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8-02-18   987

<통인동窓> 기록 제목만 공개해도 공정한 업무 수행 저해?

기록 제목만 공개해도 공정한 업무 수행 저해?
이명박 정부의 밀실행정주의를 우려한다


전진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밀실행정주의가 과속화 될 것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밀실행정주의는 민주주의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부패로 이어 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1월 참여연대는 대통령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원회)에 2008년 1월 16일까지 작성된 기록물등록대장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기록물등록대장이란 공공기관에서 기록물을 생산 및 수집할 때 기록물의 등록 등록일자, 등록번호, 제목, 쪽수, 결재권자, 업무담당자등을 기재하는 대장이다.


공공기관에서 생산, 수집된 기록물은 반드시 기록물등록대장에 기재하여야 하며  이는 기록물의 검색, 분류, 편철뿐만 아니라 기록물단파기 방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작업이다. 기록은 기관에서 수행한 업무의 시작과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기록물 등록대장은 해당 기관이 어떤 업무를 했으며 업무에 따른 기록을 얼마나 충실하게 생산․등록하였는지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에서는 참여연대에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위원회에서 생산된 문서는 대통령직에 원활한 인수에 필요한 사항과 중앙부처 정책협의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정책방향 등을 설정하는 검토단계에 있는 위원회의 중요한 정책결정 사항이고 기록물등록대장에 목록에 기재된 제목만으로도 문건의 내용을 주측 하여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우려할 초래가 있다” 라는 이유로 전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인수위원회는 대통령직 인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 정부의 큰 그림을 그려가기 때문에 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위원회의 업무 결과로 생산된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도 당연하다.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인수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에서 만든 문서는 제목도 알아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원회의 답변 내용을 분석해보면 법리적으로도 초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80년대 군사정권의 행정을 연상시킬 정도로 권위적이다. 인수위원회가 새정부의 국정과제, 정책방향 등을 설정하는 검토단계에 있으니 국민들은 기록물의 제목도 알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였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에서 생산되는 문서의 제목을 국민들이 알면 어떤 문제가 생긴다는 것일 까? 답변내용이 너무나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 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정보공개법 8조에는 공공기관은 당해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목록을 작성·비치하고, 그 목록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정보목록중 제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해 부분을 비치 및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록물등록대장을 정보목록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기록물등록대장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고 비공개 대상 기록이라 할지라도 목록 자체에 비공개기록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모두 다 공개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수위원회의 밀실행정주의는 국민 정서상으로도 말이 되지 않고 법적으로도 위법적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수위원회의 밀실행정주의는 각 부처에도 퍼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정보공개법의 주관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지난 1월 필자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2007년도 실시한 각 부처별 기록물평가 결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국가기록원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07년도 기록관리평가 결과는 피평가기관의 관심도 제고 및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상위등급만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비공개처분을 받은 필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답변은 매우 위법적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9조 1항(비공개대상정보)에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공개결정을 처분을 내릴 때에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몇 호에 근거하는 지 정확히 적시해야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정보공개법을 주관하는 행정자치부 산하 기관이 이렇게 초법적으로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잘한것만 공개하고 잘못한것은 공개하지 않아


더군다나 그 내용은 매우 해괴하기까지 하다. 기록관리평가 결과에 대해서 상위등급만을 공개하고 하위등급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 비공개결정을 한다면 만약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좋지 않은 기관은 국민들에게 밝히지 않아야 하고 국가인권위에서 인권침해사례가 있는 기관은 밝히면 안 되는 것이다. 도대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저런 답변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국가기록원이 정보공개법을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국가기록원은 불과 2007년 9월만 하더라도 “국방부와 경찰청 등 국내 특수기록관에서 일부 정보는 관성적으로 30년간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재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가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라는 말을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은 더하기만 하다.


위와 같은 결과는 웃고 넘기기에는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알권리에 대한 인식과 투명행정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성공하는 정권으로 임기를 마치기 위해서 투명한 행정은 필수적이다. 당장에 숨기는 것이 편할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 내부는 서서히 썩어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패의 결과는 우선 이명박 정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향후 이명박 정부가 투명한 행정을 하는 지 국민들은 관심 있게 지켜 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