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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회원들의 사랑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경율 회계사 건, 그리고 권력감시의 가시밭길

자유게시판
작성자
이원재
작성일
2019-10-01 14:20
조회
567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징계위 회부 결정에 대해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드립니다.


 


참여연대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응원했습니다. 회원가입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회원이라고 자부합니다.


시민단체 맏형인 참여연대 활동의 핵심에는 권력감시와 대안제시의 두 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의 사반세기는 정치권력이든 삼성이든 가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문제를 파헤쳐 세상에 드러내는 권력감시활동으로 빛났습니다. 그리고 거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과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대안제시 활동으로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데로 이어졌습니다.


보통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회계와 법률과 정책지식을 가진 분들이 매달려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세상을 주목을 받지 않는 순간에도 활동가들이 땀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늘 느껴졌습니다.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예컨대 재벌개혁 의제는 처음에는 과격한 시민단체의 주장으로 여겨졌지만, 여러 해에 걸쳐 주장하고 입증한 결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모든 세력이 지지하는 의제가 되었습니다. 보수정당에서 진보정당까지, 행정부도 국회도 마음으로 받아들인 의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도와 정책으로 옮겨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정부와 국회의 주요 정책의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의제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저는 참여연대의 활동은 더 많이 품고 더 많이 다가가 설득할 때 빛이 났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논쟁도 하고 분석도 하고 손잡고 시위도 하면서 세상을 바꿔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회계사로서 참여연대 활동에 전문성을 더해 주시던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을 징계위에 회부했다는 공지를 접했습니다. 조국 법무장관의 사모펀드 관련 입장에서 내부 이견이 생겼고, 그 결과 SNS에 동료들을 비난하는 거친 글을 써서라고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김 전 위원장의 징계에 반대합니다. 그 결정은 참여연대가 세상을 바꾸는 활동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의 발언에 모욕을 느낀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계실 것입니다. 떠나겠다고 연락하는 후원자들의 발언에 곤혹스러우실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를 징계하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앞으로 참여연대가 더 많은 시민과 손을 잡고 일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결정이 본질적 활동인 권력감시와 대안제시에 도움이 되는가, 그 이외의 다른 것이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시민 대신 땀흘릴 수 있는 전문성이 그 본질적 활동에 필요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김경율 회계사를 징계하면 그 두 가지에서 모두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징계위 회부를 철회하고, 그 이유를 회원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떠나겠다는 회원들에게도 상황을 잘 설명드리고 남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릴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떠나는 분들이 생기면, 힘들더라도 그 재정은 새로운 회원들을 모셔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어려워도 원칙과 본질을 지킬 수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기에, 불편한 글을 남깁니다. 늘 감사드리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