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12-18   1695

<통인동窓> 삼성중공업 예인선의 현대오일뱅크 유조선 충돌사건

우리나라 유일의 해안 국립공원이 있는 아름다운 태안반도의 대산항 앞바다에서 참담한 사고가 일어났다. 크레인이 유조선을 들이받아 유조선에 구멍이 나서 10,500kl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예인선 세 척이 삼성물산이 시공하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공사에서 사용된 크레인을 거제도로 예인하고 있던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충남 태안반도의 해변 167km가 기름으로 오염되었으며, 기름은 남북으로 계속 확산되어 경기도와 전북의 해안까지 퍼졌다.

이 사고는 세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첫째, 가장 큰 책임은 충돌의 직접적 주체인 삼성중공업이 져야 한다. 삼성중공업의 예인선들은 사실상 유조선을 향해 배를 몰았다. 1시간 반 전에 자동경고음이 울렸어도 항로를 바꾸지 않았다. 막판에서야 급히 항로를 바꾸려고 했으며, 이 와중에 크레인을 묶어 놓은 쇠줄이 끊어져서 결국 크레인이 유조선을 들이받고 말았던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참으로 우습게 일어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삼성중공업은 도대체 예인선의 운항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커다란 의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모든 피해와 비용에 대해 철저히 배상해야 한다.

둘째, 현대오일뱅크도 큰 책임을 지고 있다. 배는 바다의 아무 곳에나 세워 두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표박지에 세워 둬야 한다. 표박지는 주차장과 같다. 주민들은 이전부터 표박지가 아닌 곳에 배를 세워 두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는 배들이 다니는 곳에 유조선을 ‘불법주차’해서 이렇듯 참담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셋째, 정부의 책임이다. 그 직접적 주체는 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해양경찰청이다. 먼저 대산해수청은 해양수산부의 외청들 중 하나이자 44개 책임운영기관들 중 하나이다. 마침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한관희 청장은 2007년 11월에 대산해수청의 성과를 자랑하는 글을 언론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산해수청은 커다란 성과를 올려서 “2002˜2005년까지 우수기관, 2006년, 2007년에는 최우수기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영예의 뒤에는 사실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산해수청은 유조선의 ‘불법주차’ 문제를 방치했고, 삼성중공업 예인선의 현대 오일뱅크 유조선 충돌도 막지 못했다. 우수기관선정제도 자체를 철저히 감사해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해양경찰청은 해양오염사고의 방제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정부는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끔찍한 사고의 결과로 소방방재청을 창설해서 방대한 국가방재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해양오염사고는 해양경찰청에서 맡도록 한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지상의 화재사고에 대한 대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실 국가방재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8월에도 울산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의 방제훈련을 하고 완벽한 능력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훈련은 엉터리였다.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노동재해 5천건을 분석해 보니, 중대한 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 29개의 경미한 사고와 300개의 아주 경미한 사고가 이미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잘못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만운영, 책임회피, 그리고 부패 때문에 종종 원칙이 완전히 무시된다. 그 결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났고, 태안의 끔찍한 대참사도 일어났다.

‘위험사회’론에 따르면,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발전소처럼 절대적으로 위험한 기술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근에 고리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30년의 사용연한이 다 되어서 영구폐기해야 할 거대한 핵폐기물을 수리해서 앞으로 10년간 더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용감무쌍한 정책이 횡행하고 있으면서, 방만운영, 책임회피, 그리고 부패의 문제도 여전히 후진적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한국을 특히 위험한 ‘위험사회’로 분류한다.

이런 무서운 현실 앞에서 보수언론은 ‘성공 신화’에 이어서 ‘기적 담론’을 퍼트리느라 여념이 없다. 시민들의 참여로 태안의 기름이 빠르게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도 그 영향이 사라지지 않을 기름오염의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시민의 참여를 무지와 폭력의 소치로 몰아붙이던 보수언론이 이제는 시민의 참여를 극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들의 저열한 이중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그리고 대산해수청과 해양경찰청은 하루빨리 주민과 국민에게, 그리고 나아가 기름에 뒤덮여 죽어가는 무수한 생명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책임은 삼성재벌의 문제와 겹쳐지면서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재벌은 이건희 회장을 정점에 둔 수직적 위계구조로 되어 있고, 따라서 이번의 충돌사건에 대해서도 그 궁극적 책임은 이건희 회장에게로 귀결된다. 이건희 회장은 이 참담한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복구 및 보상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태안에서 힘들게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이 사회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복구는 불가능하며 그 영향은 세대를 넘어 진행될 것이다. 사고의 예방 및 대처와 민주화의 과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 사고의 책임이 삼성재벌의 ‘황제경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시민의 참여로 정치와 경제의 면에서 ‘민주화의 민주화’를 추구해야 할 필요를 태안 바다의 시커먼 기름은 웅변하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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