09-01   471

특집_ 이 시대의 검찰

<참여사회> 9월호 특집_이 시대의 검찰

최근 검찰은 조중동 광고주불매운동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룬 <PD수첩> 보도, KBS 정연주 전 사장의 배임혐의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태로 또다시 ‘정치검찰’이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평범한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검찰 스스로도 지난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수사와 올해 초의 삼성특검이 공정하게 진실을 밝혔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기 바쁜 정치검사들은 역대 정권마다 그 맡은바 소임을 다했고 퇴직 후엔 권력의 요직을 꿰차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검찰은 정치검찰일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 때문에 이번 『참여사회』에서는 우리나라 검찰의 구조와 제도를 살펴보고 검사들이 정치검찰로 드러나는 행태와 사건을 알아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라도 검찰이 국민의 뜻에 충실한 공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하이에나 검찰, 

대통령과 맞짱 뜨던 기개는 어디에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kukcho@snu.ac.kr

지난 20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 관련자에 대하여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에 대하여, “우리는 국민스타였던 안대희와 송광수를 기억한다.

검찰은 그 시절이 그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안대희, 송광수 두 사람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각각 대검중수부장과 검찰총장으로 안 최고위원을 구속시켰던 사람들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의 기세는 대단했다. 평검사들은 최고의 정치권력자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공개토론회에서 ‘맞짱’을 떴고, 검찰 상층부는 집권층과의 충돌을 감수하며 노 대통령의 ‘좌희정’을 구속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이 대통령과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말 한마디가 나오기 무섭게 정부비판자를 처벌하기 위해 뛰고 있다. 

정권 보위 위해 사소한 일도 엄벌

먼저 조중동 세 보수신문이 촛불시위를 왜곡하고 비판하는데 분개한 시민들이 세 신문에 대한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이자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벌에 나섰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 특별단속’지시를 내리자, 신속하게 20명을 출국정지 조치했고 업무방해 혐의로 6명에 대하여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여 2명을 구속시키기에 이르렀다.

업무방해죄는 비교법적으로 독특한 죄이다. 세계적으로 광고 중단 운동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소비자운동으로 파악되며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 유포나, 위계 또는 위력의 사용이 있어야 하는데, 공개된 정보인 기업의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광고를 낸 업체에 대하여 지속적인 전화공세를 한 행위를 ‘위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광고 중단 운동과 관련된 증거는 인터넷에 다 올라가 있고 검찰이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미 수행했으며, 문제가 된 시민들이 충실히 수사에 임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의 가능성이 없기에 구속수사는 과도하다. 이명박 정부의 ‘나팔수’인 세 보수신문을 괴롭힌 자는 혼이 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와 여당에게 검찰이 정권보위를 위해서 사소한 사건도 엄하게 다루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삼성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는 4명으로 구성한 반면,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 조사를 위해서는 5명의 검사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는 점은 검찰이 향후 어디에는 솜방망이를, 어디에는 쇠방망이를 휘두를지 잘 보여주었다. 불법의 비중을 생각하자면 광고 불매 운동에 투여하는 역량의 몇 배를 삼성 수사에 투여했어야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떼법이라는 말을 우리 사전에서 지워버리자”, “집회 시위로 인한 손실이 연간 12조 원”이라면서 자신은 “기업 프렌들리”임을 강조했던바, 검찰은 이 뜻을 받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산 권력 위해 죽은 권력 물어뜯기

둘째, 검찰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 1심에서 이겼음에도 항소심 진행 중 국세청과의 소송을 포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배임죄 수사를 진행하고 정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정 씨의 배임 혐의는 KBS가 항소심에서 승소하여 2,448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정 씨가 회사의 경KBS영적자를 줄여 사장을 계속하려는 욕심 때문에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556억 원만 돌려받았고, 그 결과 회사에 1,892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KBS의 승소가 확실했는데도 조정을 권고한 서울고등법원의 재판부는 이상한 판사들이며,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재판보다 조정을 장려하는 법원의 정책도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은 2005년 당시 KBS측 소송 대리인이 KBS로부터 해임된 후 KBS를 상대로 제기한 수임료 소송에서 “KBS로서는 관련 행정 소송에서 종국적으로 승소한다는 것도 불투명하였을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에 의한 새로운 부과 처분이 예상되어 관련 행정 소송으로 법인세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사실 1999년부터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감액 청구 행정소송 17건의 소송결과는 KBS의 7승 9패(1건 미신고)였으며, 승소한 7건의 판결에서도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KBS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과세처분을 일단 ‘취소’하라는 외관상의 승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립하는 소송 당사자인 KBS와 국세청은 각각 우리나라 최고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조정안 수용이 합리적이라는 권고를 받고 조정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법률자문의 결과는 KBS 이사회에 보고되었고, KBS의 심의의결기구인 경영회의에 의해 승인되었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시 정 씨의 조정권고 수용 결정은 정당한 ‘경영판단’이었고, 따라서 배임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보는 것이 법률가의 양식에 부합한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기업의 간부가 권한 내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이해관계 없이, 그리고 성실하게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판단하고 수행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더라도 사기, 위법, 이익충돌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이사의 경영판단과 행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경영판단’의 주장을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는 주장으로 파악하고 있는바, 향후 형사소송에서 검사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 씨의 배임고의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정 씨에게 부패한 ‘기업범죄인’의 딱지를 붙임으로써 논란이 많았던 정 씨의 해임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KBS에 새 사장이 부임하는 길을 터주었다. 정 씨 개인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적임자인가의 문제는 별도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바로 그를 ‘범죄인’으로 처단하고자 하는 것은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산 권력’에 봉사하기 위하여 ‘죽은 권력’을 물어뜯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성역에 뛰어든 외뿔 해치가 되라

셋째, 검찰은 MBC <PD수첩>이 광우병소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상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PD수첩>의 보도는 빈슨의 사망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이 과장이고 왜곡이더라도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정책적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다른 데로 전가하려는 것이며, 검찰수사는 법적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며  “촛불시위가 MBC가 퍼뜨린 ‘거짓’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따끔한 비판을 하였던바, 집권세력이 적어도 이 교수 정도의 양식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PD수첩>의 방송내용에 일정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사과명령과 이를 수용한 MBC의 사과방송과 내부 징계로 끝날 사안이다. 급변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언론보도는 항상 오보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담당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초래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하는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이고, 그 보도의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안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확고한 판례이다. 만약 <PD수첩>의 보도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라고 규정한다면 향후 어떠한 언론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넷째, 검찰은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노무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예정이다. 그 명분은 노무현 대통령 측이 기록물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반환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을 원칙적으로 15년 범위 내에서 공개를 금지시킬 수 있다. 이 법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투명화하는 목적과 함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에 이루어진 기록물이 퇴임 후 자신을 공격하는 자료로 사용될 것을 두려워하여 아예 폐기하는 것을 막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일정 기간 공개 금지시킨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지정기록물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검찰간부와 법무부, 나아가 청와대와 여당으로 흘러들어갈 것이고, 이 정보는 집권세력이 노 대통령과 야당을 비판하는 정쟁의 자료로 사용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 경우는 검찰이 집권세력의 정보원 노릇을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에 대한 검찰의 열람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맞짱’ 떠야 할 대상은 정부를 비판하는 네티즌이나 언론, 직전 대통령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과 그 친인척, 집권당의 실세, 재벌 등 현재의 사회적 강자이다. 검찰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의중을 미리 짐작하거나 권력층의 지시에 따라 수사에 나서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 권력과 가까워지는 것은 검찰 간부에게는 유리하겠지만 검찰 조직 전체를 위해서는 위험하다. 검찰이 정치적 판세를 고려하며 대통령과 집권당 실세의 눈치를 보고 그 입맛에 맞는 수사를 진행하는 순간,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내부검열에 따라 한계가 그어지게 마련이다.

검사가 퇴직 후 자신의 자리와 사회관계를 고려하며 재벌의 ‘장학생’으로 처신하거나, 자기 전공도 아닌 ‘경제위기’를 걱정하며 스스로 수사의지를 꺾는 순간, 기업범죄에 대한 수사는 용두사미가 된다. 주권자는 검찰이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이른바 ‘성역’으로 뛰어 들어가 자신의 외뿔로 ‘살아있는 권력’을 치받는 해치일 것을 요청하고 있음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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