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사무처 2008-04-17   2470

허세욱선생 1주기 추모사_참여연대 임종대 대표





故 허세욱 선생님
시린 눈 가눌 길 없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눈부신 4월의 하늘 아래 온갖 나무와 풀들이 새 순을 피워 올리고 있습니다.
긴 겨울 삭풍으로 메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어쩌면 저렇게 고운 꽃잎들이 장하게 돋아났을까요? 산들바람에도 제 몸 가누지 못하는 저 여린 풀잎들은 어떻게 거친 박토를 뚫고 솟아올랐을까요?


4월의 햇살, 바람, 꽃잎, 풀잎, 그리고 먼 아지랑이…
뭇 생명의 고요한 아우성에 둘러싸여 어지럼증을 타는 우리들을 당신은 그저 조용한 웃음으로 지켜보고 계십니다. 봄날의 화사함과 적막함, 치열함과 허전함을 넘어, 삶과 죽음을 넘어, 당신은 닿을 듯 말듯 저만치 누워 계십니다.
이 봄을 당신과 함께 맞을 수 있었다면 이토록 황망하지는 않았을 것을…
우리는 늘 소중한 것을 잃은 후에야 그것을 깨닫습니다.


꽃은 펴서 지고, 흘러가고 흘러오는 강물에 몸을 맡깁니다.
숱한 죽음을 넘어 풀들이 일어서고 다시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수한 생명들이 일어나고 스러지지만, 어느 목숨 하나 헛되이 가고오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은 일깨워 주셨습니다.
어두운 새벽, 박토 한 줌 움켜쥐고 피어나는 민들레 꽃 한 송이를 온 우주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까닭을 당신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故 허세욱 선생님,
부디 당신을 닮아 이 땅에서 착한 목숨 하나로 제향기 잃지 않고 살다 가게 하소서.
제 영토에 든든히 뿌리내리되 삼천리 방방곡곡 더불어 피고 지는 저 들꽃들처럼 욕심 없이 생명의 길, 진보의 길을 이어가게 하소서.
 


                                                                                  임 종 대 (참여연대 공동대표)


* 참여연대 임종대 대표님의 허세욱 선생 1주기 추모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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