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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게시판
  • 덕진
  • Feb 14, 2021
  • 292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아시나요

 

독일은 과거에 민주주의 선거제도로 선출한 지도자 히틀러와 그 시대의 인물들이 벌린 전쟁과 유태인 학살 등으로 자신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이를 통해 전후 독일은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제도를 운영하는 성숙한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와 같은 각성에서 탄생한 것이 독일에서 정치교육이라고 부르는 민주시민교육이다.

 

. 아우스비츠재판

 

전후 서독의 수상이 된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경제성장 및 보수적인 가치, 그리고 반공이념을 내세우며 국가재건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쳤다. 또 국가행정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치 독일에서 관료로 근무했던 사람들을 과거 행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법조, 행정, 학계, 군무 등의 사회 요직에 재고용하였다. 당시 상급 관료의 66%가 과거 나치당의 당원이었던 시람들로 채워질 정도였다.

 

1958년 나치 과거 청산 과제가 언론에 다시 거론하게 되자, 서독 헤센주 검사장인 프리츠 바우어는 종전 후 나치 정권에서 희생당한 시람들을 위한 나치 부역자 처벌과 희생자 보상, 레지스탕스 활동가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아우스비츠재판(1963~1965)이 유명한데, 이는 바우어가 아우스비츠에서 근무한 중하위급 군관 22명을 기소하고, 그곳 생존자 221명을 증인으로 내세우며, 나치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독일인들에게 인식시킨 사건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은 1930~1940대 독일인이 나치에 순응하여 함께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를 독일인에게 폭로했다. 이 재판으로 나치 대학살이 기존 인식처럼 몇몇 악마와 같은 수뇌부에 의해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중·하위층 나치 주의자들과도 결탁된 문제이고, 또 이를 묵인한 일반 서민까지 광범위하게 연계된 일임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아데나워 정권 아래에서 활동하던 나치관련자들을 찾아내서 강제 퇴직시키고 처벌했다.

 

. 보이텔스바흐합의

 

1968년 독일도 68혁명이 일어난다. 젊은이들은 나치 과거 청산과 함께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권위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자 착취를 비판하고, 인간의 인간에 대한 불필요한 지배를 철폐하라는 것이었다.

1969년 연방의회 총선에서 아데나워 총리가 속한 기독교민주연합(CDU)을 끌어내리고, 빌리 브란트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사회민주당(SPD)으로 전후 최초로 정권 교체를 했다. 브란트 총리는 교육개혁을 선언했다. 그러나 68혁명이 가져온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과 사회변화에 대한 급진적 요구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심화시켰고, 그 중심에 학교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이 놓여있었다. 민주시민교육은 비판적 인식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실현과 사회변화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생각과, 헌법에 기초한 정치질서를 긍정하고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인식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시안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교육의 정치적 도구화를 방지하면서 이념적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와 요구로 이어졌다.

 

19761119~20, 양일 간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서 정치교육에서의 합의 문제라는 주제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론가와 교육 관련자들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발제문의 내용과 논쟁 내용은 3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쩨, 강압금지의 원칙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견해라도 교사가 그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여 독자적인 판단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논쟁성의 원칙이다.

정치와 학문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상이한 입장들이 균형적으로 고려되지 않거나,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거나, 대안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뇌와 교화로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셋쩨, 수요자 지향성의 원칙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독자적인 이해관계의 실태를 분석하고, 당면한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장에서 참가자들은 타인과의 의견 차이에 대한 존중과 관용, 민주주의 가치로서의 다양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유용성이 높아 정치교육의 원칙으로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이 세 원칙은 각각 관점의 다양성’, 이견의 정당성‘, ’차이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담고 있다.

 

. 교육주체와 중립성 보장

 

1. ‘연방정치교육원은 연방 내무부 산하에 1952년 수도 본에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교육 대상이 학생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기 때문에 내무부 소관이다. 이는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연구 및 지원에 중점을 둔다. 이 기관은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다보니,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에 감독위원회를 두어 감사를 받고, 학술자문위원회를 두어 교육내용의 균형과 독립성을 검토 받고 있다.

 

2. 독일 16개 주에 설치되어있는 주정치교육원은 연방정치교육원과 협력하여 주 내 정치교육을 총괄한다.

 

3. 상기 이외에 학교, 노동조합, 정당, 시민교육센터, 교회단체 등이 있다.

서독 정부는 1960년대부터 함부르크협정(1963), 연방정치교육법(1966), 연방정치교육본부법(1969) 등의 법령을 통하여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할 기구를 법정화하면서 각종 사회단체, 정당, 교회 등도 정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4. 독일 교육은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교육 정책을 펼쳐온 한국과 달리, 연방정부는 교육의 개괄적인 맥락만 제시하고, 주별로 독자적인 교육체제를 갖고 운영한다. 201810, 교육부장관회의는 독일 학교의 <역사·정치 교육 및 학교교육의 목표, 목적 및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내용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장소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자원으로 하여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행해지고, 시민적 용기가 강화되고, 민주적 절차와 규칙이 지켜지고, 갈등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되는 곳으로 정의했다.

 

. 마치는 말씀

 

1. 최근 세계는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고 있다. 손쉬운 예를 하나 든다면, 한반도평화를 위한 6개 참가국 정치가들의 자질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 후 가까스로 상원의 탄핵 위기를 넘겼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에 소홀한 채 올림픽에 전념하다 물러났다. 왜 그럴까? 답은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투표는 통치자를 뽑을 뿐이지, 누가 통치하는지를 결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2. 한국정치의 근본문제는 적대정치문제다. 한국인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기회를 갖지를 못했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는 틀린(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독일 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대선이나 총선이 되면 초등학생들도 토론을 한다.

 

3. 미국에서는 공무원들도 업무 시간 외에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대통령 경선 캠프에 FBI 직원 등 연방정부 공무원들도 와서 돕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거캠페인에서 가정방문을 금하는 법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 이글은 녹색평론 20211~2월호에 실린 정연이 선생의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을 많이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2021. 02. 14, 맹 행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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