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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8.01.31
  • 1287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시리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기조 및 정책의 골간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제하의 공개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각 분야에서 역점을 둬야할 중점 사항 등을 정리해 10여차례에 걸쳐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다섯 번째 글은 강민욱 광운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썼습니다.



못 배운 것이 한이어야 했던 어머니, 아버지. 그래서 그토록 애가 타고 속이 끓으셨나요?
배워야 사람답게 산다는 당신의 자식 사랑이 우리를 두고 먼저 가게 했을 줄 알았더라면 저는 일찌감치 희망이라는 말을 접고 살 것을 그랬습니다. 그깟 대학 필요 없다고 냉정히 거짓말할 것을. 그리했으면 당신을 잃지 않았을 것을. 후회에 눈물이 나고 또 눈물이 납니다.
대학이라는 것이 단촐 했던 우리 집에 이다지도 잔인한 것인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참고 또 참으면 어제의 고난이 오늘의 웃음으로 돌아온다고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땅의 대학은, 저 위정자들은 남은 희망마저도 짓밟고, 둘도 없이 소중한 당신마저 앗아가 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제 인생이 당신을 잡아먹은 이 썩은 교육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어떤 미래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울분이 치솟아 한치 앞이 캄캄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저는 싸워야겠습니다. 이 숨 막히는 울분과 억울함이 또 어느 부모님에게로, 어느 가정으로 옮겨 가기 전에 저는 싸워야겠습니다. <추도사 중 일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님,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이 들고, 날아가고 싶다. 딸아. 미안하다” 라는 한줄의 글을 남긴체 대학 입학금 걱정에 애태우던 어머니가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 다음날, 끝내 고귀한 생명을 던지셨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대학등록금 문턱에 좌절하고 한숨만을 내쉬는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하지만, 죽음으로 내모는 등록금1000만원시대, 2008대학등록금대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살인적인 등록금... 학생은 '죄인'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새해 대학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는 실업과 대학등록금이고, 가장 듣고 싶은 가상뉴스는 “대한민국 실업률 0%시대 개막”과 “전국대학등록금 50%인하 발표”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벽두새벽부터 꿈을 꾸는 것조차가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비로 학부모와 학생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학생은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에 대학다니는게 죄가 되어서, 부모는 자식낳아 부모노릇도 못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제는 공부만 하고 싶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삶이 너무 힘듭니다. 지금까지 받은 학자금대출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곧,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내 삶이 두렵습니다. 올해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학생들이 등록금문제해결에 대한 방안을 요구합니다.

하나. '세계 최고의 사부담률'과 'OECD 국가 중 세계 최저 수준의 투자'라는 불명예, 공약대로 OECD수준으로 국가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합니다.

▲ OECD 국가별 공교육비 부담율
▲ OECD 국가별 공교육비 부담율
우리나라 공교육비의 학부모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부의 공교육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학부모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은 연간 예산이 26조원, 일본 도쿄대 해마다 2조원대인데 비해 서울대는 3천700억원, 지방국립대는 그 절반 수준이니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수익자 부담원칙’의 교육정책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교육비가 현저하게 낮아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교육재정을 확충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확보된 재정은 중저소득층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지원하고,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해야 합니다.

대학들, 수천억원대의 '묻지마 적립금'

둘, 대학들은 인상률을 담합하여 무분별하게 등록금인상을 강행하고 있으며 대학재정운영의 문제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등록금상한제, 이월적립금상한제 등 규제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학들이 재정수입이 없어도 2~3년 동안 대학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천억원대의 묻지마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2006년 결산 기준으로 총 6조5,122억원(전문대학 적립금 1조6,325억원 포함)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육이나 연구에 투자하기 보다는 신축건물 짓기를 통한 학교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기타적립금이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계획 없는 마구잡이 적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사립학교들의 쥐꼬리만한 법인전입금은 법정부담금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어 법인재단이 책임져야할 부담마저도 등록금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출은 늘려잡고, 수입은 줄여잡는 대학들의 부풀리기 예산편성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5년 전국 사립대 153곳의 예산·결산 분석자료를 보면, 대학들은 지출예산을 결산에 견줘

1조23억원 부풀리기로 편성했고, 수입예산은 2341억원 줄여 편성해 모두 1조2364억원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대학의 부풀린 예산은 등록금 수입 증가분의 1.6~21.5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대학이 대학 본연의 역할과 기능과는 거리가 먼 대학과 교육을 통해 얼마나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런데도 해마다 재정난을 들어 등록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엄살을 떠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고금리 학자금 대출... 신불자 전락

셋, 현재 사회양극화로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천정부지로 오른 우리나라 등록금은 국민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차등부과해야 합니다.


‘기러기 모골탑’ 신조어를 아십니까?
‘소 팔아 등록금을 댄다’는 우골탑(牛骨塔)에 빗대어 나이든 어머니가 학비를 벌기 위해 파출부와 식당 종업원 등의 일을 한다는 ‘모골탑(母骨塔)’이란 말도 나왔지만 이제 ‘기러기 모골탑’이란 말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얼마나 고액의 등록금이 서민경제를 옥죄고 있는지 슬픈 현실을 보여준 이야기입니다.

▲ 학자금 대출 거부당한 대학생 추이
▲ 학자금 대출 거부당한 대학생 추이
언론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이 비싼 것은 1990년대 이후 평균 물가상승률 2~3배가 넘는 인상율을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인해, 지난해 2학기, 학자금대출을 신청, 혜택을 받는 학생은 60만명이 넘어었습니다. 더욱이, 2005년 2학기 이후 원리금 연체, 신용불량 등 경제적인 이유로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한 학생이 2만 6994명으로 전체 대출 거부대상자 2만 8497명의 95.8%에 달하고, 2007년 12월 기준으로 학자금 이자 등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 불이행자는 3412명으로 2006년보다 5배나 늘어났습니다. 올해부터는 신용평가 기준도 상향조정돼 10등급뿐만 아니라 9등급도 대출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이로인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대출조차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고금리 학자금대출, 많은 대학생들이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하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은 고사하고 자살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40%대의 고금리 제2금융권 대출상품들밖에 없고, 이는 신용불량자에 이르는 지름길을 강요당합니다.

최근 하버드·예일 등 미국 명문대들이 경쟁적으로 중산층·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학비 감면과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東京)대도 올해부터 등록금 면제 학생을 획기적으로 늘렸습니다.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 여깁니다. 이제는 소득수준을 고려한 차등으로 등록금이 책정되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오로지 돈과 안정만을 추구하는 영악한 젊은이라고요?

최근 인수위가 발표한 “저리 학자금대출·무상 장학금 확대 추진 방안”은 대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나라당 주도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안 가운데 ‘저소득층 학자금 융자 지원 예산’ 1천억원이 삭감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삭감된 부분은 미상환 대비 적립액 900억원과 저소득층 이자 지원액 100억원입니다. 이제와 난리니, 분통터집니다.

이는 등록금문제에 대한 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등록금을 빌려주겠다”라는 정책이 아니라, 고액의 등록금을 규제하고 소득과 물가인상률을 고려하여 책정하도록 하는 등록금규제정책을 요구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88만원세대,
연일 기성세대와 기성언론은 ‘오로지 돈과 안정만을 추구하는 영악한 젊은이’ ‘‘미래도 없고 꿈마저 없는 나약한 세대’라 펌하하고 있지만,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듯 예나 지금이나 불합리한 현실을 깨달고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넘어 싸울 수 있는 폭발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 전국대학생들은 단결과 연대로 등록금문제를 사회정치여론화시켰던 경험으로 교육시장화정책의 대재앙에 맞서 백년을 위한 교육정책을 세울 것입니다.

2008년 등록금동결, 차기정부의 특단의 조치를 다시 한번 더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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