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따로 또 같이’ 살아보실래요? – 김수동 회원

‘따로 또 같이’ 살아보실래요?

김수동 회원

월간참여사회 2021년 7-8월호 (통권 287호)

2017년 출간된 『쫌 앞서가는 가족 – 시니어 공동체주거를 생각한다』라는 책이 있다. 당시 아카데미느티나무도 비슷한 결의 고민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떻게 커뮤니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낼 수 있을지 여러 고민과 시도들이 꿈틀거리고 있을 때 이 책의 저자가 합류하게 된 것이다.(와우!)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지극히 사적인 이 질문에 왜 우리는 ‘함께’ 답을 찾아야 하는지,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자칭 ‘공동체주거 전도사’ 김수동 회원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8년에 참여연대 회원이 되셨어요. 어떻게 참여연대를 알게 되셨나요?

참여연대는 그전까지 언론에서 듣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직접적으로 알게 된 건 아카데미느티나무 ‘새로운 노년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 서클’이라는 공부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예요. 제가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면서였는데, 관련 공부모임을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어요. 그런데 공부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괜히 소비만 하는 것 같고 빚지는 마음이 들어서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시니어 주거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 어머니가 올해로 93세이신데요, 공동체주택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약 10여 년 전, 어머니와 친구분들 모습을 보면서였어요. 대부분 혼자 사시면서 하루는 이 친구 집, 하루는 저 친구 집에 가서 지내시는 거예요. 그때 어머니 친구 한 분이 “혼자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한 마디가 제게는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지요. 혼자 살다가 서서히 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되다가, 더 늙어서는 요양 시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노인의 현실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도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주거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월간참여사회 2021년 7-8월호 (통권 287호)

김수동 회원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체주택 ‘여백’ Ⓒ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현재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우리 조합은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동체주택, 주택협동조합, 사회주택’ 등을 확산하는 활동을 해요. 주거전환 상담이나 교육, 컨설팅, 정책 자문 그리고 청년 주거 관련 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조합은 2015년에 시작하여 2016년 협동조합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저 같은 베이비부머 중장년 세대들이 주거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거 관련 강의도 곳곳에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더함플러스’는 무슨 뜻이에요? 

‘더불어 함께’의 줄임말과 ‘플러스’를 합한 것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는 노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편이잖아요. 노인을 복지 수혜자로만 바라보고 국가 재정을 축내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크죠. 각자도생의 분화된 개인으로 나이 들지 말고 더불어 함께, 세상에 짐이 아니라 ‘힘’과 ‘보탬’이 되어보자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공동체주택 ‘여백’에 살고 계시죠. 입주하신 지 벌써 5년이 넘으셨다고 들었어요. 

2015년 초 마침 은평구 지역에 ‘공유주택준비모임’이 있어서 가봤는데, 모인 사람들과 제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고 편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제가 합류한 이후로 바로 땅 매입하고 가구 수에 맞춰서 집을 지어, 현재 10가구가 함께 거주하고 있지요. 연령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비혼 1인 가구도 있고 은퇴자 부부도 있고, 청년 자매, 노키즈No Kids 부부, 2대 또는 3대가 함께 사는 가구도 있습니다. 주기적인 모임과 단체카톡방을 통해 늘 소통하며 지내요. 텃밭이나 꽃을 가꾸고 정기적인 나눔 행사도 하고, 집에 손님이 온다면 주차장에 차가 몇 대 들어올 것인지 미리 말해주고요.

직접 살아보시니 어떠세요.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은둔 성향의 내성적인 성격인데 이곳에 살면서 ‘따로 또 같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혼자 지내는 시간은 소중하고 좋은데 어울려 사는 게 이제는 나쁘지 않게 됐으니까, 제게는 좋은 변화입니다. 삶이 풍부해졌거든요. 이전에는 어디서 살더라도 ‘여긴 또 언젠가는 떠날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니까 집에 대한 것도 그렇고 이웃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서로 관계가 없는 상태라서 층간소음이나 일상의 불편들이 훨씬 증폭되어 느껴지고요. 여기 들어오고 나서는 더는 이사를 안 가도 된다는 게 정말 편안했고, 층간소음 분쟁 같은 문제도 없고요.

무엇보다 집 값 걱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릅니다. 전세 살 때는 ‘또 오르네… 전셋값이 오를까?’ 하고 걱정하죠. 근데 이제는 팔 집이 아니니 내 집 값이 얼만지도 모를 만큼 관심이 없고,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노후에 대한 걱정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재무 자산은 가볍지만 관계 자산은 부자랍니다. 곁에 늘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이웃들이 있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을 벌일 만한 사회적 자산이 많아진 것이지요. 이러한 것들이 결국 이웃의 힘, 사회 관계망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시니어뿐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공동체주택 ‘터무늬있는집’ 활동도 하고 계신데,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터무늬있는집’은 시민출자 청년주택이에요. 비영리민간재단인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시작했고 현재 시민출자자 180명, 운영위원 20여 명 정도 함께하고 있어요.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이신 김홍일 신부님이 몇몇 청년들과 공동 주거를 경험하신 게 시작이었죠. 처음엔 신부님 혼자 살던 곳에 청년들이 하룻밤만 묵겠다고 왔다가 장기 투숙을 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더 큰 집이 필요해졌다고 해요. 청년들은 신용 등급이 낮으면 전세 자금을 대출 받기도 어렵잖아요. 어떻게 하면 한시적, 시혜적 방식을 벗어나 청년들의 건강한 비전을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하셨고 시민들이 정기예탁금 형태로 출자 운동을 벌이면서 8억 원 정도가 모였어요. 지금은 11호까지 주거 공급이 되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7-8월호 (통권 287호)

터무늬있는집 7호 외부 전경 ©서울시

한국 사회의 주거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요, 현장에서 공동체주거 코디네이터, 주택협동조합 등 활동을 하시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주택, 주거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로 온 것인데, 직접 와서 경험해보니 말도 못 하게 문제가 많더라고요. 문제는 많은데 전문가 영역이다보니 저 같은 비전문가 보통의 시민이 목소리 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문가들이 한 게 이 모양이야?’ 자세히 보니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란 게 결국은 자본에 봉사하고, 현 체제를 강화시키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주거 문제는 모든 시민의 문제잖아요. 왜 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해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제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문제의식이나 불편함을 더 당당하게 말해야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죠. 결국 시민 사회가 변화를 향한 목소리를 냈을 때 비로소 바뀔 수 있는 거니까요. 많은 시민들이 주거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그런 목소리가 더 커져야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관련해서 현 정부 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신가요. 

아쉬운 점 너무 많죠. 현재 정부 여당은 주거 공공성 회복에 대한 철학과 의지도 없고 정책 수립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임대주택사업자들을 너무 풀어놔서 부동산 문제가 되니까 이제 또 세제 특례와 금융 부분도 제한하는데,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 사업을 하는 쪽도 거기에 묶여서 종부세 대상으로 분류가 되었지 뭡니까. 지금 그나마 근근이 힘들게 하고 있는 협동조합주택 같은 경우는 이대로 가면 아예 사업을 하기 힘든 지경입니다. 투기꾼은 못 잡고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 등 공익적 주택사업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주거 체제의 틀을 변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적으로 ‘공급 주체의 다양화’이지요.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 주거 모델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공유 공간들과 결합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촉진하는 거점 역할을 합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집을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을 때 그 지역을 떠나지 않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결론적으로 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요. 공적 지원을 해주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호는 필요합니다. 주택법이나 주택금융 영역에서 장애가 되는 부분들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공동체주거를 선택지에 두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공동체주거는 단순히 ‘살 집을 구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거지요. 첫 번째 ‘과연 나는, 아파트에 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웃과 어울려 사는 삶을 원하는가?’, 두 번째 ‘나는 좋은 이웃인가?’를 스스로 질문해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공동체주거를 당사자들끼리만 준비하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아요. 각자 원하는 것과 성향, 보유한 자원들이 다르다 보니 예기치 않게 준비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거든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찾아가고 조언을 구하면서 도움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동체주택은 입주 전 활동, 그러니까 커뮤니티를 잘 형성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해요.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가장 핵심입니다. 우리 협동조합에 상담을 요청하셔도 좋고,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에서도 정기적으로 사업설명회와 입주자 상담을 하고 있으니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다음부터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주거는 내가 원하는 집을 적정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준비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다 보면 보다 소중한 ‘좋은 이웃’을 만나게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들은 충분히 용기 내 볼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김수동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참여연대는 우리 모두의 ‘든든한 이웃’이다. 참여연대가 그야말로 우리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같이 모일 수 있는 곳이니까 든든한 이웃이지요.

김수동 회원은 인터뷰 중에 유독 ‘주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한 개인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져 나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회 시스템에 나의 삶을 끼워 맞추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정말 살아보고 싶은 삶이 무얼까?’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더함프러스협동조합 

홈페이지 www.thehamplus.kr

이메일 thehampluscoop@gmail.com

전화 010-7345-6013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

홈페이지 cafe.naver.com/communityhousing

전화 02-3416-0701

시민출자 청년공유주택 터무늬있는집

홈페이지 www.themuni.co.kr

이메일 hellothemuni@daum.net

전화 02-322-7020


글. 이은주

계간 「평화저널 플랜P」 편집장, ‘지혜로운 협력대화 모델’ 와이즈 서클 대표. 민주적 의사소통 및 회의, 진행자 과정 프로그램으로 학교, 마을 공동체, 민간단체나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참여연대 운영위원 및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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