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9-05-20   907

[제32호 쓴소리] 정부의 몫 – 부끄러운 공공근로 –

대통령께서는 취임 1주년을 되돌아보는 국민과의 대화(1999. 2. 21)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과 부족했던 점이 실업문제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소득 실업자에게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여 생계 를 보호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여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부의 단기적 사업 '공공근로'가 진정한 실업대책인지 묻고싶습니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고 정부는 스스로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99년 제2단계 공공근로사업이 실시되고 있는 지금, 정말로 공공 근로사업이 실업해갈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하는 같은 질문을 실제로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저에게 던져봅니다만 그러나 저의 대답 은 회의적입니다.

특히 정부가 이 사업을 단순히 실업률을 낮추는데 이용하고 실직자들 의 완전고용요구는 무시한 체 실업으로 인한 정부성토의 분위기를 모 면하려는 대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만 같아 더욱 그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현재와 같은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구조아래 에서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계층은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그리고 무급 가족 종사자와 같은 한계계층 근로자입니다. 이 들은 고용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가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책인 고용보험제도는 고 용보험의 필요성이 큰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제약과 현실적인 문제점들 로 인해 가입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저소득층 실직자 가정의 최저생계 유지 및 고학력 미취업자에 대한 정부의 실업대책은 단지 '공공근로 사업' 뿐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현재의 공공근로사업은 실업대책이기 보 다는 위기모면책일 뿐이니 결국 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한 오늘 우리사 회의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공공근로'가 실업극복대책이 아닌 위기모면책으로 이해되어지 는 것은 실제 공공근로사업에서 일어나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운영 탓 이 큽니다.

2단계 공공근로사업이 참가자가 1단계 사업참여의 경험이나 업무내용 과는 다른 취업과 연결되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운영되는가 하면 행정 보조업무에 투입된 사람들은 그날 그날 일거리를 받아 변변한 자리도 없이 이 구석 저 구석으로 옮겨다니며 눈치만 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 일각에선 정부의 실업자구제노력 후한점수를 주며 불만을 토로하 는 공공근로자들에게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기 도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일하는 공공근로자들은 기가 막힐 뿐입니 다.

그간 공공근로사업은 단순노무업종과 관련된 사업만이 집중적으로 조 명되었고 이 사업의 참가자들이 대부분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압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이나마 이들에 대한 대책의 필요 성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실제 공공근로사업에는 상당한 규모의 대 졸실업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올해 학교를 졸업한 이른바 신 규실직자들도 많은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빨리 그만두어야겠다고 입을 모읍니다.

주변의 누구에게도 공공근로사업을 한다고 이야기하지도 못합니다. 단 언하건대 우리가 일하는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일이 소중하다고 생 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들 그만두어야겠다고 이야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 고 마치 구제차원에서 적당한 일거리를 주고 그것으로 시간이나 때우 다 차비에 점심값 정도를 얹어 받는 한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는 저희 같은 젊은 실직자들은 취업에 대한 의지마저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생계형이 아닌 고학력 미취업자의 경우에 있어서 공공근로 사업 참여의 의미는 비록 그것이 몇 개월밖에 안 되는 단기적인 일자리일지 라도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하다는데 가장 큰 문 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진정한 실업대책은 완전고용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실 것입니다. 현 재 공공근로 사업의 예산 및 인력이 중소기업 등에 지원·배치된다면 작게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크게는 경제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시간 때우기 식의 업무내용이 아닌 직업훈련을 통한 장기적인 전문인력양성 방향의 추진 계획으로 직업훈 련원의 직업훈련을 따로 요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최대한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여 이후 정식 취업에 나섰을 때 공공근로의 경력이 반영하는 등 공공근로 참여자의 일에 대한 사기와 책임의식을 높여 주 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모두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서 저소득 실 직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기본적인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오늘 제가 공공근로 참여자로서 정당한 저의 몫을 요구하듯이 정부도 정부의 몫을 다해주 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진희 (저소득층생활안정 및 데이터베이스구축사업 공공근로 참여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