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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3.02
  • 2295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아홉 번째 글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님께서 썼습니다. 아홉번 째 편지를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에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는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어떤 대중가요의 제목처럼 “벌써 일 년”이 되었군요.  그동안 한국 경제는 격랑의 세월을 넘어 생존에 급급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환율입니다.  지난 2월 27일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1,534원을 기록했습니다.  11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불과 일 년 전에 950원도 안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정녕 그런 세월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747은 존재하지 않았던 파랑새

실물도 급속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전망기관들이 우리나라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의 최근 수출 통계를 보고 있노라면 모골이 송연하다고까지 그 참담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겠다던 747 비행기는 어디엔가 불시착한 느낌입니다.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파랑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역경 속에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역경의 그림자가 보다 선명해질 하반기가 되면 그야말로 사투의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 곳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보잘 것 없는 경제성적표에도 불구하고 30%가 넘는 지지율이 나타나는 진정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쳐다볼 곳은 그래도 단 한 곳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30%대의 지지율에 도취되지 말고 그 절박한 눈길이 의미하는 바를 잘 헤아리시기를 바랍니다.

친기업이 아니라 친국민 정책이 필요한 때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지금은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국민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금은 친기업(business friendly) 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니고, 친국민(people friendly)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위기시에는 더 더욱 그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재계의 어떤 지도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 삭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언필칭 친기업 정책이란 이런 주문에 응답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친국민 정책을 가슴에 담고 있는 지도자는 다르게 행동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정책은 어떨까요?  “기업들은 현재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국가가 정하는 임금 수준 이상을 지급하라.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는 큰 벌금을 물릴 것이다.  반대로 신규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입니다.  현실성이 없다고요?  그것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 정책입안자의 몫입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수십조원 규모의 추경을 이런 곳에 쓰면 안 되는 것인지요?

대졸 초임 삭감이 아니라 등록금 삭감이 먼저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학교에 몸담고 있다 보니 청년 실업의 문제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목도하게 됩니다.  큰 뜻을 품고 하늘을 날아야 할 젊은이들이 실의에 젖어 PC 방을 전전하는 모습은 목불인견입니다.  특히 생활이 어려웠던 학생들은 학자금 융자를 받아 가면서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는 그 돈을 갚지 못해 자칫 신용불량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대졸 초임을 깎아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이 해답일까요?  물론 그것이 PC 방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러나 과연 그런 정책이 젊은 사람들의 자부심과 의욕을 북돋울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그것보다 다음과 같은 정책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국가가 모든 대학교 등록금의 절반을 대신 지불한다.  그 돈은 학생이 (졸업후가 아니라) 취업하게 된 시점부터 10년 동안 나누어 상환한다.”  솔깃한 발상이지만 돈이 많이 들 거라구요?  정말 그런지 한 번 아랫사람에게 계산을 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금리인하 정책 재고해야

물론 위기를 극복하려면 거시 경제적인 안정도 중요하고 경기부양책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때때로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금리인하가 그 좋은 예입니다.  정부는 시중 실세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계속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이에 호응하여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정책금리는 자본의 해외유출 가능성을 감안할 때 거의 바닥수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이제 통화당국이 일반적인 통화 공급의 증가를 통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과도하게 팽창한 통화가 초래할 또 다른 경제적 불안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힘이 없어 휘청거리는 경제를 뒤흔들어서 무엇을 어쩌려는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녹색 뉴딜 정책의 핵심은 토목공사가 아니라 친국민 정책이 되어야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뉴 뉴딜이 되었건 녹색 뉴딜이 되었건 그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핵심이 친국민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 뉴딜 정책의 핵심이 대규모 토목공사가 아니었음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금융계 및 재계의 이해관계를 일정한 수준에서 통제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런 친국민 정책에 저항하는 사회 세력에 대해서는 그것이 금융계이건, 재계이건 심지어는 사법부이건 가리지 않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마주 대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용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30%대의 지지율은 일종의 황금분할입니다.  그것은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용기를 가지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선택하는 것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 대다수를 고통 속에 버려두고 경제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 가는 지도자를 외면하기에도 충분한 지지율입니다.  대통령은 기업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임을 가슴에 새기시고 새로운 선택을 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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